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혜택 가장 많이 본 韓, G2 전쟁 장기화 땐 수출 직격탄 우려"

김진일 고려대 교수, 워싱턴서 본 'G2 환율전쟁 파장'
미·중·일 뒤엉킨 '퍼펙트스톰'
韓 정부, 정책적으로 최대한 막아야
美, 韓은 환율조작국 지정 안 할 것
  • 등록 2019-08-08 오전 6:00:00

    수정 2019-08-08 오전 6:00:00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유일하게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미·중 환율전쟁이 한·일 경제 전면전과 묘하게 겹치는 악재, 다시 말해 퍼펙트스톰 가능성을 정책적으로 최대한 막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중 패권전쟁이 길어지면 한국 경제에 타격이 굉장히 클 겁니다. 퍼펙트스톰이 닥친다면 특히 (한국 경제를 떠받쳐 왔던) 수출이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을 대비해야 해요.”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지난 5일(현지시간), 전 세계는 불안의 눈빛으로 이를 지켜봤다. 미국 워싱턴 현지도 한바탕 들썩였다고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문관(컨설턴트)으로 현재 워싱턴에서 일하고 있는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7일 오전 (현지시간 6일 밤)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마침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의 주요 인사들과 미·중 환율전쟁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귀가한 후였다.

“퍼펙트스톰 대처 못하면 韓 경제 더 침체”

그가 워싱턴에서 직접 바라본 환율전쟁의 성격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간 갈등은 중장기적 패권싸움으로 봐야 한다”며 “중국은 경제 규모에 맞게 위안화를 달러화에 이은 제2의 통화로 올려놓고 싶어하는 것이고 미국을 비롯한 백인사회(caucasian)는 이를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요구인 금융시장 완전 개방을 하지 않고 기축통화국으로 올라서고 싶어 하기 때문에 양국간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내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스케줄에 맞춰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도 갈등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는데, 중국이 포치(破七·위안화 가치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설 정도로 약세를 보이는 것)를 용인하는 식으로 대응하니 정치적으로 명분이 서지 않았을 것”이라며 “환율조작국 지정을 강행해서라도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동시에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도 내부적으로 홍콩 시위대 문제도 있어 미국에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영국의 ‘노 딜(no deal)’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 한국과 일본간 경제 전면전 등까지 중첩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워싱턴 현지에서도 세계 경제의 퍼펙트스톰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통상 IMF는 4월과 10월, WB는 1월과 6월에 각각 경제·금융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이곳의 이코노미스트들이 하는 말이 ‘다음 주제는 퍼펙트스톰으로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전세계 정치·외교적 갈등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생각보다 큽니다.”

“韓 수출 감소로 불똥 뛸 가능성 가장 우려”

최대 관심은 역시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다. 김 교수는 “(세계 질서를 두고 경쟁하는) 이런 흐름에서 한국이 특별히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유일하게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미·중 환율전쟁이 한·일 경제 전면전과 묘하게 겹치는 악재, 다시 말해 퍼펙트스톰 가능성을 정책적으로 최대한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국내 금융시장은 미·중·일 리스크가 한꺼번에 닥치며 크게 흔들렸다. 지난 5~6일 코스피 시장에서만 개인 주식 투자자들이 9000억원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 교수가 가장 우려하는 건 한국의 수출 급감 가능성이다. 그는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매우 큰 나라”라며 “미·중 갈등이 커질수록 국제 교역량은 급감할테니 한국의 경제성장률에도 타격이 꽤 클 것”이라고 했다. 1%대 성장률로 고꾸라질 가능성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지적대로 한국의 ‘수출 체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5.4%를 나타냈다. 2014년 이후 최근 5년 증감률 추이는 2.3%→-8.0%→-5.9%→15.8%→5.4%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5개년(2004~2008년) 추이(31.0%→12.0%→14.4%→14.1%→13.6%)와 비교하면 수출이 구조적인 정체 국면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목할 건 세계 교역량과의 비교 결과다. IMF 통계를 보면 금융위기 이전 세계 교역 평균 신장률(2002~2007년 중 평균)은 7.7%.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이를 두 배 이상 뛰어넘었다. 하지만 위기 이후(2012~2018년 중 평균) 세계 교역 성장률은 3.5%로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 수출이 2010년 전만 해도 세계 경제를 호령했다가, 이제는 세계 평균 정도로 쪼그라든 것이다. 2010년대 들어 한국 경제를 두고 구조적 장기침체 관측이 나오는 것도 수출이 줄어든 탓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상품수지(상품수출과 상품수입의 차이) 증감률(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 6월 -34.3%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이후 내내 마이너스(-)다. 반도체 수출에 이상이 생긴 여파다. 김 교수는 “한국은 지난 50년간 자유무역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라며 “강대국의 보호무역 양상이 이어진다면 국제 무역은 과거보다 낮은 수준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그 와중에 갑자기 불어닥친 미·중·일 퍼펙트스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더 침체기로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계에서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중국의 고도성장 덕에 반도체 같은 중간재 수출이 증가하면서, 역설적으로 산업 경쟁력 향상에는 소홀했다는 냉정한 지적도 나온다.

“韓 기업 신용도 하락 여부 주시해야”

김 교수는 환율전쟁에 따른 원화 가치의 향방에 대해서는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퍼펙트스톰이 몰려온다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커질지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아마 달러화, 엔화, 유로화 같은 안전통화에 자금이 몰리고 금처럼 전통적인 안전자산의 인기도 높아질 것입니다. 수출 감소가 과거보다 더 길게 이어지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의구심이 커질 수 있습니다.”

실제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일 달러당 1215.3원으로 17.3원 급등(원화 가치 급락)한 뒤 계속 12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1250원 이상으로 튈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가 하락하는 위험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만에 하나 그럴 조짐이 보인다면 정부는 이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각에서 나오는 한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에 대해서는 “미국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정치적 성격이 짙은 무역 갈등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1967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경제학자(1996~1998년, 2003~2011년) △미국 조지타운대 경제학과 교수(2007~2010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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