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금융의 미래 건 '데이터 전쟁'

  • 등록 2022-02-11 오전 6:48:00

    수정 2022-02-11 오전 8:33:32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수업을 마치자마자 친구 몇몇과 쏜살같이 뛰어나가 운동장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하던 놀이가 있었다. 빈 땅에 커다랗게 사각형을 그린 다음 각각 귀퉁이에 반원을 그려 자기 집을 만든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하고, 각자 준비한 납작한 돌멩이를 세 번 튕겨 공간을 만든 뒤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그렇게 늘린 공간은 바로 내 땅이 된다. 한때 푹 빠져 있던 ‘땅따먹기’ 놀이다.

(사진=AFP)
가끔 놀이가 격해질 때면 다른 친구의 땅까지 침범하게 되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남의 땅도 뺏을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하기도 한다. 남의 땅을 빼앗아 오려고 욕심부리다가 세 번 만에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낭패를 보는 일도 허다하다. 땅따먹기는 아이들만의 놀이가 아니다. 어른들은 수만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땅 따먹기를 해왔고, 더 좋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여왔다. 전쟁은 있어선 안될 비극이지만, 인류사를 되돌아보면 기술·산업·문화적 혁신을 가져온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땅따먹기는 IT가 주도하는 4차산업 혁명시대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그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근대가 오프라인상의 땅따먹기 전쟁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이 이끄는 현재는 디지털 상의 데이터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인류의 미래도, 산업의 지형도 그 결과에 따라 바뀔 것이다.

거대한 자금시장인 금융산업에서도 데이터 전쟁이 한창이다. 대면 중심의 금융서비스가 플랫폼 중심의 비대면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빅테크·핀테크와 전통 금융사(은행·보험·카드·증권 등)간의 기 싸움이 심상치 않다. 마이데이터사업, 대출대환서비스, 가상자산시장에서도 건건히 부딪히며 갈등을 빚고 있다. 각종 데이터를 확보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이르기 위함이다. 이 전쟁에서 이기는 승자가 금융의 미래를 이끌 것이란 예측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데이터 전쟁은 이미 한창 진행중이지만, 아직도 정확한 룰이 정해지지 않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불만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존 금융사들은 자신들의 땅(고객 데이터)을 빼앗으려는 빅테크, 핀테크들을 맞서 싸워야 하지만 금산법, 은행법 등 규제라는 족쇄에 묶여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그 사이 빅테크들은 디지털 세상 속에 고객을 끌어들이고, 정보를 대거 확보해 자신들의 땅을 뺏고 있단 것이다.

반면 빅테크·핀테크들은 자본금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는 상황인데, 금융사들과 자신들을 똑같은 잣대로 보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을 보호해야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할 수 있고, 그래야 더욱 발전적인 금융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두 주장 모두 틀리지 않다. 어느 위치에서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데이터전쟁,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많은 기술혁신, 사회·문화적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다. 다만 시장보다 한 발 뒤처진 제도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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