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무처 조건부 승인 전원회의 상정
공정위 사무처(검찰 격)는 지난 9일 우아한형제들과 DH간의 M&A 관련조건부 승인을 골자로 한 심사보고서(공소장 격)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달 9일께 위원 9명이 심의하는 전원회의를 열고 최종 조건 여부 등을 따져 M&A를 승인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실사용자 기준)이 9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정위가 독과점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점유율을 키우고 있지만,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두 회사에 대항하기엔 쉽지않다는 점에서 적절한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월간 실사용자) 배달앱 업체 점유율은 배달의 민족 59.7%, 요기요 30.0%, 배달통은 1.2%이다. 결합사의 합산 점유율은 90.8%다.
쿠팡이츠의 경우 지난해 9월 이용자가 34만1618명에서 올해 9월에는 150만722명으로 1년새 339.3%나 증가했다. 위메프오도 같은 기간 월 이용자가 8만3176명에서 50만4711명으로 506.8% 늘었다. 하지만 쿠팡이츠와 위메프오의 시장 점유율을 아직 각각 6.8% 2.3%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공정위가 배민과 요기요간 독과점 M&A에 부과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조건은 수수료 인상 제한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3~5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초과한 수수료 단가 인상 금지 등 조건을 붙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결합사가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은 제한돼 있어 해당 조건은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정위가 일반적으로 가격인상 제한 조건을 부과했지만, 배달앱 시장같은 동태적 시장에서 가격인상 제한은 지나친 개입이 될 수 있다”면서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면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과 DH 두 회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공정위가 음식점, 라이더, 소비자 정보 등 빅데이터에 독점을 통제하려고 할 가능성이다. 올해 초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양사가 운영 중인 요기요, 배민, 배달통 3개 배달앱 정보량이 전체 배달앱 시장 빅데이터의 96.74%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빅데이터 독점문제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넘어 경쟁제한 문제로 확대될 수 있어서다. 이를테면 1위 사업자인 배민이 보유한 이용자 정보가 기업결합 후 요기요, 배달통에 흘러갈 경우 소비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독점으로 인해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공정위가 결합사 간 빅데이터 공유에 대한 적절한 차이니즈월(차단벽) 조건을 부과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배달의 민족이 보유한 이용자나 음식점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 또는 공유할 때는 일일히 이용자와 업주에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방식 등이다.
문제는 이 경우 합병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상당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점이다. DH-우아한 형제는 기업결합 후 음식점, 라이더, 소비자 등 빅데이터 공유를 통해 최적 시간에 음식을 배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데이터 공유 문제는 최근 경쟁법상 중요한 화두인 만큼 심의과정에서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