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소리 되찾게 한 오케스트라 교육…포항 청하중

[시골학교의 유쾌한 반란]①경북 포항 청하중
학령인구 감소에도 전교생 2년 연속 증가
학생 58%, 자유학구제 통해 외부서 진학
공부만 하던 학교서 '오고싶은 학교' 변모
  • 등록 2023-10-04 오전 6:00:00

    수정 2023-11-02 오전 10:03:32

지방의 마을들이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인구 감소 시·군·구 89곳 중 85곳이 지방입니다. 지방 소멸의 위기 속에 학교마저 사라지면 새로운 인구 유입 가능성은 아예 차단됩니다. 이데일리는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교육의 질을 제고, 시골학교를 살려나가는 사례를 5회에 걸쳐 보도합니다.<편집자주>

1.경북 포항 청하중


2.경북 문경 당포초

3.경남 거제 둔덕중

4.전남 구례 중동초

5.강원 양양 현북초

[포항=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지난 20일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졌다. 경북 포항의 고즈넉한 시골 마을에 있는 청하중학교다. 차로 20분 거리를 통학하는 2학년 이영서(14)양은 악기를 하나쯤 배우고 싶어 비교적 먼 거리에 있는 청하중을 선택했다. 이 학교에는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있어서다. 이 양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소재 청하중. (사진=김형환 기자)
26일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도 포항 청하중의 전교생은 2년 연속 증가했다. 2021년 107명에 불과했던 전교생은 지난해 128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38명에 달했다. 청하중에 학생들이 몰리게 된 배경에는 교사들의 노력이 있다.

청하중은 2009년까지만 해도 학생들에게 야간자율학습을 강제하는 학교였다. 김신호 청하중 교무부장은 “2009년 이후부터 학령인구가 점점 줄어든다는 통계가 있었고 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학교를 ‘공부만 시키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오고 싶은 학교’로 변모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청하중 학생들이 오케스트라 합주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청하중 제공)
학생들, 2개 이상 동아리 가입

청하중이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로는 먼저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전교생 138명 중 100명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 동아리는 청하중을 대표하는 자랑거리다. 청하중 한켠에 자리한 오케스트라 합주실에는 트럼펫·바이올린·플루트 등이 놓여있었다. 트럼펫을 연습하던 2학년 다문화 학생 올리비아(14)양은 “공연을 앞두고 있어서 연습 중”이라며 “작년 연주회 때 연주 뒤 관객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는데 그 때의 희열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하중 오케스트라 동아리는 매주 토요일에 모여 연습을 한다. 외부 강사가 그 때 학교를 방문하기 때문이다. 어느 덧 동아리 자체가 마을의 ‘명물’이 된 덕분에 토요일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가족, 인근 학교 학생들이 학교를 찾아 오케스트라 수업을 받고 있다. 음악교사 박동혁 씨는 “평일에 (수업을) 진행하면 공부에 영향을 주기에 주말에 오케스트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주말인데도 출석률이 70%를 넘는다”고 했다.

청하중은 오케스트라 외에도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학교다. 체육동아리부터 뮤지컬동아리까지 갖추고 있어 학생 1인당 2개 이상의 동아리에 소속돼 있다. 특히 동아리를 통해 진로를 찾은 학생도 있다. 2학년 이영서 양은 뮤지컬동아리를 통해 뮤지컬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이양은 “예전부터 노래나 춤을 좋아했는데 청하중에 와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꼭 뮤지컬배우가 돼야 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라며 “졸업 후에는 예고로 진학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29일 포항 청하중에서 학생들이 메타버스를 통한 STAEM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폐교 위기서 ‘학생이 오고 싶은 학교’로

청하중은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주관하는 다양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이 오고 싶어하는 학교를 만들려는 교사들의 노력이 외부 유치 활동으로 이어진 결과다. 청하중은 문체부 주관 ‘예술 꽃 씨앗 학교’를 통해 오케스트라 동아리 운영 예산을 확보했다. 교육부 ‘창의·융합 S·T·E·A·M(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교육 선도학교’에도 선정, 이공계 융합교육에도 강점을 가진 학교로 발전했다.

STEAM은 최신 과학 기술을 접목해 수업하는 교과 융합 교육이다. 이번 학기 STEAM 수업의 주제는 ‘메타버스 방탈출 프로젝트’로 학생들이 직접 메타버스를 활용해 맵을 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수학·국어 문제를 푸는 수업이다. 태블릿PC를 통해 메타버스 맵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과목을 공부할 수 있게 설계했다. 친구와 같이 맵을 만들어야하기에 자연스럽게 팀워크도 키울 수 있다. 3학년 김가은(15)양은 “수업 자체가 게임을 하면서 배우게 돼 있어 수학·국어를 어려워하는 친구도 쉽게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고 했다.

매일 아침 집에서 20분 거리의 청하중으로 중3 아들을 통학시키는 학부모 강진(44)씨는 첫째인 딸에 이어 아들까지 청하중에 진학시킨 사례다. 강씨는 “과도기인 중학교 시기를 수려한 자연환경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갖고 보낼 수 있는 학교라 마음에 든다”며 “아이가 악기를 배우는 것이나 과학동아리를 통해 여러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도 만족한다”고 했다.

청하중의 재학생이 늘면서 적적했던 시골마을도 활력을 되찾았다. 한 마을 주민은 “동네에 주로 노인들만 남아 절간같았는데 학생들이 북적이고 간간히 공연도 하니 동네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관할 교육청의 제도적 뒷받침도 지금의 청하중을 있게 한 원동력 중 하나다. 청하중은 경북교육청이 2019년부터 시행 중인 자유학구제 사업에 2021년부터 참여했다. 자유학구제에 포함된 학교는 학생·학부모가 원하면 거주지와 관계 없이 지원할 수 있다. 주소 이전 없이도 시골 학교로의 전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포항시내 일부 원거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청하중 진학이 가능하다.

청하중의 경우 올해 신입생 52명 중 22명을 제외한 30명(57.7%)이 자유학구제를 통해 청하중에 진학했다. 이들은 최대 40분이 걸리는 통학시간을 감수하고 청하중을 다니고 있다. 청하중 관계자는 “청하중에 오기 위해 먼 지역에서 청하중 인근으로 이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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