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주원 "늘 마지막 무대라 생각하며 춤춰요"

'김주원의 탱고발레' 내달 세종S씨어터 공연
6년 만에 예술감독…"자신감보다 용기"
탱고 소재로 여성들의 이야기 풀어내
"사랑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춤이 더 좋아"
  • 등록 2019-06-21 오전 6:05:00

    수정 2019-06-21 오전 6:05:00

발레리나 김주원(사진=EMK뮤지컬컴퍼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발레리나 김주원은 요즘 세종문화회관으로 출퇴근한다. 공연 ‘김주원의 탱고발레’(7월 11~14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습을 위해서다. 최근 세종문화회관 아티스트 라운지에서 김주원을 만났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편안한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연습실을 먼저 찾아온 동료의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이유가 있었다. 6년 만에 예술감독을 맡아 공연 전반을 책임지고 있어서다.

“자신감이 생긴 것보다 도전할 용기가 생긴 것으로 봐주면 좋겠어요.” 김주원이 예술감독으로 공연을 선보이는 것은 2013년 ‘마그리뜨와 아르망’ 이후 6년 만. 소감을 묻자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김주원에게 예술감독이 낯선 일은 아니다. 그동안 국립현대무용단 ‘춤이 말하다’와 ‘댄서 하우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 콘서트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공연으로 펼쳐왔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김주원의 소속사인 김지원 EMK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뮤지컬 ‘엑스칼리버’를 위해 세종문화회관과 미팅을 가진 자리에서 시작됐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지난해 10월 개관한 블랙박스형 소극장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김지원 대표가 평소 공연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은 김주원을 떠올렸다.

김주원도 소극장 공연이란 점에 끌렸다. “옛날에 만들어진 오페라하우스처럼 무대가 객석을 안고 있는 극장의 분위기를 좋아해요. S씨어터도 객석과 무대가 분리돼 있지 않아 관객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공연장이라 마음에 들었고요.” 김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김주원은 20년 넘게 애정을 가져온 음악 탱고를 소재로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발레리나 김주원(사진=EMK뮤지컬컴퍼니).


김주원의 탱고 사랑은 각별하다. 러시아 유학 시절부터 탱고에 빠져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을 즐겨들었고 몇 차례 무대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차별점은 탱고를 소재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는 일종의 ‘댄스 씨어터’라는 점. 김주원은 이번 무대를 탱고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뜻하는‘밀롱가’로 꾸민다. 공연 부제는 탱고 곡의 평균 길이인 3분과 ‘그녀의 시간’을 뜻하는 ‘쓰리 미닛츠-수 띠엠포’로 정했다.

창작진도 김주원이 직접 꾸렸다. 선화예고 동기이자 절친인 안무가 홍세정이 연출을 맡고 국립발레단 출신 유회웅이 안무를 맡는다. 여기에 연극 ‘킬 미 나우’ ‘더 헬멧’ 등으로 잘 알려진 극작가 지이선이 대본을 맡는다. 김주원은 “지이선 작가는 예전부터 연극을 보고 좋아해 직접 찾아가 공연 참여를 제안했다”며 “지이선 작가가 대학로 공연으로 바쁜 가운데에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공연에는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김주원과 홍세정, 그리고 더블 캐스팅된 재즈가수 웅산·유사랑이다. 이들은 밀롱가에서 자신이 겪은 사랑의 이야기를 탱고로 풀어낸다. 그 중심엔 사람이 있다. 사랑의 아픔 속에서 사람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김주원의 설명이다. 그는 “공연의 중요한 키는 남자 파트너들이 갖고 있다”며 “여성들의 문제도 투영이 되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위로를 주는 공연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랑, 그리고 결혼에 대해 김주원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인연이 있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저는 비혼주의도 아니고 운명론자도 아니지만 물 흘러가듯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어떤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사랑도 하고 연애도 하고 있지만 결혼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고요. 지금은 제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일이 더 재미있거든요.”

그 일은 물론 발레, 그리고 춤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발레를 계속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재작년에도 디스크에 큰 부상이 와서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김주원은 지금 매 공연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춤을 춘다. “춤 때문에 죽고 싶은 때도 있었어요. 제가 신체적으로 발레와 잘 안 맞는 체형이거든요. 그런데 어는 순간 춤으로 위로를 받더라고요. 저는 죽음도, 사랑도, 배신도 모두 다 춤을 통해 배웠어요. 발레를 언젠가는 포기해야 할 때가 오겠죠. 하지만 언제든 그 순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예요.”

예술감독이자 무용수로 공연을 준비하느라 바쁘지만 여유는 잃지 않고 있다. 최근의 관심사는 자연. 예전엔 어디를 가더라도 몸을 풀어야 한다는 강박에 여행이 두려웠지만 요즘은 산과 하늘을 바라보는 재미에 푹 빠져 여행을 즐기고 있단다. “얼마 전엔 합천 해인사에 혼자 다녀왔어요. 2~3시간 동안 걸어가는 길이 참 좋더라고요.” 언젠가는 발레리나라는 이름을 내려놓을 때가 오겠지만 그때까지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김주원은 오늘도 계속해서 춤을 추고 있다.

발레리나 김주원(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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