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멈춰선 남북 철도 연결사업, 다시 시작하려면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 등록 2019-09-04 오전 5:00:00

    수정 2019-09-04 오전 5:00:00

지난 달 24~26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아주 잘 알게 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나라를 가진 사람이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한국 사이에 있다. 사람들이 한국에 가고 싶
다면 항공기를 타는 것 외에 북한을 통과해 갈 수도 있다. 철도나 다른 모든 것이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했던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를 위한 남북 교통망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은 동·서해안 비무장지대(DMZ) 지역의 통합적 개발 전략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신북방정책(New Northern Diplomacy)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단절된 남북 철도 연결과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은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으로 큰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종단철도(Trans Korea Railway·TKR) 연결 사업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가시화됐다. 2000년대부터 시작된 아시아·유럽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의 시작과 완성은 TKR 연결로부터 시작된다는 얘기다. 남북 간 대표적 경협 사업인 철도 연결은 2008년 12월 남북 관계 냉각으로 중단됐다. 다시 철도 연결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된 것은 작년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의 후속조치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과 착공식 합의였다.

이렇게 11년 만에 재개된 남북 철도 연결은 북측 철도 공동조사로 시작됐다. 이에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해 6월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제46차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급 회의에서 29번째로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한국은 2015년부터 유라시아 대륙철도망과의 연계 강화를 위해 매년 OSJD 가입을 타진했지만 북한의 반대로 무산됐다. 다행히 작년 4월과 5월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북측 철도 공동조사는 18일간 진행됐다. 28명으로 구성된 남측 철도공동조사단은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경의선 구간을 시작으로 북측 인원들과 열차에서 숙식을 하면서 개성~경의선 구간 약 400㎞를 조사했다. 동해선 구간인 금강산에서 두만강까지 약 800㎞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가 12월 8일부터 17일까지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 12월 26일에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거행됐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대북제재 면제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우리 측 100명은 새마을호를 개조한 특별열차를 타고 개성 판문역에 도착해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궤도 체결식을 가졌다.

기대감이 컸지만 이게 전부였다. 그 이후 아무런 진척이 없이 지금까지 중단 상태다. 결국 한반도 평화 구축과 동북아의 안정과 번영의 출발점이 될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은 조속한 북한의 비핵화 진전 여부에 따라 추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신(新) 베를린 구상’을 시작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경협 확대를 통한 협력적 대북정책과 신북방정책을 중심으로 중·러 및 유라시아 지역과의 철도, 에너지, 물류 등 국제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적 성과 달성과 중요한 모멘텀이 될 TKR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까지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최대 걸림돌이다.

통일부는 내년도 예산에 철도·도로 협력 사업 예산을 증액해 반영했다. 경제 인프라 구축 예산이 4289억원에서 4890억원으로 601억원 증액됐는데, 이 중 대부분이 철도·도로 사업 관련 예산이라는 게 통일부 측 설명이다.

멈춰선 북미 비핵화 협상이 조속히 재개되고, 이에 따른 대북제재 해제가 선행돼야 쓸 수 있는 돈이다. 북한이 남북 철도 연결과 현대화에 관심이 많은 만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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