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모습 드러낸 EU 탄소국경조정제도, 국내 대응 속도내야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 등록 2021-07-29 오전 6:00:00

    수정 2021-07-29 오전 7:40:31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지난 7월 14일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역내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55% 감축하겠다는 패키지 법안, ‘핏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이전에 약속했던 40% 목표를 넘어서 더 급진적으로 탄소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향후 1년 반 동안 EU의 일반입법 절차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아울러 자기들이 이런 전향적인 계획을 밝혔으니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동 법안에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 기존에 운용 중인 배출권거래제(ETS)의 대상을 확대하고 배출할당량을 줄이는 것, 에너지 분야에서 탄소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친환경 에너지로 빨리 전환하도록 하는 유인 체계를 구축하자는 내용, 삼림 등 탄소흡수원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 목표를 상향하고,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출시를 금지하며 대체연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 항공과 해운 분야에서 친환경 연료사용을 촉진하고, 친환경 전환과정에서 탈락하는 산업, 노동자, 지역공동체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 등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총 망라돼 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여러 번 예고됐고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역외 국가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EU ETS 적용지역 밖에서 생산된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기가 역내로 들어올 때 수입업자는 배출권 가격에 해당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유럽 지역으로 수출할 때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에 따라 추가적인 비용이 드는 것이다.

EU가 새로운 통상장벽을 만들고 있다고 역외국 특히 개도국들이 불만이 상당하고,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이미 천명한 바이든정부의 통상당국도 이 제도에 대해서는 이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대의가 있다 보니 마냥 반대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는 대(對) EU 수출 비중이 상당한 철강제품에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최악은 피했다. 6월 초에 유출된 초안에 비해 적용대상 범위가 축소되는 등 EU가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한 모양새다. 우선 간접배출 분야는 제외됐다. 사업장에서 배출된 탄소 즉 직접배출만 계상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철강 제조공정에서 사용되는 전기를 생산할 때 배출된 탄소가 간접배출의 대표적인 예인데, 만약 이를 포함했다면 석탄화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한 경우 친환경 전기보다 인증서 구매 부담이 더 커졌을 것이다.

또 하류 부문은 제외하기로 했다. 예컨대 EU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적용 대상인 강판이나 알루미늄이 들어있어도 하류 부문인 자동차에 인증서 구매 부담을 지우지는 않는다. 더구나 2023년부터 일단 제도 시행에 들어가지만 3년 간은 실제 비용을 부과하지 않고 전환기간으로 운용해 본 뒤, 2026년 1월 1일부터 금전적 부담이 시작된다.

이 법안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6월 초에 언론에 유출된 판본과 최종본이 상당히 다른 것을 보면 이 제도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라고 유추할 수 있다. 또 미국 등 역외국뿐만 아니라 역내 중·동구 회원국들의 이견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유럽의회와 이사회 승인과정에서 법안의 내용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마당에 그리고 심상치 않은 기후위기의 조짐을 볼 때 새로운 친환경 규제의 도입은 불가피하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국내산업의 녹색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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