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열정페이 현장실습 개선을 위한 제언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교수
  • 등록 2020-02-04 오전 5:00:00

    수정 2020-02-04 오전 5:00:00

제도를 개선하고 실행에 옮길 때는 경제여건을 감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최근 교육부는 그간 논란이 되어온 ‘열정페이 현장실습’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앞으로 모든 대학의 학교 밖 현장실습 제도를 ‘현장실습학기제’로 통일하고 이를 ‘표준 현장실습학기제’
와 ‘자율 현장실습학기제’로 나누어 기준에 따라 실습 요건과 운영 절차를 엄격히 관리할 것이라고 하였다. 표준 현장실습학기제의 경우 실습지원비 지급이 의무화된다. 실습지원비는 직업계고 현장실습 수당이 지난해부터 최저임금의 70% 수준이 된 점을 감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열정페이’가 우리사회에 큰 관심을 불러온 계기는 2014년 어느 유명 패션디자이너의 견습생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언론에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이 단어는 ‘개인의 경력 스펙을 만들기 위한 편의 제공, 혹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주었으므로 일의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간 비정규직이 많거나 급여 수준이 낮은 방송 및 예체능계 직군에서 많이 나타났으나 최근 몇 년 동안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여러 노동관계법 개정과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의 엄격 적용, 규정 위반 고용주에 대한 처벌 강화 등으로 과거와 같은 ‘분노유발형 열정페이’ 사례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장실습 제도 개선안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몇 가지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타이밍이다. 최근 어느 인재채용 컨설팅 기업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55.3%가 대졸 신입 채용계획을 밝혔다. 이는 2018년 75%, 2019년 59.6%로 계속 하락하고 있는 형국이다. 힘든 경제상황에서 강한 제재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기업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고, 자칫 현장실습의 양극화가 심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인턴이나 현장실습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직무 인턴’과 ‘현장실습’의 경계가 모호하다. 이는 명확한 정의를 내린다 해도 구분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원래 인턴이란 대학 졸업예정자 혹은 졸업자 중 기업의 필요에 의해 일정 인원의 사원 후보를 대상으로 견습 기간을 거친 후 적격자를 정식 채용하는 제도이다. 학습위주의 현장실습 경우는 이와 다른 측면이 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토대로 기업 현장의 직무를 일 학습을 통해 습득하는 개인의 역량 개발에 비중이 크다. 대체로 어떠한 경우든 고용주의 입장과 견습생의 입장은 확연히 대립되는 경우가 많기 마련이고, 결국은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상호 이익을 절충하여 계약관계로 이루어지는 것이 합당하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현장실습 급여는 이 정도가 되어야 적정하다’라는 가이드라인 제시는 자칫 ‘진영논리’나 ‘이념’의 문제로 휩쓸릴 우려가 있다. 아울러 고용률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꼼수로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의 역할은 인턴이든 현장실습이든 직무개시 이전에 반드시 이해 관계자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화 하는 선이 좋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학습문화가 없는 기업의 현장실습은 무의미하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실습생을 가르칠 여력이 없다. 그렇다고 하여 기업에 보조해 주는 인센티브는 가급적 지양하여야 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인식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제도로 정착될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체계적 현장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학습기업 시스템으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이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일학습병행제를 적극 활용하면 풀어나갈 수 있다.

청년들이 지금 느끼는 불행감이나 사회에 대한 불만은 그래도 희망이 있을 때나 존재한다. 인턴이나 현장실습을 통해 경력을 쌓고 스펙을 만들어가며 그나마 ‘꿈꾸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지속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아직은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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