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은의 지구 한바퀴]⑮Good-bye 파타고니아!

  • 등록 2015-09-05 오전 6:15:00

    수정 2015-09-05 오전 6:15:00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우리의 신혼여행이 보름을 넘어가고, 파타고니아 일정도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다. 엘찬텐에서 피츠로이를 끝끝내 제대로 보지 못한 우리는 아쉬운 맘을 안고 다시 칼라파테로 돌아왔다.

이제 칼라파테는 제법 익숙한 동네같다.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파타고니아에서 마지막을 장식할 디자인 스위트 칼라파테로 이동했다. 체크인하고 호텔방에 들어서는데, 푸르디 푸른 아르헨티나 호수가 통창으로 한 가득 들어온다.

디자인 스위트 칼라파테 방에서 보이는 라고 아르헨티나. 사진=김재은 기자
방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놨다. 대충 짐을 풀고, 셔틀 버스를 타고 칼라파테 시내로 나왔다. 저녁도 먹고, 기념품도 살 겸해서다.

동화마을같은 엘 칼라파테 기념품 상점가게들. 사진=신랑
여기저기 정처없이 걷다보니 동화마을처럼 꾸며놓은 기념품 상점가게들이 등장한다. 오두막 콘셉트로 골목 구석구석 작은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칼라파테에서 파는 마그넷은 다 손으로 만들었는지 올망졸망 귀엽기만 하다.

엘찬텐과 엘칼라파테에서 산 귀여운 마그넷들. 사진=김재은 기자
여기저기 들러 구경하던 우리는 칼라파테에서만 살 수 있을 법한 앞치마도 하나 샀다. 설거지 당번은 신랑이므로 신랑 취향에 맞춰 소고기가 부위별로 소개된 심플한 앞치마다. 계산을 하며 이 주변 맛있는 레스토랑을 묻자 친절한 여종업원이 가게 이름까지 적어주며 꼭 가보라고 한다.

앞치마를 두른 신랑. 사진=김재은 기자
분명 이 길에서 나와서 왼쪽으로 가다보면 나온다고 했는데, 잘 보이질 않는다. 가게 간판을 하나씩보면서 다시 되돌아오는 길에 드디어 맛있는 레스토랑 ‘Casimiro Bigua’를 찾았다! 이른 저녁시간이라 레스토랑엔 사람이 거의 없다. 우리말고 다른 커플 한 팀이 전부다. 칼라파테 시내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골랐다.

레드와인과 식전 빵. 사진=김재은 기자
에피타이저인 해물 스프와 아르헨티나에서 유명한 스테이크와 대구요리를 각각 시키고는 레드와인 한 병도 주문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여유있게 파타고니아 마지막 날을 즐기기 위함이다.

드디어 식사가 나오고, 보는 것 만큼 맛이 훌륭하다. 라이스를 곁들인 대구요리는 담백하고 신선하다. 스테이크 역시 크기도 제법 크고, 육질이 부드럽게 씹힌다.

매우 훌륭했던 대구요리. 사진=김재은 기자
신랑이랑 푼타아레나스부터 엘찬텐까지, 마젤란 펭귄부터 토레스델파이네, 모레노빙하, 피츠로이까지 파타고니아에서의 시간들을 얘기하며 즐겁게 저녁을 먹고, 와인을 마셨다.

내일이면 이제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향한다.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파타고니아라는 생각으로 알차게 놀아야겠다.

식사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 1층에는 아르헨티나 호수가 보이는 실내 수영장이 있어 모처럼 수영을 하고 놀기로 했다. 칸쿤에서 며칠 지낸 것 외엔 강행군을 했으니, 오늘은 맘껏 쉬기로 한다. 호텔방에서 캔맥주 2개와 과자, 음료를 챙겨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 창을 통해 바라본 아르헨티나 호수 주변은 역시나 바람이 거세다. 우리 말고도 다른 커플이 있었지만, 얼마 안돼 우리에게 풀장을 통째로 내어줬다. 수영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사진도 찍고…. 맥주도 간혹 홀짝이며 두 시간쯤 놀았다.

밖은 이제 제법 어둑어둑해졌다. 방으로 올라와 샤워를 하고 아르헨티나 호수를 바라보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지금 생각해도 파타고니아 마지막 날의 기억은 또렷하다. 그만큼 아쉬움이 컸기 때문일거다. 그래도 감상에만 젖어있을 수 없어 서둘러 짐을 싸고 잠을 청했다.

아침이 밝았다. 우리가 파타고니아를 떠나는 게 아쉬웠던지 안 그래도 센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분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택시를 불러 엘 칼라파테 공항으로 향한다. 몇번이고 뒤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란칠레항공 오전 11시10분발이다. 짐을 부치고 검색대를 통과하려 줄을 섰는데 이런! 공항이용료를 따로 내야한다고 한다. 다시 공항이용료 내는 곳을 찾아 돈을 내고 검색대를 통과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라고 아르헨티나. 사진=김재은 기자
간만에 공항 와이파이를 켜니 카톡이 무지 많이 와 있다. 그중에 눈에 띄는 건 언니가 보낸 것. 오래 아프셨던 아빠가 상당히 위독하시다는 내용이다. 신혼여행 출발하고 나서부터 계속 안 좋으셨다는데, 이제야 어쩔수 없이 연락했다고 한다.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동안 나 즐겁자고 놀기만 했지, 부모님이 어떠신지는 한번도 생각하지도 않았다. 일단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 다시 연락하겠다고는 했지만…. 걱정하니 신랑에게는 말하지 말라는 언니의 신신당부에 혼자 그냥 끙끙댈 수 밖에 없었다. 아르헨티나 국기색을 닮은 ‘라고 아르헨티나’를 뒤로 하고 비행기는 높이 높이 날아올랐다. 이렇게 파타고니아 여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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