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과정, 갈등은 숙명…조정능력 상실 경계해야"

[규제개혁, 길을 묻다]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원장
LCC 규제 풀려고 1년8개월간 국토부 설득한 金원장
“혁신과정서 갈등은 숙명, 조정능력 상실 경계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 규제개선 요구 잇따라
“덩어리규제 한 번에 신속 과감하게 개혁 추진해야”
  • 등록 2022-08-11 오전 6:55:01

    수정 2022-08-11 오전 11:09:34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새 정부의 규제혁신이 성공하려면 대통령의 ‘의지’와 ‘국정철학’, 그리고 ‘갈등 조정능력’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김형배(59)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원장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39 상공회의소회관에 있는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 원장은 인터뷰 내내 ‘대통령의 의지’ ‘국정철학’ ‘갈등조정능력’ 3박자가 규제혁신을 이끌 수레바퀴와 같다고 강조했다.

김형배(59) 공정위 공정거래조정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39 상공회의소회관에 있는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규제혁신 의지 강한 尹정부, 갈등조정 능력 관건

김 원장은 “윤석열정부는 규제개혁이란 표현 대신 ‘혁신’이라고 했다. 혁신은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한다’는 뜻으로 개혁보다는 좀 더 강한 성격의 단어다”며 “그만큼 규제를 우리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보고 최대한 많은 규제를 풀어 민간에 투자하고 자유로운 기업과 민간시장을 중심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윤 정부의 규제혁신 의지가 역대 정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윤 정부는 규제혁신을 위해 2달에 한 번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와 37개 중앙행정기관별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운영, 그리고 총리가 단장인 규제개혁추진단, 규제심판부 등을 뒀는데 이러한 규제혁신 추진체계와 전략들은 대통령의 의지와 공무원의 자발적 참여, 덩어리 규제 해결에 방점을 둔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규제혁신 과정의 숙명인 사회적 갈등과 이를 의식한 갈등 조정 능력의 상실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대 정부에서도 규제개혁의 시작은 거창하고 담대했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개혁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셌고 갈등이 커지자 정부가 개혁과제를 먼 훗일로 미루는 일이 다반사였다.

김 원장은 “최근 반도체 관련 대학 증원과 공장 증설, 수도권 입지규제 완화, 대형마트 휴무일의 배송 허용 등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의 집단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설득하고 갈등을 조정할 것인지가 새정부 규제혁신의 첫 단추를 끼우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규제혁신의 선봉장에 섰던 인물이다.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정책관으로 있을 당시 신규 저비용항공사(LCC)의 진입장벽을 끝내는 허물었다. 기존 항공업계와 국토교통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업체간 경쟁 유도로 서비스 향상과 합리적 항공료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어야한다’며 1년8개월을 꼬박 설득한 결과다.

김 원장은 “어떤 규제를 완화하고자 할 때는 국민 전체 이익을 대변하고 이를 위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항공 이용 수요가 높아진 지금, 당시 LCC 규제 완화로 항공료 상승을 어느 정도 방어하지 않았나 싶다”고 껄껄 웃었다.

김 원장은 이러한 자신의 경험에 비춰 성공적인 규제혁신을 위한 3박자 중에서도 ‘갈등조정 능력’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정부가 갈등 상황을 방치하지 않고 신중하고도 꾸준하게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계천 복원사업을 성공한 이유 역시 당시 서울시 공무원들이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려 4200여 번을 만나 설득하고 협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형배(59) 공정위 공정거래조정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39 상공회의소회관에 있는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무조건적 규제 폐지 아닌 ‘합리적 재설계’가 핵심”

김 원장은 규제혁신에 대한 우선순위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민간에서 가장 많이 개선을 요구하는 분야로 △입지 △환경 △노동 △기업경영 △건설·건축 등 기업활동과 관련한 전반이라고 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시장 영역을 넓히는 플랫폼, 데이터, 공유경제, 모빌리티 등 신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에 대한 개선 요구도 잇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 원장은 “규제혁신은 무조건적인 규제의 폐지나 완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과거에 만들어진 규제가 현재나 미래에 불필요하거나 과도하면 이를 합리적으로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라며 “과거에 만든 규제가 목적을 달성했다면 더 합리적으로 재설계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여러 부처의 규제가 마치 하나의 덩어리처럼 얽혀 기업활동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일명 ‘덩어리 규제’에 대해선 “원샷(One-shot) 형태로 한 번에 신속하고 과감하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 퇴직공무원, 연구기관들로 구성된 민·관·연 합동 규제혁신추진단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은…

△1963년 강원 삼척 출생 △삼척고 △고려대 경제학과 △제34회 행정고시 합격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경제학 석사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정책관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현재 제5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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