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낡은 한류 콘텐츠, 리셋하라

리듬 가사 식상한 일부 K팝..줄거리 자가복제 K드라마
장르 넘나드는 마마무처럼, 개성있는 실험 도전해야
  • 등록 2016-12-15 오전 6:00:00

    수정 2016-12-15 오전 6:00:00

[이데일리 고규대 연예스포츠부 부장] 지난 주말, 한 음악 프로그램을 보다 한숨이 나왔다. 20팀 가까이 등장하는 K팝 그룹 중에 특색 있는 이들은 불과 서넛이었다. 그 중 몇몇 K팝 그룹의 노래는 눈을 감고 들으면 다른 팀과 노래와 구별조차 되지 않았다. 안무 역시 요즘 유행하는 어번 힙합 스타일이 다수였다. 글을 쓰다보면 주어를 바꿔도 문장이 되는 황당한 경우를 만나는데, 그와 같다고나 할까. 노래도 비슷하고 안무도 닮았으니 글로벌 팬을 상대로 하는 K팝 스타가 아니라 소수 팬덤을 위한 댄서팀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요즘 드라마나 영화가 딱히 도드라진다는 말도 아니다. SBS 수목극 ‘푸른 바다의 전설’은 스타 작가 박지은이 시나리오를 쓰고 전지현 등이 출연해 제작 초기부터 화제가 됐음에도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고만고만한 드라마라는 혹평을 듣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이나 엽기녀의 외양이 기존 문법의 답습이니 진혁 PD의 연출력이나 이민호의 노력으로는 살려내기 어렵다. 앞서 스타작가 이경희가 쓴 ‘함부로 애틋하게’가 각종 클리셰로 범벅진 설정을 만들어낸 탓에 ‘W’나 ‘질투에 화신’에 밀려 시청률 꼴찌에 머문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역시 21일 개봉을 앞둔 ‘마스터’도 이병헌 김우빈 등 화려한 스타 배우의 출연에도 남성 스타들을 대거 등장시켜 여성 관객을 노리는 기존 영화의 전략을 답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들어 K팝, K드라마, K무비로 대표되는 한류 콘텐츠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구체제를 끝내라며 주말마다 광장에 몰려나오는 촛불민심에 귀기울일 만하다. “낡은 대한민국을 리셋(reset·초기화)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리빌딩(rebuilding·재건)해야한다”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처럼 낡은 콘텐츠 제작 문화를 리셋하고 새로운 한류로 리빌딩되어야 한다. 2000년 초반 드라마 ‘판관포청천’ ‘꽃보다 남자’ 등을 만들어냈던 대만의 바로 최근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시 대만 콘텐츠 시장은 물밀듯 들어오는 차이나 머니에 휩쓸려 자국이 아닌 중국의 입맛에 맛는 노래와 드라마를 양산했다. 결국, 대만 고유의 생기있고 유쾌한 이미지가 퇴색되더니 급기야 중국의 콘텐츠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류 콘텐츠의 리빌딩의 시작은 가두리 양식장 같은 콘텐츠 제작 문화를 벗어나 지구 곳곳의 장점을 찾아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후렴구의 반복적 리듬, 한 명을 돋보이게 하는 안무 구성 등 모범답안을 내놓고 그 안에서 문제를 내는 K팝의 콘텐츠 공식도 식상해졌다. 눈앞에 보이는 손쉬운 길을 택하다 보니 음악 프로그램에 고만고만한 K팝 그룹이 등장했고, 미니시리즈에 자기복제 넘치는 드라마가 활개를 치게 됐다. 중국 시장에서 통한다는 이유로 현지인 입맛에 맞춘 공연이나 중국인 취향의 사전제작 드라마를 벗어 던져야 한다. 중국인들이 선호한다는 혹은 선호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짜임새 있는 군무를 내세운 아이돌이나 인어 등 어디선가 본듯한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만드는 구태를 청산해야 한다.

최근 기존 한류 콘텐츠를 벗어난 새로운 시도가 성공한 점은 다행스럽다. K팝 그룹 멤버로 시작했으나 배우로, 혹은 아티스트로 전업에 성공하는 스타들도 늘고 있다. 또 발라드부터 힙합까지 다양한 음악에 도전하는 마마무의 성공이나 독특한 음색으로 소녀적 감성을 노래한 볼빨간사춘기의 성공이 눈에 띈다. 안정감 있는 음악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개성이 이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다. 공유 김고은 주연의 ‘도깨비’도 인어나 뱀파이어 등 익숙한 소재 대신 도깨비라는 한국적 캐릭터에서 모티브를 찾아 신드롬을 낳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앞서 영화 ‘부산행’도 소재, 형식, 구성 등에서 호평을 받아 스릴러 거장 스티븐 킹과 영화 ‘블레이드’ 등을 만든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등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장르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운영이 가능하게 된 세계적 트렌드에도 주목해야 한다. 기존 K팝이나 K드라마의 동어반복이나 자기복제를 잠시 멈추고 거대한 지구촌의 흐름에 눈을 돌려야 한다. 던져놓은 먹잇감을 먹고 사는 가두리 양식장의 물고기가 저 대양에서 유영하는 고래의 호연지기를 본받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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