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희의 이게머니]`물건 나를 선박도 박스도 모자라`, 치솟는 해상운임

"美 항만에서 물건 못 내리고 2주간 대기"
세계 해상운임지수 1년새 3~4배 올라
수에즈 운하 사고에 코로나·크레인 충돌 '돌발 변수'
코로나19 확산에 적체 더 심해질 듯..내년까지 간다
  • 등록 2021-07-15 오전 6:13:00

    수정 2021-07-15 오전 6:38:25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으로 들어간 배가 평상시에는 2~3일 있다가 나오는데 최근엔 2주씩 대기했다가 나오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정기선인데 미국 들어간 배가 안 나오니 배도 부족하고 컨테이너 박스까지 부족해졌다.”

해상 운임 비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해운업계 측에선 작년 하반기 전 세계 경기가 ‘V자’ 회복세를 보이면서 무역량이 늘어나고 있는데 물건을 실어나를 배도, 컨테이너 박스도 부족해 해상운임 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해상 운임 비용 상승은 내년 초반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 3932 `역대 최고`

해상 운임비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9일 기준 3932.35로 1년 전(1033.58)에 비해 2.8배 급등했다. SCFI는 상하이를 포함한 중국 주요 항구 컨테이너 운송비용을 지수화한 것으로 2009년부터 매주 발표되고 있다. 영국 글로벌 해운조선업 리서치 기관 드로리(Drewry)가 집계하는 세계복합컨테이너지수(WCI)는 이달 8일 40피트 컨테이너당 8795.77달러로 집계돼 1년 전보다 4배 이상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 추이(출처: 매크로마이크로)


중국에서 유럽, 미국 서부해안까지 가는 운임 비용은 이달초 1만2000달러, 경우에 따라선 2만달러까지 부르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해상운송 업계의 가격 담합에 대응하겠다며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의 조치까지 나왔다.

해상 운임비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은 무역량은 증가하는 데 반해 물건을 실어나를 배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배에서 물건을 못 내리면서 물건을 담는 컨테이너박스까지 부족해지고 있다.

전 세계 무역량은 작년 하반기부터 갑자기 급증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경제정책기획국(CPB)에 따르면 작년 3월 코로나 팬데믹이 선언되자 전 세계 무역량이 전월보다 2.3% 감소했고 4월엔 11.9%나 줄었다. 그러나 6월엔 갑자기 무역량이 7.6% 증가하더니 올 4월까지 2월을 제외하고 매달 전달 대비 무역량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에 해외여행을 못 가는 대신 보복 소비가 늘어나면서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 자전거, 애완용품, 자동차 등의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작년 상반기 때 못 나갔던 물건들이 하반기에 몰리면서 미국 항만에 물건이 쌓이기 시작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상 물류 적체는 작년 하반기 미국에서 시작됐다”며 “미국은 항만 노조의 힘이 센 편인데 이들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니 물건은 쌓이게 되고 이런 상태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생기면 1~2주 업무가 마비되고 항만에는 물건을 내리지 못하는 컨테이너선들이 수두룩해졌다”고 밝혔다.

특히 컨테이너선은 버스처럼 정기선이다. 예컨대 매주 토요일 부산항에서 미국 LA항으로 가는 컨테이너선이 있다면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미국 항만으로 들어간 컨테이너선이 장기간 정박하면서 컨테이너선 자체가 순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미 항만에서 적체 현상 벌어지면서 다른 항만에서 배를 빼서 미국 노선에 넣으면서 버텼는데 수에즈 운하 사고가 터지면서 미국 항만 적체 현상이 유럽 항만에서도 나타나고 이것이 아시아 전역으로 번지면서 전 세계 항만에서 컨테이너선이 쌓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옌타이항 코로나19 감염, 대만 가오슝항 크레인 충돌 등 돌발 변수까지 겹치며 항만 적체 현상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물건을 싣고 간 컨테이너선에서 물건을 내리질 못하니 미국에 들어간 컨테이너 박스가 회수되지 못하고, 이는 컨테이너 박스 부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델타 변이바이러스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커진 상황이라 항만 적체 현상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드로리 공급망 어드바이저 부문 책임자 필립 다마스는 “중국 공장들이 문을 닫는 내년 춘절까지는 현 상태가 유지될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10곳 중 1곳은 “물류비 오른 만큼 제품가격에 반영”

해상 물류비 상승은 국내 기업에겐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5월 중순부터 6월초까지 전국 33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물류비 급등에 절반 이상(57.8%)이 생산·영업비용이 상승했다고 답했다. 해외로 물건을 수출하는 데는 13.8일 가량의 운송 지연이 나타났고 해외서 물건을 수입하는 데는 이보다 더 긴 17.4일이 지연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물류비 부담은 결국엔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 업체 중 14.9%는 물류비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류비 부담을 느낀 기업의 3분의 1(32.2%)은 운송비 상승분을 보전할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부는 200억원 규모, 연 1.5% 금리의 물류비 대출 프로그램을 내놓고 이달부터 미국 항로에 두 척의 선박을 추가로 투입했으나 무역량 수요 대비 선박이 얼마나 모자른지 등은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해상 물류비 상승은 국내로 들어오는 운임수입을 증가시켜 운송수지를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5월 운송수지는 11억8800만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 흑자폭을 기록했다. 운송수입은 35만6900만달러로 2012년 9월(35만8100만달러) 이후 가장 규모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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