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 등록 2023-05-26 오전 6:15:00

    수정 2023-05-26 오전 6:15:00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 지났다. 정책 평가가 한창인데 경제정책만을 놓고 보면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혼재한다. 정책의 목표나 방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나 정책 내용이나 실행 과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아 보인다. 한마디로 정책 방향은 잘 잡았으나 구체적인 정책 개발과 실행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이전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정상화의 추진이고, 다른 하나는 개혁 과제의 추진이다. 이전 정부의 어두운 유산인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대규모 적자재정 등 비정상적인 정책들을 정상화하는 것이 한 축이고, 미래 한국을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 개혁 과제 추진이 다른 한 축이다.

이들은 이념적 차이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한 과제들이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긍정적 평가와 함께 잘 시행되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정책 과제들을 실천에 옮기는 지난 1년의 과정은 소리만 요란했지 별무소득이었다. 정책 과제를 실천에 옮길 구체적인 정책 내용이 정책 방향과 엇박자를 내는가 하면 실행 과정도 매끄럽지 못하면서 정책 표류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사례를 짚어보자.

애초부터 방법이 잘못된 최저임금 인상을 동원한 ‘문재인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폐기하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소득양극화를 완화하고 내수를 활성화해 경제의 성장 능력을 높이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근본 취지까지 같이 묻혀 버려서는 안 된다.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성장 능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소득양극화 해소와 내수 활성화는 꼭 필요한 과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만 했지 이를 대체할 뚜렷한 양극화 해소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을 하면서 “지난 1년은 잘못된 국정방향을 큰 틀에서 바로잡는 과정이었다”며 “2년 차 국정은 경제와 민생 위기를 살피는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대통령실)


그나마 있는 정책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마련된 ‘새출발기금’은 유명무실한 상태로 방치돼 있고, 두 차례의 화물연대 파업에도 화물운송시장 개혁은 변죽만 울리고 지지부진하며, 플랫폼 정책은 규제와 자율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부가 정말 양극화 해소에 관심이 있는지 진정성을 의심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야심차게 시작한 노동개혁도 마찬가지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높이 처져 있는 담장을 낮춰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함으로써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 내는 데 있다. 하지만 현실은 지엽적 과제인 근로시간 유연화에 발목 잡혀 고용형태 다양화나 임금체계 개편 등과 같이 정작 중요한 개혁 과제는 손도 못 대고 있는 형국이다.

핵심 정책 어젠다인 건전재정 회복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전 정부의 헤픈 씀씀이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것이 무색하게 뜬금없이 감세정책을 들고 나오더니 결국에는 대규모 세수결손이 불가피할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건전재정과 상치되는 맥락 없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뒤늦게 부랴부랴 재정준칙을 들고 나와 다시 건전재정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는 있으나 이미 감세정책을 두고 에너지를 많이 소진한 마당에 구동력을 회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왜 이렇게 도처에서 정책 목표와 현실 정책 간에 엇박자가 생기는 것일까? 혹여 정책 방향을 잘 잡았으니 잘 되겠거니 하는 안이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구체적인 정책 설계와 치밀한 실행 방안이 수반되지 않으면 아무리 정책 방향이 좋은 들 소용이 없다.

정책은 결국 결과가 좋아야 평가받을 수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을 지금 정부는 새겨들어야 할 때다. 남은 4년을 허송세월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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