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미투로 창조를 짓밟는 기업들

혁신제품보다 미투상품에 주력하는 식품업계
모방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식품업체 경쟁력 좌우
수십년 모방경험 바탕으로 이제는 창조에 나설때
  • 등록 2018-06-11 오전 6:00:00

    수정 2018-06-11 오전 9:02:15

[이데일리 류성 산업전문기자]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명언이다.그가 세상을 뜬지 2300여년이 지났지만 이 금언은 오늘날 비즈니스 현장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이 철언을 경영 원칙삼아 모방을 철저하게 실천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손꼽히는 추종자(?)로 불릴만한 곳이 바로 식품업계다.

식품업계는 경쟁사 제품을 서로 베껴 만드는 이른바 ‘미투(me too) 상품’ 관행으로 악명이 높다. 새롭고 혁신적 제품을 내놓기보다 경쟁사 히트제품을 베끼면서 시장 파이를 나눠 먹는 상품전략이 이쪽 업계에서는 대세다. 얼마나 신속하게 경쟁사 제품을 모방해 출시하느냐가 식품업체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경이다.신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이 뒷전이다보니 식품업계 매출대비 R&D 비중은 주요 산업 가운데 바닥수준으로 1% 미만이다.

최근에는 ‘수박맛’ 초코파이를 둘러싼 벤처기업과 굴지의 식품업체간 ‘미투상품’ 논쟁이 뜨겁다. 논쟁의 당사자는 벤처기업인 에스에프씨바이오와 국내 제과업계 대명사 해태제과다.

지난해 10월 ‘수박통통’이라는 브랜드로 수박맛이 가미된 초코파이를 내놓은 에스에프씨바이오가 해태제과가 지난 5월 중순 ‘오예스 수박’을 출시하자 자사제품을 모방한 미투상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에스에프씨바이오는 “해태제과를 상대로 법적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태제과는 “1년이상 자체적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제품을 미투상품으로 비하하는 것은 허위다”고 펄쩍뛴다.

진위야 어찌됐든 이미 에스에프씨바이오는 해태제과의 후속상품에 치명타를 입고있다.롯데마트에서 하루 점평균 3박스 가량 팔리던 수박통통은 오예스 수박 출시이후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로 뚝 떨어졌다. 김성규 에스에프씨바이오 대표는 “메이저 식품업계간 상품 베끼기는 일방적이 아니라 서로 비일비재하게 일삼고 있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기업이 벤처기업 제품을 모방할 경우 벤처기업은 나가 떨어질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실제 자금력과 유통장악력, 브랜드 파워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벤처기업이 대기업의 유사상품에 맞짱을 뜨기가 불가능한게 현실이다.

에스에프씨바이오는 오예스 수박제품을 수박통통을 모방한 제품으로 특허청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제소할 예정이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된다. 그때쯤이면 수박통통은 롯데마트 매장에서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10여가지 히트음료를 내놓은 경험이 있지만 한번도 경쟁사에서 따라오지 않은 적이 없다.적게는 20개사,많게는 50개사가 빠르면 3개월 이내 미투상품을 앞다퉈 내놓았다.”

가을대추,아침햇살,하늘보리,블랙보리 등을 선보이며 식품업계의 기록 제조기로 불리는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의 증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에는 치열한 모방 과정을 거쳐야만 창조 역량을 갖출수 있다는 속뜻이 들어있다. 수십년간 경쟁사 제품을 베껴오며 다양한 모방경험을 쌓아온 식품업계이니만큼 이제 창조도 해낼수 있는 능력을 세상에 보여줄 때가 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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