[목멱칼럼] 도대체 무엇이 중요하단 말인가

  • 등록 2016-07-05 오전 3:00:00

    수정 2016-07-05 오전 3:00:00

[정덕현 문화평론가] “뭣이 중한디, 뭣이 중하냐고? 뭣이 중한지도 모르면서.” 영화 ‘곡성’에서 나온 이 대사는 삽시간에 유행어가 되어버렸다. 사실 영화 속에서 이 대사는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기만 하는 종구(곽도원)를 통해 우리의 불가해한 삶에 대한 통찰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하지만 영화 밖에서 유행어가 된 이후 “뭣이 중한디”란 말은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그것은 본질에서 벗어나 엉뚱한 곳에 집중되는 관심들과 그로 인해 소외되고 묻혀버리는 우리 사회의 중차대한 많은 문제들을 꼬집는 의미로 발전한 것이다.

최근 터져 나온 ‘박유천 스캔들’은 그 사안에 들어있는 ‘성폭행’이니 ‘유흥업소’ 나아가 ‘화장실’ 같은 단어들로 대중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줬다. 평상시 늘 바른 모습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박유천이었기 때문에 이런 단어들은 심지어 선정적인 느낌마저 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그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이었다. 군 복무 해이 문제까지 겹쳐지면서 박유천 스캔들은 성폭행 혐의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부터 세간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만큼 큰 화제가 됐다. 물론 혐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대중들이 갖는 실망감을 토로하는 것이야 잘못됐다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최근 TV조선 ‘강적들’에서 도마 위에 올려놓고 당시 박유천과 동석했던 한류스타들이라는 선정적인 내용으로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를 전한 것은 이 스캔들만큼 선정적인 방송의 민낯을 드러냈다.

박유천 스캔들은 사실 많은 중요한 다른 문제들을 담고 있다. 이를 테면 한류스타와 자기관리 문제가 이제는 중요해졌다는 점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을 위한 인성관리가 시급하다는 점이다. 또한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면 편견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나 상대적으로 인성 교육 기회가 적은 아이돌에 대한 교육의 기회 같은 것들이 이 스캔들로 인해 우리가 생각해봐야할 문제로 등장했다. 하지만 뭣이 중한지도 모른 채 그저 당장의 시청률을 통한 상업적 이득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우리 미디어의 선정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박유천 스캔들이라는 것 그 자체도 사실 우리 사회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많은 중차대한 문제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중(重)하다’ 할 수 없는 것이다. 연예계 사건사고가 마침 터져 나오는 그 시점에 하필이면 중대한 정치적 사안들이 겹쳐지는 것은 대중들로 하여금 이른바 ‘음모론’을 제기하게 만드는 이유다. 박유천 스캔들, ‘김민희-홍상수 감독 불륜 스캔들’, ‘FNC 이종현의 주식 내부거래 의혹’ 등등 일련의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와 대중들 이목이 그쪽으로 집중되는 사이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문제, 전기가스 민영화 논란 같은 우리 사회 근간을 뒤흔들 사안들은 마치 도망치듯 저 뒤편에서 슬금슬금 흘러가 버린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무수한 사건들이 터져 나온다. 이 많은 정보들은 사실 너무 많아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디어 역할은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다. 그 기준은 상식적이라면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달려 있어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는 ‘곡성’에서 마치 미끼를 문 듯 이리저리 휘둘리는 종구를 닮았다. 뭣이 중한지도 모르면서 낚시하는 미디어들이 이끄는 대로 휘둘리는 모습이다. 이래서야 어찌 사회의 비극을 피할 수 있을까. 저 종구 가족이 그렇게 휘둘리다 결국 겪게 된 그 비극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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