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유경제협회를 이끌고 있는 조산구 회장은 1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타다금지법을 통과시킨 정부·여당의 행태를 “근시안적이며 미래지향적이지도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제안했다. 조 회장은 국내 첫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기존 규제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사업을 허용하는 방식)를 적용받고 있는 `위홈(WEHOME)`이라는 공유숙박 비즈니스를 직접 이끌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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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샌드박스나 신성장산업에 대한 `선(先)허용, 후(後)규제` 방침에 대해서도 “포지티브시스템을 그대로 쓰고 있는 상황이라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다”며 “해외 플랫폼업체를 막지 않더라도 적어도 공정하게 경쟁할 순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조산구 한국공유경제협회장과의 일문일답
-이른바 `타다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아쉬움이 크다. 공유경제라는 거대한 흐름이 생겨나면서 모빌리티산업의 패러다임을 다시 써야할 상황이었다. 급작스러운 변혁이 외부로부터 오면서 지금까지의 교통 인프라, 모빌리티 서비스, 고객 니즈 등을 모두 리셋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고객 니즈가 모든 변화의 핵심이라는 점을 간파했어야 했다. 타다금지법 처리는, 큰 집을 지어야 하는데 집 전체 그림을 보지 않고 거실만 생각하고 거실부터 만든 꼴이다. 나중에 큰 집을 지으려할 때 그 거실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택시 서비스의 질을 낮춘 대신에 가격(요금)을 통제했다. 그게 택시 선진화를 막은 근본 이유다. 타다 입장에서는 택시를 더이상 국가 면허로 해선 안된다고 본 것이고 국민들이 원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이었다. 정부가 양 측 입장을 절충해 조율할 수밖에 없었다는 건 이해하지만, 섣불리 타다금지법 같은 법안을 처리해선 안되는 것이었다. 섣불리 이런 법을 통과시키고 나면 앞으로 올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했어야 했나
-일각에서는 타다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무슨 혁신이 있느냐고도 한다.
△무지한 얘기다. 타다는 170만명의 고객이 선택한 서비스다. 그 자체로 혁신적인 것이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이 데이터이며 이런 데이터가 집적돼야 신산업이 가능해진다. 타다의 서비스는 모빌리티 성장을 위한 빅데이터를 모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타다에 혁신이 없다는 지적은 아직도 구한말 시대의 사고방식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여당는 뭘 해야 하나
△애초 국토교통부와 여당 스탠스 자체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다만 시각이 근시안적이며 미래지향적이지 않았다는 건 분명하다. 택시라는 산업 자체가 사양화하고 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정부가 모든 걸 콘트롤 할 순 없다. 전체적인 모빌리티산업을 보면 아이는 자라는데 제도는 두 살짜리 몸에 맞춰져 있다. 일단 지금 상황에서 어떠한 정책도 멈추자고 제안하고 싶다. 제도적으로 현상을 유지하면서 선한 혁신이 가능하도록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해외 석학들까지 다 모아서 논의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번 기회를 헛되이 하지 말고 모빌리티 뿐 아니라 전반적인 공유경제를 둘러싼 기존 산업과의 갈등을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는 합의를 이뤄내자는 것이다.
-결국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야할 듯 하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이런 공유경제나 신성장산업에 대해 규제 자체를 네거티브시스템으로 가야만 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독점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착취가 일어나게 된다. 정부는 플랫폼을 키워주면서 독점이 되지 않도록 데이터를 공공화하도록 하고, 투자자들에게만 이익이 집중되지 않도록 디지털세(稅)를 걷거나 사회환원을 유도할 수 있다. 일단 판을 깔아준 뒤 독점화에 대한 폐해는 그 이후에 고민하면 된다.
-이처럼 공유서비스에 제동이 걸린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나
-정부가 올해부터는 신산업에 `선허용, 후규제`를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현장에선 체감이 되나
△아직도 여전히 힘들다. 포지티브시스템을 그대로 쓰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그렇게 하겠다고 선언해도 현장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공무원들의 생각도 바로 바뀌지 않는다. 사회시스템도 종전 규제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쉽게 바뀌기 어렵다.
-협회장이지만 직접 운영하는 위홈이라는 공유숙박 모델이 규제 샌드박스 덕에 실증특례를 받았다.
△규제 샌드박스는 일종의 타협점이다.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실험적으로, 한시적으로 규제를 안 받게 해주겠다며 절충한 것이 규제 샌드박스다. 그러나 이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도 기존 공무원들이다보니 어렵다. 애초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됐던 취지대로 운영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규제 샌드박스에 적용된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공무원들이 권한을 가지고 규제를 풀어줄 수 있도록 하고 그 책임을 묻지 않는 등 적극행정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당장 공유숙박만 봐도 위홈은 규제시스템 내에서 뭔가를 해야 하는 반면 글로벌 공룡인 에어비앤비는 자신이 쓰고 싶은 무기를 마음껏 쓰고 있다. 이럴 때 우리 공무원들이라도 다윗인 국내 기업 편을 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이를 제어하고 있다. (실제 위홈만 해도 서울 지하철 1~9호선 역 근처 1㎞ 이내여야 하고 호스트(집주인)가 반드시 거주해야 하는 등 정부가 실증특례에 내건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어비앤비를 막아 달라는 건 아니지만, 국내에서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에어비앤비와 적어도 공정하게 게임할 수 있게는 해줘야 한다. 공유숙박 플랫폼을 내주면 우리 관광산업 모두를 다 내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 공유경제에 미래가 있다고 보는가
△있다. 또 있어야 한다. 공유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재료나 기술 모두 뛰어나다. 다만 문제는 레시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단 공유경제에 대한 정의부터 컨센서스가 없다. 최근 흐름으로 보면 개개인의 유휴자원 공유로 시작했던 공유경제가 서서히 시민 중심의 경제모델이자 사회현상으로 바뀌고 있다. 기술로 인해 시민들 스스로가 경제가치를 만들고 유통하고 소비하고 있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다. 이를 잘 적용하면 우리가 공유경제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 가치 만드는 주체인 시민을 소외시키고 플랫폼이 이익을 독식하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 공유경제 시스템을 잘 짠다면 전 세계가 따라올 수 있는 모델을 앞장서 제시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