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시장을 보면서 이 이론이 생각났다.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좋아진 게 없는데도, 비이성적인 희망에 기댄 주가 상승세가 빈번하게 나타나서다.
지난 여름 경험한 베어마켓 랠리가 대표적이다. 7월 초 2300선 아래로 밀렸던 코스피 지수는 8월 중순 2530선까지 올랐다.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계속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경제에 위협을 주고 있으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어느샌가 피봇(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희망이 생겨나고, 곧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한 바보가 주식을 사서 더 큰 바보에게 파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주가는 거침없이 올랐다.
피봇 기대감이 다시 무르익은 것은 지난달 중순 즈음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자 또 다시 속도 조절론에 힘이 실렸다. 파월 의장은 이번엔 다소 복합적인 시그널을 줬다. 그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종료된 지난 2일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도, 최종 금리 목표는 오히려 높이겠다고 했다. 파월 의장이 발언이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 코스피는 하루 주춤했지만, 곧바로 반등하며 어느새 2400선을 코앞에 뒀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기 출범에 따른 ‘차이나 런’이 외국인의 한국 증시 매수세로 이어진 점도 코스피를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에는 ‘산타 랠리’ 기대감마저 싹트고 있다. 또 다시 바보들의 행진이 시작된 모양새다.
그러나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연준이 6월 이후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미국 연방기금금리는 2008년 1월 이후 약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12월 FOMC에선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 조절을 하더라도, 긴축 행보가 끝나는 시점 최종 금리는 5% 이상이 될 전망이다. 주식시장에는 부담스러운 금리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주식시장은 희망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지만, 연준의 계속되는 긴축과 글로벌 경기 둔화, 그리고 이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는 적어도 내년까지 우리가 마주해야 할 ‘팩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