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통일부 ‘구원투수’…北인권문제 중심 유연한 조직 변화 선도[차관열전]

문승현 통일부 차관
작년 7월 부임해 통일부 조직개편 연착륙 이끌어
외부와 적극 소통 등 통일부 내 변화 주문
탈북민 민생 챙기는 현장 소통 행보
국제사회서 북한인권 담론 확대 계획
  • 등록 2024-04-09 오전 5:30:00

    수정 2024-04-09 오전 5:30:00

차관의 사전적 정의는 ‘소속 장관을 보좌해 소관업무와 공무원을 지휘하는 정무직 공무원’입니다. 정무직이면서도 실질적인 행정적 업무도 수행하기에 안팎살림을 모두 맡고 있지만, 장관의 그늘에 가려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데일리는 아직은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각 중앙행정부처의 차관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작년 6월 당시 문승현 주태국대사가 통일부 차관으로 임명됐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그동안 통일부 내부 인사를 발탁하던 자리에 외교부 출신이 차관으로 임명돼서다. 문 차관은 1998년 통일부 출범 이후 임명된 첫번째 외교부 출신 차관이다. 통일원 시절까지 포함하면 김석우 차관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외부 출신 차관을 임명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확고한 통일부 개편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승현 신임 통일부 차관이 작년 7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北인권문제 중심’ 통일부 환골탈태 조직개편 연착륙 성과

문 차관은 부임 후 첫 임무로 과감한 조직개편을 주도해 위기의 통일부를 연착륙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북한 대화와 교류가 끊긴 상황에서 통일부가 과거에 매몰돼서는 안되는 윤 정부의 국정기조에 맞춰서 그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과 함께 통일부를 북한인권과 정보 기능이 강한 조직으로 변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젊은 인재들이 실력을 펼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작년 부임 직후에 영국의 BBC뉴스, 미국의 NK뉴스 등과 인터뷰에 나선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있다. 문 차관은 “그동안 해외 언론에서 통일부 고위관료들에게 수차례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거절했다고 들었다”며 “통일부는 소극적이고 외부와 소통해야 할 필요성을 못느꼈던 것 같은데 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인터뷰의 이유를 밝혔다.

실제 그는 부임 이후 통일부 직원들에게 ‘통일 담론’ 확산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외부와 소통해달라고 공지했다. 간부들에게도 영어 공부를 지시하며 소위 ‘통일 외교’를 위해서는 국내외 언론에 통일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적극적인 통일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올해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한 것도 그 일환이다. 그동안 북한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3급 기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한 문제를 국내외에서 공론화하기 위해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문승현(우측) 통일부 차관이 거동이 불편한 북한이탈주민 한(좌측)모씨와 마트에서 장보기를 함께하고 있다(사진=통일부)
통일인식 저변 확대, 탈북민 민생 챙기는 현장 소통 행보

문 차관은 지난 1월에 유엔군 사령부(유엔사) 회원국 대사 라운드 테이블에 통일부 당국자로서 처음 참석하기도 했다. 오랜 외교관 생활로 인해 영어로 소통하는데 불편함이 없고,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외부활동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통일부는 작년 11월 통일부 창설 이래 최초로 6·25전쟁 유엔참전국 주한공관을 초청해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 비전을 주제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문 차관은 취임 이후부터 ‘현장의 문제에 우리가 답해야 한다(현문우답)’는 적극적 사고방식을 강조하며 현장 방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충남 공주의 하나원 교육생 가정문화체험 행사를 차관으로는 처음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문 차관은 한국 적응 과정에 탈북민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애로사항을 듣고, 이들이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통일부가 친정이 되겠다고 격려했다.

젊은 세대의 통일인식 제고를 위해 다양한 강연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작년에는 숭실대 개교 126주년 기념 통일심포지엄에서 강연했고 올해는 동아대·강릉원주대 등 ‘통일교육 선도대학’을 방문해 대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갈수록 낮아지는 청년 계층의 통일 인식을 높이는 활동에는 망설임 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문승현(가운데) 통일부 통일부 차관이 지난 2월 서울패션위크에 참석해 배우 정태우(우측 둘째)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통일부)
북한인권센터 예산안 문제 해결…꼼꼼한 업무능력 ‘정평’

정부서울청사 7층 차관실에서는 가끔 고성(?)이 새어나온다. 문 차관이 특유의 부산 사투리 억양으로 과·국장에게 촌철살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문 차관은 사소한 보고서 하나까지 꼼꼼하게 보는 업무스타일로 정평이 났다. 이에 보고서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못하는 직원에게는 어김없이 채찍을 가한다. 반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적극적인 직원에게는 당근을 주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일례로 문 차관은 통일부가 서울패션위크에서 패션 업체와 협업해 납북자와 억류자, 국군포로를 상징하는 ‘세 송이 물망초’를 선뵌 아이디어는 극찬했다. 패션위크의 특성상 20대 청년이 참석을 많이 했고, 이들에게 통일에 대한 인식을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언론에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정부부처 평가에서도 우수한 성과로 인정받았다는 후문이다.

작년 국회에서 북한인권센터 건립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 야당의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지만 문 차관이 기지를 발휘해서 통과시킨 일화도 있다. 야당은 기존의 북한자료센터와 기능이 비슷한데 103억원의 예산은 과도하다고 지적했고, 이에 문 차관은 당장 필요한 부지매입과 설계 등에 필요한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안을 수정해 46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과거 외교부 시절부터 ‘워커홀릭’으로 유명했던 문 차관은 통일부에서도 주말출근을 밥 먹듯이 한 덕분에 빠르게 업무 파악을 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주말마다 출근하는 문 차관의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문 차관은 올해 북한인권 실상을 해외에 알리는 업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과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 영문판을 발간해 국제사회에 북한인권 담론을 띄운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시절 북미국에서만 3번 근무한 ‘미국통 외교관’으로서 전공을 살려 기회가 된다면 미국 등 해외에서 열리는 북한 인권 관련 행사에도 참석할 전망이다.

문승현 차관은

△서울대 외교학과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정치학 석사 △외무고시 22회 △의전총괄담당관 △북미1과장 △주미국공사참사관 △북미국 심의관 △북미국장 △대통령비서실 외교비서관 △주체코대사 △주미국공사 △주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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