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관리’? 틀렸다…컨트롤타워 세워야”

[마약에 취한 대한민국]①
[스페셜리포트]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마약, 관리 대상 아냐…질병으로 봐야”
“‘공중보건 위기’…美정부 대응 본보기 삼아야”
  • 등록 2023-03-31 오전 6:00:00

    수정 2023-03-31 오전 6:00:00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전직 대통령의 손자가 소위 엑스터시라는 합성마약 중독증상을 시연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한 유명배우는 많은 종류의 마약복용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반복되는 유명인들과 청소년들의 마약 오남용 사건은 정확한 현실 파악과 이에 근거한 대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의문을 낳는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이란 법 이름에서 보듯, 우리나라에서 마약류 오남용의 문제는 ‘관리’ 대상이다. 의지와 이성의 통제를 벗어나, 뇌와 정신과 신체를 병들게 하는 중독 현상을 ‘관리’로 해결하려는 기본적 전제부터 틀렸다. 미국은 이미 40년 전 약물 오남용 문제를 중독이라는 질병으로 보고, 포괄적인 치료와 회복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법(CARA)을 제정했다. 마약류 중독자를 치료와 회복 도움이 필요한 약자로 보는 것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론 정반대 길을 걸었어도 마약중독문제에 있어선 공중보건 위기로 규정했단 공통점이 있다. 2016년, 2018년에 펜타닐 오남용에 따른 청소년들의 사망에 주목해 긴급 예산 투자 약속, 강력한 예방 및 치료 지원정책을 폈다.

작금의 빈번한 마약 문제는 마약중독자를 검거하는 사법 형사체계의 공백이 아닌, 뇌질환 중독에 대한 예방과 치료의 실패, 즉 공중보건의 실패에서 기인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공중보건시스템에 대한 투자로 마약중독문제를 해결하겠단 정부의 선언이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가 협력체계를 구축해 ‘사법치료지원센터’와 같은 컨트롤타워를 설치해야 한다. 권역별 마약중독 집중치료기관을 지정해 민간 치료를 지원하고 상담 재활을 도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약물 오남용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정부의 의지와 높아진 사회적 관심을 지속가능한 정책과 서비스 인프라로 연결할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마약중독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때다. 의료계와 국내외 전문가들도 헌신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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