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강남 '로또분양'…'금수저 리그' 되나

무주택자 아파트 추첨제 확대에
"평범한 수요자 분양가 감당 못해
부유층 자녀 등 당첨 기회 늘 것"
  • 등록 2018-09-19 오전 4:15:00

    수정 2018-09-19 오전 4:15:00

[이데일리 박민 기자] 정부가 신규 분양 아파트 ‘추첨제’ 물량 중 무주택자의 청약 당첨 기회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서울 강남에서 분양할 단지들이 ‘부자들만의 리그’, ‘금수저 특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집을 갈아타려는 1주택자의 ‘내집 키우기’ 기회를 대폭 줄이고, 상대적으로 무주택자의 당첨 기회만 늘렸기 때문이다. 이미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 보증이 어려워 청약자가 이를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가의 분양가를 전액 감당할 ‘평범한’ 무주택자가 얼마냐 있겠느냐는 논리에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13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연내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추첨제가 적용되는 아파트 물량 일부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추첨제 물량의 50~70% 정도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30~50%는 무주택 낙첨자와 1주택자가 함께 경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추첨제 아파트 배분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1주택자라도 실수요자는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고려해 공급 비율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무주택자 우선 공급에만 집착한 나머지 1주택자의 신규 아파트 갈아타기 수요는 사실상 배제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의 경우 전용면적 85㎡ 이하 물량은 100% 청약 가점제로 공급하지만, 전용 85㎡ 초과분의 경우 50%는 추첨제로 공급하고 있다. 무주택 기간·부양가족 수 등을 따져 당첨자를 가리는 가점제에선 1주택자들이 당첨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추첨제는 이를 따지지 않아 1주택자 가운데 추점제를 통한 새 아파트 갈아타기도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연내 서울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아파트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로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한 이른바 ‘로또 분양’ 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서초구 서초동에서 분양할 ‘래미안 리더스원’(옛 서초우성1차)이나 반포동 ‘디에이치 반포’(삼호가든맨션3차), 개포동 ‘개포그랑자이’(개포주공4단지) 등 모두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차익이 최소 5억원 이상 날 것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의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청약 당첨 이후 입주 때까지 전매도 제한했다. 수십억원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청약자들만 이들 단지 분양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구조에서 1주택자의 아파트 갈아타기 수요를 대폭 줄인 것은 무늬만 무주택자인 ‘금수저’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권 중대형 평형은 분양가가 최소 15억원을 넘는데 이를 감당할 평범한 무주택자가 얼마냐 있겠느냐”며 “돈 있는 무주택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질 경우 부모와 함께 살다가 분가한 강남권 금수저나, 전·월세로 사는 부자들에게만 로또 청약 당첨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서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처참한 사고 현장
  • 미모가 더 빛나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