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덕 칼럼]바늘구멍이라도 뚫겠다는 대학생들

  • 등록 2014-10-17 오전 7:34:06

    수정 2014-10-17 오전 7:34:06

[남궁 덕 칼럼]“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학점도 좋은 데 벌써 다섯번째 떨어졌어.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어.” 얼마 전 만난 선배의 하소연이다. 선배의 아들은 서울의 명문대학 4학년생으로, 미국 연수 경험에다 토익점수 980점대 등 각종 스펙을 갖췄는데도 문을 두드린 굴지의 대기업과 금융회사마다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삼성이 20년 만에 서류전형 부활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12일 치러진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10만 명 이상의 취업 준비생들이 몰렸다. 올해 하반기 삼성의 채용 규모가 4500~5000명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경쟁률이 20대 1을 넘는다. 지난 9일엔 현대차 인적성검사(HMAT)가 실시됐다. 서류전형을 거쳐 응시 자격을 얻은 인원만 2만 명 이상이었다. 대졸자의 취업 시장은 이런 판국이다.

대학생들의 취업문이 ‘바늘구멍’이 됐다는 건 구문이다. 문제는 바늘구멍이 더 좁아지고 있고, 문과 전공자들에겐 아예 기회 자체가 닫히고 있다는 점이다. 몇몇 기업들은 최악의 실적부진으로 채용여력이 바닥이지만, 냉가슴을 앓으면서 예년 규모로 채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는 좀 줄이고 싶다”는 속내를 감춘 채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편한 진실’이다.

국내 1등 기업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쇼크’로 뒤뚱거리고 있고, 세계 1위 조선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실적부진으로 임원 30%를 줄였다.신바람 나는 직장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그제 올해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기존 3.8%에서 3.5%로 0.3%포인트 낮췄다. 기준금리도 사상최저인 2.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저성장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한국 경제를 뒤덮는 형국이다. 곡(哭)소리가 들린다. 취업문이 닫히는 소리이기도 하다.

취업문을 넓히는 길은 간단하다. 오늘의 한국 경제를 일군 대기업들이 빨리 위기국면에서 탈출해 성장궤도에 재진입하고, 새로운 유망 기업이 새싹처럼 돋아나게 하면 된다. 그런데 정치권은 위기의 한국호를 건질 리더십을 보이기는커녕 사색당파 싸움에 눈이 먼것 아닌지 답답할 따름이다. 6개월째 ‘세월호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정감사장에선 추측성 주장과 억측으로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제기한 ‘삼성 휴대폰, 보증기간 차별’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장 의원은 지난 12일 국감 자료를 통해 “삼성전자 휴대폰 보증기간이 미국 영국 호주 등 해외는 2년인 반면 국내는 1년”이라며 국내 소비자 역차별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한쪽 면만 본 무책임한 주장이었다. 문병호 의원은 “국산 스마트폰의 국내 출고가가 미국보다 8만~40만원 비싸다”고 주장해 “부가가치세를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비교”라는 삼성전자의 반발을 샀다. 기업인들을 혼쭐 내거나 망신주기식 기업인의 국감 증인 채택도 정치권의 기업활동 방해다.기업인을 국회에 불러 놓고 하루종일 대기시키다가 질문이라고는 단 몇분에 그치는 일은 올해 그만뒀으면 좋겠다.

거침없이 달려온 한국기업과 한국호는 지금 ‘데스밸리’를 만났다. 무섭게 추격하는 중국 기업이 데스밸리를 더 깊게 파고 있다. 위기 탈출 리더십이 아쉬운 국면이다. 정치권은 당파싸움을 접고.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규제를 풀어 기존 기업의 활로를 열어줘야한다. 그래야 많은 새내기 기업이 봄풀 자라듯이 솟아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바늘구멍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 모습을 자화상 처럼 매년 봐야 할 것이다. <총괄부국장 겸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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