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좌절없이 자란 아이는 불행하다"

프랑스·독일서 찾은 양육 해법
체험경험으로 자제력 길러주고
느린 교육으로 속도 맞춰줘야
……………………………………
프랑스 아이처럼
파멜라 드러커맨|328쪽|북하이브
슬로우 육아
헤르베르트 렌츠 폴스터|232쪽|부키
  • 등록 2013-03-28 오전 8:07:14

    수정 2013-03-28 오전 8:07:14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아이가 태어나 품에 안기는 순간 부모의 지난한 고민은 시작된다. 아이를 업을 것이냐 안을 것이냐, 바로눕혀 재울 것이냐 엎어서 재울 것이냐, 유모차에 태울 것이냐 걸릴 것이냐 등등. 좀더 아이가 자라면 부모의 고민은 종종 ‘내 아이의 영재성’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감성지수를 높인다는 모차르트 음악을 틀어대고 지능지수 향상을 위해 과학적으로 고안됐다는 장난감을 굴린다. 시간이 더 지나면 적극적인 관리문제에 봉착한다. 자유와 허용이냐, 참견과 규율이냐의 카테고리 사이에서 부모는 아이보다 더 격렬하게 방황한다. 그러니 어쩌랴.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을 외우고 다닐 수밖에. 몸은 선택한 한쪽에 있으나 눈과 마음은 다른 한쪽을 늘 주시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심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 젊은 부모의 갈등이 도드라진다. 소신이 없다고 할 수 없으나 불안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여기 프랑스와 독일에서 아이를 직접 키우고 또 육아법을 연구해온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세상에서 가장 시름없이 아이를 키운다는 프랑스, 아이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일에 몰두한다는 독일이다. 방식은 차이가 있지만 결론은 다르지 않다. 아이는 뒤치다꺼리가 필요한 숙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대상이란 것. 그러니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는 ‘헬리콥터 부모’도 말고 엄하디 엄한 ‘타이거 머더’이기도 관두라는 것이다.

▲“앙팡 루아라고? ‘왕아이’는 모욕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출신 미국 여기자가 영국인과 결혼해 프랑스에 정착했다. 결혼도 생경한데 출산과 육아라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에 몰리게 됐다. 조바심을 내던 어느 날 문득 그의 눈에 특별한 광경들이 들어온다. 식당에서 소란 한 번 피우지 않고 긴 코스요리에 동참하는 아이들, 쇼핑센터에서 떼쓰거나 징징대지 않는 아이들, 생후 2~3개월부터 밤새 한 번도 깨지 않고 잘 자는 아이들이다. 더욱 놀라운 건 ‘안 돼!’라는 부모의 과격한 금지에도 아이들은 좀처럼 절망하지 않더라는 거다.

몇몇 가정에나 있을 법한 우연일 거란 생각은 곧 사라졌다. 뿌리깊은 인간 이해에서 비롯된 프랑스의 육아철학이란 것을 알게 된 거다. ‘프랑스 아이처럼’(파멜라 드러커맨 지음·북하이브)은 그 깨달음에서 시작한,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저자의 육아 취재기이자 일기다.

‘앙팡 루아’. 프랑스어인 이 말은 가족 안에서 마치 왕처럼 군림하는, 이른바 ‘왕아이’를 뜻한다. 프랑스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이렇게 불리는 걸 가장 큰 모욕으로 여긴단다. 부모 자신은 물론 아이에게도 혼돈을 주고 자제력을 떨어뜨리는 최악의 육아를 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 신념을 품고 사는 프랑스 부모에게 아이를 이해하는 일은 단순하지만 깊이가 다르다. 가령 아이와 함께 어느 집을 방문할 때 미국 부모와 프랑스 부모는 태도가 다르다. ‘착하게 굴어라’고 말하는 미국 부모에 반해 프랑스 부모는 ‘현명해라’고 한다는 거다. 착해지란 건 아이의 본성을 거스르란 지시일 수 있다. 반면 현명하란 건 아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올바른 판단력을 발휘하란 뜻이 된다.

‘극단적 자유’와 ‘독재적 제한’을 동시에 체득케 하는 것이 프랑스식 육아법이다. 한없이 자유롭지만 철저히 자제하도록 가르친다. 기다림의 미학도 있다. ‘잠깐 멈춤’을 통용하는 것이다. 이는 곧 아이가 우는 곳을 향해 스프링처럼 튀어나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찌보면 프랑스에선 특별한 부모가 되기 위한 철학은 없는지도 모른다. 그저 아이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달리 생각할 뿐이다.

▲“당신이 아닌 아이의 속도에 맞춰라”

“진정으로 아이를 돕고 싶다면 발달의 뿌리를 알아야 한다.” 아이는 얼마 전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수천년에 걸친 성장에 근원을 둔다. 한마디로 ‘준비된 존재’다. 그러니 시대가 변화하고 문화가 바뀌어도 아이를 기르는 원칙에는 공통분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슬로우 육아’(헤르베르트 렌츠 폴스터 지음·부키)에는 독일 소아과 의사이자 교육심리학자인 저자의 이같은 생각이 담겼다. 핵심은 제목 그대로다. ‘천천히’ 아이의 속도에 맞춰 키우라는 거다. 한 가지를 더 붙인다면 ‘인간답게’다. 아이는 자아를 지닌 인간이다. 그러니 임상실험용 동물이나 로봇처럼 관찰되고 양육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의 발달에는 ‘종에 적합한 조건’이 필요하다. 유아기 때 느끼는 애착, 다른 아이와의 사회적 경험, 아이 속도에 맞춘 교육이다. 애석하게도 재능은 그 조건이 아니다. 훈련으로 단련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후원이나 지원이 효과적인 영역은 따로 있다. 그러니 발달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쏟아붓는 조기교육은 쓸모가 없다는 논지다. ‘독립적인 아이’에 대한 오류도 바로잡는다. 인간 발달에서 독립이 의미하는 실제를 꿰뚫어야 한다는 거다. 인간에게 독립은 “고속도로에서 멋대로 달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능숙하게 교류하는 능력이다. 관계의 해체가 아니라 관계의 형성이다.

육아의 방향과 속도는 조절돼야 한다. 다만 아이의 본성과 기질에 따라서다. 불안을 못 이겨낸 부모가 개입하는 순간 아이의 발달능력은 무너진다는 조언과 경고를 동시에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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