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조달부터 난항"…자이글, 2차전지 사업 지연에 피로감↑

유증 실패 후 주가 32% 급락
자이글, 손실 본 투자자 97%…평균 수익률은 '반토막'
유증 철회로 거래소 제재 급한불 껐지만 투자금 조달 우려는 증폭
3분기 기준 기초현금 및 현금성 자산 35억 불과
"2차전지 사업 구체적인 계획·자금 문제 해결방안 제시해야"
  • 등록 2023-12-14 오전 5:30:00

    수정 2023-12-14 오전 5:30:0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2차전지 신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자이글의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신과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2차전지 사업 진출 선언 후 1년이 다 되도록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생산 기반 구축과 관련해 가시적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이글은 2차전지 사업을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과 로드맵 제시가 선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유증 실패 자이글, 손실 투자자 97%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조리기구 제조사인 자이글의 주가는 최근 한 달(11월13일~12월13일)간 31.64% 하락했다. 이날 종가는 6870원으로 올해 장중 최고점(3만8900원, 4월4일)과 견줘 82% 급락한 수준이다. 300억원 규모 제3자배정증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철회한 뒤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자이글은 지난해 12월 말 신사업 추진에 나서면서 개인들의 매수세가 몰렸던 대표적인 2차전지 테마주 중 하나다. 지난 1년간 개미 투자자들은 233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기관은 211억원, 외국인은 19억원을 순매도했다.

수급이 개인에 집중된 탓에 주가 급락으로 인한 손실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NH투자증권의 투자데이터인 ‘NH데이터’에 따르면, NH증권을 통해 자이글에 투자한 2022명의 평균 수익률은 -54.11%로, 주당 매입 평균 단가는 2만129원으로 나타났다. 11일 기준 손실투자자의 비율은 97.63%에 달했다. 수익을 내고 있는 투자자의 비율은 고작 2.37%에 그쳤다. 상당수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들이 고점에 물려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투자심리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이글은 지난달 14일 2차전지 사업 투자금 조달을 위해 추진했던 3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했다. 납입이 5차례나 연기되자 철회를 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상증자 철회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상증자 최초 공시 뒤 6개월 이내 납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대상에 오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의 제재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투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앞서 자이글은 지난 7월 미국 2차전지 시장 진출을 위해 합작벤처(JV) 자이셀의 지분 30%를 기계장치 현물출자 방식으로 취득했다. 이를 통해 미국 버지니아주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셀 전문 제조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당시 회사 측은 “자이셀 지분 취득 이후로 유상증자를 연기해달라는 투자자의 요청에 따라 유상증자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한 투자펀드 회사의 내부 투자자 증가에 따라 현재 추가 투자 유치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금조달과 관련한 회사의 입장은 불과 넉 달여 만에 180도 달라졌다. 자이글은 유상증자 실패 후 “회사 운영 자금이 부족하지 않다”며 “최근 낮아진 주가를 반영한 리픽싱 등을 무리하게 하면서까지 투자 유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영자금 부족하지 않다” 해명했지만…실탄은 고작 35억

시장에서는 여전히 회사의 자금조달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자이셀 지분을 사실상 현금 이동 없이 확보한 데다, 투재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탄도 여의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자이글의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기초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2억원의 반 토막 수준이다. 배터리 사업은 제조 기반을 갖추는 데만 최소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 투자금이 들어가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투자를 위한 실탄이 터무니없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 사업 실체에 대한 궁금증 해소도 자이글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지난달 14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차전지 관련 조직이나 연구개발 활동이 전무하다. 지난 9월 말 기준 임원 가운데 2차전지 사업 경력이 있거나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임원 명단은 아예 없다. 관련 사업에 진출한 지 9개월이 지나도록 사업 조직이 정비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회사 측은 지난달 중순에야 뒤늦게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중심으로 2차전지 사업본부와 헬스케어 사업본부 등 2개 본부 체제로 재편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선 자이글이 2차전지 사업 계획과 자금 조달 방안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사업기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의 의문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며 “2차전지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자금 문제 방안을 제시해야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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