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제이릴라·스타벅스…'덕업일치' CEO 정용진[오너의 취향]

유통과 야구 접목시킨 `판 바꾼 대담한 사고`
키덜트 문화도 경영에 도입…SNS 소통 활발 장점 활용
스타벅스로 국내 커피 문화 정착 주도
SNS 유명세가 도리어 발목 잡기도
  • 등록 2022-08-11 오전 6:30:00

    수정 2022-08-11 오전 6:3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붙은 지난 5일. 인천 문학동에 위치한 SSG 랜더스필드 관중석에서 응원의 목소리와는 다소 결이 다른 함성소리가 나왔다. 관중의 박수 소리가 향한 곳은 선수들이 뛰고 있는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 스카이박스였다. SSG 랜더스의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의 모습이 보이자 팬들이 호응한 것이다.

지난 5일 SSG 랜더스필드를 찾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모습이 전광판에 포착됐다. 정 부회장의 오른편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모습도 보인다.(사진=MBC스포츠플러스 캡처)
정 부회장은 비슷한 세대의 오너 경영인 중에서 대중과 소통이 가장 활발한 축에 속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면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야구와 골프, 음식, 반려견이 정 부회장의 최근 SNS를 채우는 주요 관심사다. 그야말로 `다취향의 사나이`인 셈이다.

야구에 대한 열정, 구단주로까지

정 부회장은 지난 1993년부터 `굿 펠로우즈`라는 사회인 야구팀에서 3년간 투수로 활약하는 등 야구에 대한 관심이 꾸준했다. 이 곳에서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과도 함께 했는데 훗날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SSG 랜더스를 창단하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SSG 랜더스의 주인이 된 정 부회장은 이따금 지인들을 야구장에 초대한다고 한다. 지난 5일 함께 경기장을 함께 찾은 이가 조원태 한진(002320)그룹 회장이다. 정 부회장이 1990년대 미국 브라운대에서 유학하던 시절 조 회장도 인근 마리안 고등학교를 다녔다.

SSG 랜더스의 홈구장이 소재한 인천은 한국배구연맹 대한항공 점보스의 홈이기도 하다. 야구와 배구를 대표하는 양 구단은 인천 지역 발전을 위한 사회공헌을 지난해부터 2년째 공동으로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친한 지인들을 야구장에 다양하게 초청하고 있다”라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도 함께 야구장을 찾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SSG 랜더스 구단주 정용진 부회장과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구단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해 천안시 서북구 소재 현대캐피탈 복합 베이스캠프에서 유니폼과 기념품을 교환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정태영 부회장 SNS 캡처)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의 미래 동력을 야구장에서 찾았다. 단지 자신의 취향을 넘어서 경영의 일환으로 야구를 끌어들인 것이다. 그는 지난 2016년 `스타필드 하남` 개장식에서 “향후 유통업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021년에는 청라 지역에 추진 중인 스타필드 청라에 야구경기 및 대형 실내 이벤트 유치가 가능한 돔구장을 짓겠다는 구상도 알려졌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를 강조했던 정 부회장이 야구와 유통업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발상을 제시한 셈이다.

인수 전인 2020년 9위에 그쳤던 SSG 랜더스는 올해 KBO에서 2위 LG트윈스와 8게임 차이의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당연한 게 아니다, (정 부회장에게)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똘똘 뭉치고 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프로구단의 덕목이 `승리`라는 측면에서 정 부회장은 구단주로서의 역할을 십분 수행 중이다.

일렉트로맨·제이릴라에 묻어나는 키덜트 취향

정 부회장의 이 같은 경영 스타일은 가전전문점 일렉트로마트에서도 엿보인다. 정 부회장은 대표적인 `키덜트`(어린아이와 같은 취미를 가진 성인)로 알려졌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다스베이더 가면을 착용한 모습을 SNS에 올리는가 하면 `마징가Z`, `우주소년 아톰` 등 소장하는 피규어도 공개했다.

아이(kid)와 어른(adult)을 의미하는 키덜트 문화를 도입한 일렉트로마트는 `일렉트로맨`이라는 캐릭터를 덧댄 가전마트다. 기존의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과 대별되는 큰 차이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지론이) 단순히 마켓 셰어를 뺏어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 셰어를 뺏어와야 한다는 것”이라며 “마트에 오면 지루해하는 남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연결돼서 브랜드화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의 SNS에 ‘제이릴라’ 캐릭터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정용진 부회장 SNS 캡처)
지난 2020년 등장한 `제이릴라`도 유사한 케이스다. 정 부회장의 `부캐`(부캐릭터)로 불리는 제이릴라는 화성에서 태어나 지구로 온 고릴라라는 독특한 설정의 캐릭터다. 정 부회장은 제이릴라와 함께 찍은 사진을 여러차례 게시하면서 “아무리봐도 얘랑은 일도 안닮았음”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세간의 시선을 유도했다.

그룹 관계자는 “제이릴라는 이마트에서 2년 전 처음 만들었고 이를 신세계푸드로 이관해 활용하는 과정에서 정 부회장님이 마케팅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루언서로서의 역량을 경영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스타벅스로 커피 문화 소개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도 정 부회장의 취향이 반영된 사업 영역이다. “스타벅스 국내 1호 팬”을 자처하는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지분을 이마트를 통해 가장 많이 보유한 최대주주다.

자주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마시는데, 스타벅스 내 닉네임은 본인의 이름을 영어로 한 `YJ`이다.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 최애 음료로 `자몽 허니 블랙 티`를 꼽기도 했다. `제주 유기농 말차로 만든 라떼`, `나이트로 콜드 브루` 등도 정 부회장이 선호하는 음료다.
(스타벅스 코리아 유튜브 영상 캡처)
스타벅스는 국내에 아메리카노로 대표되는 커피 문화를 소개한 브랜드다.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이 생겼을 당시만 해도 한 끼 식사와 비슷한 커피 가격으로 사회적 갑론을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에 원두커피 개념의 아메리카노가 처음 소개됐는데 생소한 맛 때문에 고객들이 설탕이나 프림을 찾았다”며 “선행 결제나 테이크아웃도 신선한 문화였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다만 정 부회장의 취향 경영이 성과와 연결되고 있는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일렉트로마트 단독 점포는 수익성을 이유로 이마트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되는 상황이다. 제이릴라와 함께 공개됐던 여자친구 설정의 `샤이릴라`는 2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사라졌다. 정 부회장이 강조한 스토리텔링 형태의 캐릭터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셈이다.

또 정 부회장이 SNS에 언급했던 `멸공` 발언이 논란을 낳으면서 대표적 소비재인 스타벅스 불매 운동으로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정 부회장이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가세연`의 운영자 강용석 변호사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치성향을 드러낸 점 자체는 문제되지 않지만 재벌 인플루언서로서 논란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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