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략)투기꾼(?) H씨의 `부동산 대책` 방어전략

  • 등록 2002-09-03 오전 8:52:47

    수정 2002-09-03 오전 8:52:47

[edaily 정명수기자]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대책을 보면 꼭 나를 겨냥한 것 같다는 거죠. 얼마전 일산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있는 돈 없는 돈 끌어서 아파트를 하나 더 샀습니다. 원래 살던 집은 전세를 줬죠.

사회 생활 10여년 저의 전 재산은 1억원쯤 됩니다. 아파트가 두 채있지만 하나는 빚으로 산거죠. 저보고 누가 부동산 투기를 한다고 비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근데 이게 뭡니까.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고, 금리인상이다, 재산세 인상이다, 양도세 인상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다 말들이 많은데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일산 저희 아파트 옆동에 사는 제 친구 얘기를 해드릴까요. 대학 친구죠. 졸업하고 이 친구는 증권사에 취직했어요. 주식 때문에 집안 돈을 몽땅 끌어쓰기도 했지만, IMF때 큰 돈을 벌었습니다. 벤처 투자로 한건 한거죠. 이 친구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시행하는 정책은 무조건 따라가라`는 군요. DJ정부의 최대 치적이 뭡니까. 벤처였죠.

벤처 열풍이 식을 무렵, 이 친구는 전국의 땅, 아파트를 보러 다녔다고 합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2억7000만원 주고 샀는데 얼마전에 7억원에 팔아답니다. 지금 이 친구가 어디 사는 줄 아세요. 한 층에 두 집만있는 69평짜리 아파트에 삽니다.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고 금리를 올린다고 합니다. 금리 올리면 서민만 피해봅니다. 제가 아파트 살 때, CD 연동 대출을 받았어요. 예금 금리는 쥐꼬리만큼 오르고, 대출 금리는 뭉텅이로 오르겠죠.

제가 알기로는 미국도 금리가 낮아지니까, 주택 경기가 활황이라고 합니다. 그 나라는 장기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는 `모기지`가 가능해서 금리가 낮아지면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바꾼다고 합니다. 금리가 낮을 때 집을 늘리거나 새 집을 사는 것도 일반화됐고요. 저는 미국에 부동산 투기가 있어서 금리를 올린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저는 집이 있다고 하고, 집없는 사람들은 당장 내년 봄 이사할 때 전세금을 대폭 올려줘야겠지요. 기본적으로 집값이 올랐고, 부동산 대책이 나온다고 집값이 순식간에 떨어지기야 하겠습니까. 여기에 이런저런 세금이 올라간다면, 집 주인들이 전세값을 깎아줄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럼 세입자들은 그 돈을 어디서 구합니까. 은행 대출 받아야죠. 그런데 부동산 투기 막는다고 금리를 올린다면 대출 금리도 따라서 오르겠죠.

저처럼 빚을 내서 아파트를 산 사람도 당장 이자 부담이 늘어납니다. 투기꾼들은 이미 다 시세차익을 얻었거나, 최소한 아파트 수 십채씩 가지고나 있죠. 누구 좋으라고 금리를 올리는 것인가요.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전세로 준 아파트의 전세값을 내년 봄이나 가을에 대폭 올려야죠. 저도 집 두채라고 세금 맞을 텐데요. 또 회사 노조에는 내년 임금 인상 폭을 대폭 올리라고 요구할 겁니다. 월급쟁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집값 부담, 대출이자를 어떻게 감당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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