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일반지점 줄이고 WM은 늘리고

[이데일리 박태진 전재욱 기자] 늘리거나 줄이거나. 주요 증권사들이 지점(점포) 운영을 놓고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주식거래가 급성장하면서 미래에셋대우(006800) 등은 지점 통·폐합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대형증권사들은 고액자산가들의 자산관리(WM)나 법인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점을 신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는 비대면 거래 중심으로 가져가고 지점은 자산관리 부문에 초점을 맞춘 특화점포나 복합점포 형태로 재편해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미래대우 25%↓…KB도 줄여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지점 수는 현재 83곳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136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9% 줄인 것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증권사들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지점을 줄이고 있다. 지난 2016년 합병 이후 효율적인 지점 운영을 위해 통·폐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KB증권 역시 지난해 지점수가 118개였지만 올해 상반기 116곳으로 줄인 후 하반기 들어 한곳을 더 줄였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67곳이었던 지점수를 올 상반기 66곳으로 줄인 뒤 지난달 2곳을 더 줄여 현재 64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지점을 줄이는 이유는 비대면 거래 활성화가 가장 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11일까지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을 통한 주식거래 대금은 하루 평균 4조5376억원으로 전체의 45.1%를 차지했다.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주문한 비중 32.5%를 크게 웃돈다. 영업점 비중은 지난해 33.4%에 비해 줄었다. 비대면 계좌개설이 보편화하고 주식거래도 상당부분 PC나 휴대폰을 통해 이뤄지면서 굳이 비용이 큰 영업점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여기에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 수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투자은행(IB)이나 트레이딩 비중을 늘리면서 수익구조 다변화를 이룬 만큼 변동성이 큰 주식중개에 목을 맬 필요성이 줄었다는 점도 지점 줄이기에 나선 이유로 꼽힌다. 실제 대내외 악재로 증시가 침체하면서 올들어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9977억원으로 지난해 6조5646억원에 비해 24% 감소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WM 확대가 대세…대면 수요도 한몫

반면 일부 증권사에서는 WM지점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지점 수는 87개였지만 올해 초에 한곳을 더 늘렸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법인과 고액자산가 자산관리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올해 초 서울 여의도 본사 2층에 금융센터를 새로 신설했다”며 “비대면이 대세이지만 어느 시점에 가서는 더 줄이기는 힘들 것이고 특히 자산관리는 대면으로 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은 그간 총 6곳의 지점을 운영했지만 지난 7월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강남 프리미엄 WM센터’를 열었다. 고액자산가들의 자산관리를 전담하기 위해 신설했다는 게 이 증권사 측의 설명이다.

NH투자증권(005940)은 조직개편을 통해 법인영업을 전담하는 지점을 더 늘렸다. 이로 인해 총 지점 수는 올 1분기까지 82개였지만 현재 총 85개다. 현재 51개 지점을 운영중인 대신증권도 WM지점을 신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합점포·대형거점점포도 확대

복합점포나 대형거점점포를 늘리는 것도 추세다. 한 공간에서 은행과 증권에 관한 ‘원스탑 서비스’를 제공해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은행 지점과 연계한 라운지(영업소)를 늘리면서 전체 지점수를 계속 늘리고 있다. 올 1분기까지 영업소를 포함해 총 121곳이었던 지점은 영업소 3곳이 더 늘어 총 124곳이다.

신한금융투자 측은 “지점을 늘리면 운영 부담이 늘어나지만 전국 신한은행 지점에 영업소를 차려 비용을 줄이고 증권 관련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해 효율성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주사인 DGB금융지주(139130)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복합점포 개설을 확대함과 동시에 일반점포들을 통폐합해 대형거점점포로 운영한다는 전략이다. 올 상반기 복합점포 3곳을 연 데 이어 다음 달 중순에는 대구에 복합점포 4호를 열 계획이다.

이 증권사는 또 이달 강남WM센터(복합점포)에 압구정지점을 합쳤고, 최근 동울산지점과 전하동지점을 합쳐 대형거점점포인 울산전하WM센터를 신설했다. 이로 인해 복합점포를 포함한 지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30곳에서 현재 28개로 줄었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달 말에도 부산의 구서지점과 구포지점, 영업부지점 3개가 합쳐진 부산WM센터(대형거점점포)를 신설할 예정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수익모델이 기존 브로커리지 중심에서 WM과 IB 확대로 가다 보니 지점도 그에 맞게 리모델링할 수밖에 없다”며 “고액자산가나 법인 대상의 특화점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복합점포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