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익의 록코노믹스]빌리 아일리쉬가 오버사이즈 옷만 입는 이유

  • 등록 2019-07-06 오전 6:06:06

    수정 2019-07-07 오전 7:06:57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1998년 10월 발표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데뷔곡 “...Baby One More Time” 뮤직비디오는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신인 가수였던 스피어스는 셔츠 단추를 풀어헤친 교복을 입고 나와 열정적인 춤과 노래를 선보이며 단숨에 섹시 아이돌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1994년 4월 음악 잡지 롤링스톤 표지에선 텔레토비 인형을 안고 속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로리타 콘셉트를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표지만 봐서는 롤링스톤인지 플레이보이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모두 스피어스가 10대 소녀 때의 일이다.

여자 가수를 성적 대상화하고 성 상품화하는 일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끊이지 않는 문제다. 미성년자도 예외가 아니다. 인기를 얻기 위해 가수 스스로 원하는 경우도 많다. 스피어스의 섹시 뮤직비디오도 그런 케이스였다고 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뀐 것일까. 스피어스 데뷔로부터 20여년이 흐른 후 등장한 빌리 아일리쉬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섹시한 모습을 온몸으로 거부한다. 일부러 오버사이즈 셔츠와 배기 팬츠를 입고, 때로는 그 위에 두꺼운 패딩 점퍼를 걸치기도 한다.

섹시 콘셉트 없이도 아일리쉬는 톱 스타가 됐다. 지난 2016년 11월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발표한 곡 “Ocean Eyes”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지난 3월 발매한 데뷔 앨범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는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2000년 이후 출생한 가수 가운데 첫 기록이다. 가요 중심인 멜론 차트에도 “Bad Guy”가 올라온 것을 보면 세계적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아일리쉬는 음악 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너바나의 드러머 출신이자 현재 푸 파이터스의 리더인 데이빗 그롤은 아일리쉬에 대해 “그의 음악은 뭐라고 정의하기가 어렵다”면서도 “로큰롤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떤 악기를 사용하든 말이다. 빌리 아일리쉬 같은 사람을 보면, 로큰롤은 죽으려면 아직 멀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문제는 아일리쉬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대중은 그의 음악뿐 아니라 신상과 사생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몸매도 그 중 하나다. 아일리쉬가 오버사이즈 패션을 고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지 독특한 패션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니라, 대중이 자신의 몸을 성적 대상화하는 게 싫다는 것이다.

아일리쉬는 지난 5월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과 촬영한 ‘I Speak My Truth In MyCalvins’ 영상에서 자신의 몸매에 대해 “누구도 견해를 가질 수 없다. 옷 아래 무엇이 있는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그녀는 날씬해/풍만해’, ‘그녀는 날씬하지/풍만하지 않아’, ‘그녀의 엉덩이는 납작해’, ‘그녀의 엉덩이는 뚱뚱해’라고 할 수 없다. 모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일리쉬의 바람과는 달리 지난달 22일 그의 몸매가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생겼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탱크톱을 입은 아일리쉬의 사진과 함께 “Billie Eilish is THICK”이라고 트윗하면서 소셜미디어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thick’이란 단어는 ‘두껍다’는 뜻이지만, 사람의 몸에 대해 사용할 때는 ‘글래머’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성적인 요소가 담긴 단어이기 때문에 여성에게, 특히 미성년자인 아일리쉬에게 사용하기엔 매우 부적절한 언급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아일리쉬는 아직까지 논란에 대해 직접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한 인터뷰에서 옷을 ‘방어기재’라고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더 두꺼운 옷으로 몸을 겹겹이 가릴지도 모르겠다. 미성년자의 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나쁜 대중은 계속해서 존재할테니 말이다.

빌리 아일리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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