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비싼 전기요금 '소비억제' 높은 인센티브 '민간동참'

[3년차 맞은 에너지전환 정책 진단]
<上-③> 핵심은 에너지 소비효율
채찍과 당근 병행하는 독일 정부
'피할 수 없다면 기회로' 기업도 자발 참여
  • 등록 2020-01-03 오전 5:06:00

    수정 2020-01-03 오전 5:06:00

[베를린(독일)=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기업이 자발적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전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정부와 유럽연합(EU)은 결국 강제로 견인할 것이다. 우리 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피할 수 없는 변화라면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에버하르트 폰 로텐부르크 독일연방산업협회(BDI) 에너지·기후정책 부국장은 “독일 기업이 에너지 전환 관련 산업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일 좋은 기회”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BDI는 40개 업종별 협회 소속 10만여개 회사를 아우르는 독일의 대표적인 경제 단체다.

독일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 규제라는 ‘채찍’과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적절히 활용해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지난해 4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에너지 전환 선도국으로서 명성을 떨치는 배경이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에버하르트 폰 로텐부르크 독일연방산업협회(BDI) 에너지·기후정책 부국장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량 절반으로” 채찍 꺼내 든 獨

독일은 추진 목표 자체가 적극적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80~95%까지 낮춘다는 궁극적인 목표 아래 1차에너지 소비량도 2050년까지 2008년의 50% 수준까지 낮추기로 했다. 2050년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60%(발전 기준 8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발전 기준으론 지난해 40%를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원자력발전 비중은 2022년까지 0%(2017년 11.7%), 석탄화력발전 비중도 2038년까지 0%(현 36.6%)로 낮춘다는 세부 목표도 세웠다. ‘기후위기 해결’이란 큰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세부 전략을 하나씩 이행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는 순서부터 다르다. 우리 정부는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발전 보급 목표부터 정한 후 에너지 소비효율 개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을 차례로 수립했다. 우리가 여전히 ‘탈원전’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 속에 갈등을 겪는 것과 달리 독일은 정권 교체에도 정책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의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전환, 에너지 소비효율 개선 장기 목표. 독일 연방경제에너지청 제공
무엇보다 높은 에너지 가격이 민간에는 강력한 유인 역할을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에 따르면 2017년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1메가와트시(㎿h)당 343.6달러로 우리(109.1달러)의 세 배 이상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역시 독일(143달러)이 우리(98.5달러)보다 약 45.2% 높다.

독일 정부는 최근 들어서도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30% 줄인다는 새 중기 목표에 따라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독일의 주 난방원인 석유난방은 2026년 전면 금지된다. 산업 부문에만 적용했던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건물·교통 부문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독일 내에서도 이처럼 과감한 에너지전환 정책에 많은 불만과 어려움이 있지만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큰 틀에서 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에스더 크리실레스(Esther Chrischilles) 독일 연방경제에너지국 정책위원은 “독일의 에너지 전환 과정도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국민의 75%가 전기요금 인상부담에도 불구 이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강한 목표를 세우고 관련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독일의 전기요금 비교(2017년). Energy Prices and Taxes 2018(IEA) 제공
피할 수 없다면 기회로…자발 노력 나선 獨기업들

독일 기업도 정부의 ‘채찍과 당근’에 맞춰 자발적인 에너지 전환과 소비효율 개선 노력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연매출 19조원 규모의 독일 화학회사 코베스트로는 2030년까지 동일 생산량 대비 1차 에너지 소비량을 2007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 아래 매년 전체 매출액의 약 3%인 5억유로(약 6600억원)를 에너지 효율 개선에 투입하고 있다. 이 결과 이미 생산량 대비 1차 에너지 소비량을 지난해까지 약 35.7% 줄이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기업 독일 보쉬도 지난 2007년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뒤 지난해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1.1% 줄이는 데 성공했다. 공장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남은 배출량만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거나 재생에너지 발전 전기를 외부에서 사들여 실질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보쉬는 이를 위해 2030년까지 20억유로(약 2조60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보쉬 베를린법인의 마르틴 소어 씨는 “독일·EU의 기후변화 대응이 강화되고 있고 우리도 대기업으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뿐 아니다. 독일 연방정부와 BDI는 비슷한 지역이나 업종의 기업 10개 전후가 자발적으로 모여 2~3년간 에너지 효율 개선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에너지 효율 네트워크(EEN, Energy Efficiency Network) 를 구축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2014년부터 결성을 시작해 작년 말까지 250개 조직을 구성했다.

로텐부르그 BDI 부국장 “참여 기업 설문조사 결과 약 80%가 에너지 비용을 줄였으며 그 결과에 만족한다고 답하고 있다”며 “적지 않은 기업이 재참가를 신청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자발적 참여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독일 자동차부품사 보쉬의 ‘탄소중립’ 목표 이행 현황. 매출 및 직원 수 증가를 유지하면서도 직·간접적인 탄소배출량은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 보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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