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법률칼럼]단톡방 대화, 증거 사용 신중해야

단톡방 공개로 각종 범죄 드러나
아무런 제한 없이 범죄 증거 된다면
모든 단톡방, 수사 대상 될 수 있어
  • 등록 2020-02-08 오전 8:05:00

    수정 2020-02-08 오전 8:05:00

이데일리는 새해 들어 ‘인천 법률칼럼’을 연재합니다. 인천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칼럼을 통해 유용한 법률상식, 변호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 일상의 잔잔한 감동을 독자와 나눕니다.[편집자 주]

윤경호 변호사.
[윤경호 변호사] 최근 단체카톡방이 공개되면서 각종 범죄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모 연예인의 단톡방 대화내용이 유출되면서 관련된 연예인 여럿이 구속됐고 버닝썬 사건 때도 단톡방이 유출되면서 각종 범죄가 드러났다. 얼마 전에는 모 대학 의대생들의 단톡방이 유출되면서 단톡방에서 여학생들을 성희롱했다고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단톡방에서 이뤄진 개인간의 사적 대화가 증거로 사용되고 처벌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대중과 언론은 단톡방에서 오간 대화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단톡방이 어떻게 유출되었는가보다 그들이 나눈 대화의 내용, 대화 안에 내포되어 있는 범죄들의 양상이 몇 배나 더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단톡방에서 이루어진 카메라등비밀촬영죄나 음란물 유포 등의 범죄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단톡방이 어떠한 방법으로 공개되는지, 또 대화 그 자체가 증거로 사용되어 범죄자로 처벌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려할 지점이 있다고 본다.

요즘 대부분의 국민은 여러 단톡방에 속해 있다. 대학 동창들의 모임일 수도 있고 좋은 글귀를 공유하기 위한 단톡방일 수도 있고 절친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일 수도 있다. 신세 한탄, 직장상사 욕, 배우자에 대한 실망감 등을 토로하는 단톡방도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대화 참가자들은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SNS와는 달리 단톡방에서 자신이 한 말이나 생각, 표현이 외부로 유출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한 말이 단톡방 참가자 이외에 전달되지 않는다는 상호간에 신뢰가 있어야만 숨겨진 내면의 고민을 토로하고 위로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믿음이 무너진다면? 나의 고민이 언제 어디서나 공개될 수 있고 그로 인해 내가 법적인 책임까지 져야 한다면? 단톡방의 그 누구도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사생활과 통신비밀이 침해되지 않을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화하는 방식이 카톡이나 문자를 주고받는 형태로 바뀌면서 직접적인 대화를 할 때는 증거가 남지 않을 사적인 대화도 이제 카톡이나 문자가 유출되면서 고스란히 증거로 남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보다 사생활과 통신비밀이 침해되지 않을 헌법상의 기본권 보장은 오히려 후퇴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범죄의 증거가 된다거나 대중의 흥미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유출되지 않을 것으로 서로 믿었던 개인적인 대화 내용이 자유롭게 공유되고 보도되어도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단톡방 대화 내용이 아무런 제한 없이 범죄의 증거가 될 수 있다면 모든 단톡방 대화는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단톡방에서 대통령이나 정치인 욕을 한다면? 친구들이 단톡방에서 자신들의 배우자 흉을 본다면? 회사 동기들 단톡방에서 직장상사를 비난했다면? 모두 명예훼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범죄 혐의가 있다면 수사기관은 누군가 단톡방을 유출하여 증거를 확보한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개인 휴대폰을 압수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사회가 된다면 어느 누가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겠는가?

단톡방의 음담패설이나 험담은 거기에 속한 구성원들의 인성이 성숙하지 못했음을 말한다. 그러한 대화들이 오갈 경우 대화 당사자 중 누구 하나라도 “그런 얘기는 잘못된 것 같으니 하지 말자”고 말했으면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대화내용을 유출한 당사자도 결국 대화에 참여하였고 대화를 중지시키지 않은 책임이 있을뿐이지 그러한 행위에서 떳떳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손가락에도 주의를 기울여 그 손가락이 올바른 모습인지, 그 손가락으로 인하여 다른 문제가 생길 수는 없는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불법적으로 수집된 단톡방 대화내용이 증거로 사용되거나 공연성을 쉽게 인정하여 개인간의 대화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타인의 단톡방이 공개되는 것을 가벼이 여긴다면 언젠가 나의 단톡방도 공개되어 그로 인한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윤경호 변호사 이력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변호사 △㈔한국숯협회 감사 △인천 남동구 공동주택관리 전문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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