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열의 물이야기]과학과 정치의 싸움, 피해는 국민

  • 등록 2023-07-21 오전 6:15:00

    수정 2023-07-21 오전 6:15:00

[이중열 물복지연구소장]‘환상의 진실효과’(illusion of truth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심리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사실과 전혀 상관없는 주장을 반복해 노출하면 그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왜곡된 것일수록 과장되게 포장하고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면 그 파급 효과는 더욱 크다. 처음에는 부정하고 의심을 받지만 반복하고 되풀이할수록 대중들은 사실로 믿게 된다.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광우병 촛불시위를 떠올리면 간단히 이해할 수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삼중수소 배출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의 해양 방류를 찬성하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당연히 없을 것이다. 삼중수소의 원자핵은 한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로 이뤄져 있다. 반감기가 12.3년인 방사성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삼중수소의 음용 기준은 1ℓ당 1만Bq(베크렐) 이하이다.

후쿠시마 삼중수소 배출과 관련해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국내외 여러 기관의 연구 결과물이 발표되고 있다. 후쿠시마 삼중수소 총량은 약 780TBq이며, 이중 1년에 22TBq씩 배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은 후쿠시마 삼중수소의 오염수 방류 10년 후 태평양에서 어떻게 확산할지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했다. 배출한 삼중수소 중 일부가 쿠로시오 해류와 대마 난류를 타고 제주도 남동쪽으로 들어와 동해로 흘러가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남해와 서해로도 확산한다는 예측이 나왔다. 또 오염수가 제주도까지 오는 데에는 4~5년 정도 걸리며 유입될 것으로 추정되는 삼중수소 양은 1㎥당 0.001Bq이었다. 국내 해양에 존재하는 삼중수소 농도인 172Bq/㎥의 10만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매우 낮은 수치다.

후젠중 중국 칭화대 해양공학연구소 교수팀은 한국에는 1200일 후에 최소 0.29Bq/㎥의 삼중수소가 도달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해역의 농도 값 172Bq/㎥의 0.007배 정도인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IAEA는 ALPS로 처리된 오염수가 파이프 고장 또는 탱크 고장으로 희석 없이 유출될 경우를 가정한 분석도 내놨다. IAEA는 “이런 상황에서 해산물을 장기간에 걸쳐 다량 섭취하는 경우를 가정해도 방사성 물질 피폭 정도가 연간 5mSv(밀리시버트)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참고로 우리나라 성인은 통상 1년간 약 3~5mSv의 방사선을 받고 있다.

과학과 기술은 정답이 있다. 이러한 과학이 우리나라에서 의도를 가진 왜곡된 선동에 뭉개지는 ‘환상의 진실효과’는 이뿐 아니다.

2014년 부산 기장군에 총 사업비 1954억 원을 투입해, 하루 4.5만t 담수를 만들어내는 시설이 건설됐다. 그런데 탈핵(脫核)을 주장하는 일부 단체가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생산되는 물에 고리원전에서 나온 삼중수소가 들어 있다”는 왜곡된 주장을 펴면서 시설이 9년째 멈춰 섰다. 장비는 고철덩이가 돼가고 있다.

4대강 사업은 농업용수와 먹는 물 해결을 위한 신의 한 수였다. 사업 전만 해도 전국규모 수해의연금 모금이 빈번히 있었지만 최근 10여년 사이 자취를 감춘 것은 왜일까? 4대강 사업 이후 가뭄과 홍수 피해가 급감한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서울대와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전 10년(2000~2009)과 사업 후 10년(2013~2022)의 수질을 비교한 결과, 4대강 보의 경우 ‘개선’이 81%, ‘악화’가 6%, ‘유의미한 변화 없음’이 13%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렇듯 이수(利水)와 치수(治水)가 국민의 편익에 부합하는 보(洑)를 수질 평가 항목을 조작해 해체와 개방 결정을 했다. 비(非)과학이 과학을 이기는 대한민국이다

물에는 전 과정에 과학과 기술이 절대적으로 녹아들어야 한다. 이념이나 정치가 끼어들어선 안 된다. 하지만 비과학적 괴담으로 기장 해수 담수화와 4대강 사업 등 천문학적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는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과학과 기술이 괴담과 선동에 맥을 못 춘다. 이런 나라는 미래가 없다. 나라와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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