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브래지어에 들어간 ''아폴로 안테나''

아폴로 프로젝트 과정서 특허 1300여건 상용화
전자레인지·정수기 무선 드릴·무선 다리미 스키 고글·브래지어…
"우주사업 1달러 투자는 7~12달러 수익 창출"
  • 등록 2009-07-17 오전 8:07:10

    수정 2009-07-17 오전 8:07:10

[조선일보 제공] 직장인 홍순강(49)씨는 1969년 7월 21일 새벽(한국시각)을 잊지 못한다. 당시 국민학교 2학년이던 그는 TV에서 미국의 암스트롱 아폴로 11호 선장이 달에 발을 내딛는 장면을 지켜봤다. 달 착륙 이후 그의 일상은 아폴로 과자와 아폴로 신발, 아폴로 연필, 심지어 아폴로 눈병까지 온통 '아폴로'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폴로와 달은 그의 생활에서 점점 잊혔다. 올해가 달 착륙 40주년이라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아폴로와 함께 하고 있다. 달 착륙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수많은 기술이 민간에서 상용화됐기 때문. 의식주(衣食住) 모든 곳에 아폴로의 우주기술이 살아 있다.

◆우주인과 함께 식사를

'미국의 새로운 상품은 곧 세계 최대의 발명가 집단인 미항공주우주국(NASA·나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아폴로 달 착륙 프로젝트 과정에서 개발된 3000여건의 특허 중 1300여건의 특허가 민간에 이전돼 상용화됐다.

먼저 아침으로 즉석 카레를 먹었다면 이미 우주인과 같은 식사를 한 셈이다. 나사는 아폴로에 실을 화물 부피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우주인이 먹을 음식을 급속 냉각시켰다. 우주에서는 이를 마이크로파로 데워 먹었다. 바로 동결건조식품과 전자레인지다.

식사 후 마시는 물도 우주기술에서 나왔다. 가정에 흔한 정수기는 우주에서 물에 들어 있을지 모를 중금속을 걸러내기 위해 개발된 이온여과장치에서 비롯됐다. 암스트롱이 입었던 우주복이나 착륙선의 주요장비를 감싼 단열재는 폴리프로필렌을 알루미늄 포일로 감싼 형태였다. 공기가 희박한 달에서 우주인에게 내리쬐는 태양열을 막기 위해서다. 이는 주택 단열재와 식품 포장재로 발전했다.

우주복을 만든 천은 부산아시아드 경기장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마치 텐트처럼 지붕을 덮고 있는 하얀 천으로, 우주복의 겉감에 쓰인 테플론으로 코팅한 유리 섬유다. 달 착륙 2년 전인 1967년 아폴로 1호에서 화재사고가 나자 화염에 이기는 우주복을 만들기 위해 개발된 옷감이다. 아폴로 이후 대형 건축물에 텐트형 지붕을 덮을 때 많이 사용된다. 나사는 "철골이 필요 없고, 햇빛은 투과하면서 열에는 강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 1969년 닐 암스트롱과 함께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버즈 올드린이 달 표면 탐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에 있는 것이 달 착륙선 이글호다./NASA 제공

◆브래지어에 들어간 아폴로 안테나

우주복 안에 입은 속옷까지 민간에 이전됐다. 바로 체온의 급상승을 막아주는 냉각 속옷이다. 현재는 자동차 경주나 원자력발전소, 조선소에서처럼 열에 노출되기 쉬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입는다.

여성용도 있다. 아폴로 달 착륙선의 안테나는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들어졌다. 접힌 상태로 우주선에 실렸다가 우주에서 적당한 온도를 받으면 원래 안테나 모양으로 펴진다. 여성 속옷 회사인 와코루는 1986년 형상기억합금을 브래지어에 적용했다.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다가도 착용만 하면 체온으로 원래의 모양을 찾아 가슴을 받쳐준다.

달 표면의 토양을 채취할 때 쓴 시추장치는 전선을 연결할 수 없어 무선으로 개발됐다. 이는 가정용 무선 드릴, 무선 다리미를 낳았다. 온도 차가 극심한 우주에서 헬멧 유리에 성애가 끼지 않게 한 방습도료는 스키 고글에 이용됐다. 잠수용 마스크나 소방대원의 내화 헬멧, 자동차 서리방지용 유리에도 활용되고 있다. 달 표면을 찍은 사진의 해상도를 높이던 기술은 병원의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발전했다.

◆국내도 우주기술이 민간으로 이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부의 미래'에서 "우주사업 1달러 투자가 7~12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우주공간으로의 도약이 부의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개발한 1000여개 신소재 중 80%가 우주기술의 성과라는 사실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국내에서도 우주기술의 민간 이전이 시작됐다. 쎄트렉아이는 위성에 실린 저잡음 전력장치를 원자력발전소의 환경방사선 감시기에 활용하고 있다. 코스페이스는 위성에 들어간 통신기술을 지상 위성단말기에 도입했다. 두원중공업은 오는 30일 발사될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KSLV-I)' 1단 로켓에 이용된 특수용접과 원뿔형 용기 제조 기술을 산업용 내압용기에 활용하고 있다. 탑엔지니어링은 나로호 통제·관제·시뮬레이션 기술을 선박 자동화 시뮬레이터에 도입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종범 정책개발팀장은 "우리나라 우주산업은 초창기라 참여기업이 적고 대부분 중공업 관련이어서 일상생활 관련 상용화가 적다"며 "나로호가 성공하고 우주개발이 확대되면 미국처럼 다양한 상용화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아폴로에 이어 나로가 우리 삶을 바꿀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한라장사의 포효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 "폐 끼쳐 죄송"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