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대책 밑그림 완성…송전망 등 난제 풀까

2050년까지 10GW 전력 필요…수도권 공급량 30% 더 늘려야
부지 내 가스발전 6기 가동 후, 강원·경북 및 호남과 계통연계
돈 없는 한전, 송전망 구축 '난제'…탄소 배출 줄여야 하는 과제도
  • 등록 2023-09-13 오전 6:00:00

    수정 2023-09-13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전력 당국이 대량의 전력 공급이 필요한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전력수급 대책 로드맵을 마련했다. 2050년까지 이곳에 필요한 10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 공급을 위해 1단계로 부지 내 발전소를 건설하고, 2~3단계에 걸쳐 강원·경북과 호남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송전선로를 통해 이곳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과정은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를 위해선 현 국내 전체 전력공급을 10% 늘리는 것은 물론 생산 전력을 수요 포화 상태에 놓인 수도권에서 끌어와야 하는 ‘대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부담도 더해졌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3단계 걸쳐 발전·송전설비 확충

12일 전력 당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015760)공사(한전) 등은 최근 3단계에 걸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 로드맵의 기본 틀을 확정하고 연내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계는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키우고자 2042년까지 300조원 이상을 투입해 이곳에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올 3월 확정했다.

이를 위해선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대량의 전력 공급 인프라가 필수다. 업계는 이 계획을 위해 당장 2030년까지 0.4GW, 2042년엔 7GW, 모든 시설이 가동하는 시점인 2050년엔 10GW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최대 전력수요는 93GW인데 이보다 10% 이상 전력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수도권만 따지면 최대 전력수요(40GW)의 4분의 1이 필요한 셈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조감도 (사진=용인시 제공)
전력 당국은 이에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나온 직후 전담반(TF)을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고 최근 3단계 공급계획을 확정했다.

1단계는 화력발전 공기업을 중심으로 이곳에 총 3GW 규모 가스(LNG) 화력발전소 6기를 새로 지어 초기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다. 화력발전사들은 최근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자 석탄화력을 가스화력으로 대체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수요에 대응키로 했다.

2단계로 강원·경북과 수도권을 잇는 고전압 직류송전선로(HVDC)를 추가 건설한다. 강원·경북에 밀집한 석탄화력과 원자력발전소(원전) 생산 전력을 이곳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경북 울진에선 총 5.6GW 규모 신한울 1~4호기가 가동 중이거나 2030년대 초중반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만큼 송전망 추가 구축이 필수다. 정부는 최근 신규 원전 건설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는데 천지·대진 등 기존 원전 건설 계획을 고려하면 신규 원전 건설은 이 지역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3단계 땐 호남 지역에서 수도권을 잇는 서해안 해저 HVDC 건설을 추진한다. 호남 지역은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이 폭발적으로 늘어 전력 수요가 많지 않은 봄·가을철에 남아돌고 있다. 또 서해안 일대에선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한전 재정난 속 송전선로 구축 ‘난제’

그러나 계획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2~3단계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이 제때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송·배전망 관리를 도맡은 공기업 한전의 재정난이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발전원가 급등으로 최근 2년여 누적 적자가 47조원에 이르는 등 사상 초유의 재정위기 상황이다. 200조원이 넘는 빚에 허덕이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조 단위의 장거리 송전선로 구축 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천영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이 지난 4월14일 서울 석탄회관에서 열린전력망 혁신 태스크포스(TF)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주민 수용성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돈이 있어도 송전망 확충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한전은 신한울 1·2호기 생산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2008년 동해안~신가평 HVDC 건설 계획을 확정했으나 주민 반발 속에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건설을 시작했다. 한전이 2013년 시작한 23.5㎞ 구간의 고덕~서안성 송전선로도 주민 수용성 문제로 10년이 지난 12일에야 준공했다. 당국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수하고 서해안 송전선로를 해저 케이블 방식으로 이으려는 것도 육상 송전망 건설의 어려움 때문이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전에 이를 수행할 돈이 부족한 만큼 전기요금 정상화 등을 통해 재정 여력을 확충하거나 정부 재정 투입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돈이 있어도 주민 반발에 송전망 건설이 지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사업 집행 방식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력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한다는 전 세계적인 움직임에 발맞춰 탄소 저감 계획을 추진 중이고 발전소 역시 이 계획에 따라야 한다. 기업 역시 거래처의 탄소 저감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무탄소 전력을 사용해야 한다.

1단계의 부지 내 가스발전소도 그 자체론 큰 어려움이 없지만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천연가스에 수소를 섞는 혼소(混燒) 발전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량의 가스·수소 혼소 발전은 아직 실증 단계이고, 상용화 땐 수소 배관망을 통해 수입·생산한 청정수소를 이곳에 대량 공급해야 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과거엔 발전소를 필요한 만큼 지으면 됐지만 지금은 송전망 구축이나 탈탄소까지 염두해야 전력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며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한국전력공사 영업지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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