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제갈량의 읍참마속 vs 文대통령의 조국수호

진보진영 스타에서 文 정치적 동지 거쳐 靑민정수석 발탁
3.8개각 이후 인사검증 부실 논란 속 ‘조국 책임론’ 빗발
조국, 여야대치 정국의 핵심…野 ‘초강력 사퇴’ 압박
21대 총선 부산 출마설 솔솔…조국, 명예회복 기회 가능
  • 등록 2019-04-08 오전 6:00:00

    수정 2019-04-08 오전 6:00:00

조국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읍참마속(泣斬馬謖) vs 조국 수호.

‘눈물을 흘리면서 마속의 목을 베다’라는 뜻의 ‘읍참마속’은 ‘삼고초려’와 더불어 삼국지에서 유래된 가장 유명한 고사성어다. 정치권에서는 보통 엄격한 기강확립과 공정한 업무처리를 위해 최측근 실세를 내치는 희생을 감수할 때를 비유해서 자주 쓴다. 불리한 상황 타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아직 읍참마속의 원칙이 통하지 않는다.

제갈량은 자식처럼 아끼던 마속의 목을 울면서 벴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뜸을 들이고 있다. 3.8 개각 이후 2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고 김의겸 전 대변인이 재개발지역 부동산 투자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이른바 ‘조국 책임론’이 빗발치고 있다. 그래도 조국 수석의 입지는 건재하다. 문 대통령의 신임도 여전하다. 다만 조국 수석이 언제까지 청와대를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국 수석, 文정부 검찰개혁의 상징…文대통령과 끈끈한 동지애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력의 핵심이다. 차관급에 불과하지만 정치적 위상은 막중하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검찰·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관리 등 사실상 청와대 주요 업무의 절반 이상이다. 흔히 ‘왕수석’으로 불리는 실세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민정수석 불출석 공방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 수석은 그저 단순한 참모가 아니다. 문 대통령과는 끈끈한 동지애로 묶여있는 개혁의 파트너다.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날카로운 논리와 준수한 외모로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스타학자였다. 폭넓은 대중성을 기반으로 현실정치로도 발을 넓혀갔다. 지난 2010년에는 진보진영의 필독서였던 ‘진보집권플랜’으로 정권교체의 당위성과 이론적 배경을 제시했다. 2015년 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가장 힘겨웠을 때는 혁신위원회에 몸담으며 구원투수로도 활약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활발한 SNS 활동으로 정권교체에 힘을 보탰다.

조 수석이 현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은 “법과 원칙,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가진 한국을 대표하는 법학자”이라면서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의 정의·공정·인권 중심 국정철학을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강한 신뢰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민정수석에 비검사 출신이 기용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는 비검사 출신 민정수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조 수석은 이후 문재인정부의 권력기관개혁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민정수석으로 일하며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전화취재나 식사요청을 모두 거절할 정도로 업무의욕을 불태웠다. 학자 시절과 달리 SNS활동도 접고 업무성과로서 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죽하면 “나중에 청와대를 나갈 때 문재인 대통령처럼 임플란트를 하지 않는 게 목표”라고 할 정도였다.

野 집중공세에 인사 때마다 논란…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 신세

조 수석이 여야 대치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3.8 개각 이후 장관 후보자 낙마사태가 결정타다. 부실 인사검증의 책임자로 지목되면서 야권의 초강력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야권은 날이면 날마다 ‘조국 수석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조각 과정에서 ‘5대 인사원칙 위배’ 논란이 일었다. 이후에도 인사 때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이 쏟아졌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폭로사태 때에도 경질론에 시달렸다. 다만 탄핵과 조기대선의 여파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현 정부가 출범했다는 시스템적인 한계와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위기를 돌파했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허니문이 사라진 현 정부 출범 3년차다. 대통령 지지율도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하락세다. 지난 5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4월 1주차 지지율은 41%다. 대선 당시 득표율과 비슷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더 이상미적거리다가는 지지율 40% 붕괴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이는 곧 조기 레임덕의 신호탄이다.

조국 수석의 거취는 이미 ‘옳고 그름’의 문제를 넘어섰다. 조 수석이 자리를 지킬수록 야당의 반발로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조 수석을 내칠 경우에는 개혁동력이 약화될 우려도 적지 않다. 다만 분명한 건 조 수석의 탈(脫)청와대가 대통령의 실패를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청와대 안팎의 전망은 엇갈린다. 조 수석은 이미 마음을 비웠는데 문 대통령이 놓아주지 않는다는 분석에서부터 개혁과제 완수를 위한 조 수석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는 상반된 관측이 나온다. 조 수석도 언젠가는 청와대는 떠나야 한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조 수석이 사활을 걸었던 권력기관 개혁 과제는 거의 모두 야권의 협조가 필수적인 입법사항이다. 청와대에서 야권을 설득하기보다는 여의도로 건너가서 창과 방패를 들고 싸우는 편이 낫다. 명예회복 기회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 내년 21대 총선 부산 출마다. 조 수석은 지난해 부산시장 선거 차출설이 나돌 정도로 정치적 상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인물이다. 4.2 보궐선거 결과가 말해주듯 내년 총선을 앞두고 PK(부산·경남)민심은 흔들리고 있다. 조 수석은 부산에서 나고 자란 ‘부산 사나이’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줄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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