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글로벌 스탠더드는 미국…안 되는 것만 남기고 다 풀어야”

대한민국 저성장 고착화 막으려면
규제는 풀고 기업 책임은 강화해야
‘불이익’ 계층에 소득 재분배 효과
‘부의 소득세’ 가장 합리적 복지제도
저출산 문제 총괄 ‘인구청’ 만들고
돌봄서비스산업 최우선 육성해야
  • 등록 2023-12-07 오전 6:00:00

    수정 2023-12-07 오전 6:00:00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규제 완화는 모든 정부에서 추진해왔지만 진전이 없었다. 어디까지 규제해야 하고 어디까지 자유화할지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안 되는 것 빼고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의 ‘네거티브’ 시스템도 어디까지 법령에서 규제할 것인지 기준이 없으면 실행이 안된다.

기준이 필요하다면 왕성한 경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특정 국가, 예컨대 미국을 기준으로 삼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다. 특정 국가를 정하고 그 나라에서 허용되는 만큼의 경제 활동을 자유화하는 방법이다. 규제 정책에 대한 기준 국가의 지혜를 이용해야 한다.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기준국가를 정했으면 각 부처는 기준 국가 수준에 맞는 규제만 남기고 나머지는 폐지하도록 하되, 규제 완화가 초래할 위험을 흡수할 보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나라 형편상 기준 국가 수준으로 규제 완화가 어렵다면 정부 내에 설치된 ‘규제 완화 추진실’에서 별도 심의해 규제 완화 여부를 최종 결정하도록 하자. 감사원은 정책 감사를 축소하는 대신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부처와 공무원을 중심으로 감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통해 게임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아야 한다. 지금은 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 공무원이 큰 소리를 치고 민간은 피눈물을 흘려야 하는데, 앞으로는 규제의 필요성을 공무원이 소명하게 해야 한다. 완전히 다른 산업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케이팝(K-Pop) 산업을 보면 다른 산업도 가능한 일이다.

경제활동을 경쟁국 수준으로 자유화하는 만큼 기업에게는 상응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다양한 주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이사회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지배 대주주가 이사회 멤버 전원을 선임하는 체제에서 벗어나 집중투표제 등을 통해 소수주주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 다수의 이사는 지배대주주가 선임하지만, 소수의 이사는 소수 주주가 선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채용과 승진, 그리고 후계자 선정도 지배대주주의 가족이 어떠한 특혜도 받지 않고 다른 후보들과 공정하게 경쟁하게 해야 한다. 대주주의 가족이라고 무조건 배제하거나 무조건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다른 직원들과 동일한 절차를 거치고 동등한 대우를 받게 하는 것이다. 주식은 상속이 가능하지만 경영권은 상속되는 것이 아니다.

규제 완화 불이익 계층, ‘안심 소득’으로 보호해야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규제 완화를 하다보면 불이익을 보는 계층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들을 사회 안전망으로 보호해줘야 한다.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은 물론 복지제도 전반을 바꿔야 한다. 현재의 복지프로그램들은 세정 능력도 미흡하고 IT기술도 없었던 20세기 초중반에 만들어져서 진화해 온 것들이다. 그 때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복지제도의 개편은 현재의 세정 능력과 IT 기술 수준을 감안해 가장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

복지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소득의 크기에 따라 정부의 지원규모를 정하면 가장 합리적인 복지제도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오래 전 밀튼 프리드만이 제안한 ‘부의소득세’ (negative income tax)는 현재 시행할 수 있는 제도 중에서 가장 합리적이다. 돈을 많이 번 사람은 세금을 누진적으로 내는 것은 지금과 같지만 소득이 기준금액보다 작은 사람에게는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다. 소득이 작을수록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한다.

어렵게 생각할 것이 없다. 예컨대 기준 소득은 100만원, 부의소득세 세율은 50%로 가정하자. 현재 고소득층에게만 시행하고 있는 종합소득과세를 전 국민에게 적용하게 하면서, 월 소득이 100만원 이상이면 지금과 같이 소득세를 누진적으로 부과하고 100만원이 안될 때에는 월 소득 액수와 100만원과의 차이의 50%을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현재 이미 시범사업으로 일부 시행하고 있다.

부의소득세는 소득 크기에 따라 보조금 규모가 달라 합리적이다. 요건을 심사하는 과정도 없고 투명하며 집행 비용도 저렴하다. 한 번 심사에서 통과되면 기득권화 되는 문제도 없다.

부의 소득세는 개인별로 적용해야 한다. 출생 순간부터 보조금 대상이다. 출산에도 도움이 된다. 가구별로 시행하면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가족을 해체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다만 가구별 소득이 일정 규모 이상이거나 보유한 재산이 많을 경우에는 보조금 지급을 제한해야 한다. 소요 재원을 줄이고 소득재분배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안심소득’ 도입시 국민연금 개편도 쉬워진다

부의소득세를 도입할 경우 유사한 목적의 소득세 인적 공제 제도를 폐지하고 각종 현금성 보조금을 대폭 정비하는 재정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필요시 부가가치세율을 올리는 방안으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부의소득세가 도입되면 국민연금 개편도 한층 수월해진다. 부의소득세가 국민연금의 노후생활보장 기능을 보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만의 자체 개혁은 불가능하다. 기여율을 더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낮춘다 해도 연금소진년도를 몇 년 늦출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다. 운용수익율을 더 높이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런 희망적인 가정은 실현되기 어렵고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다. 실현 불가능한 소득대체율 목표는 국민의 불신만 초래할 뿐이다.

국민연금은 부의소득세의 도입을 전제로 기여금과 그 운용수익만을 지급하되, 정부가 최저 운용수익율(현재 수익율 수준인 5% 또는 5.5%)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 확정기여(DC)형과 유사하지만, 정부가 일부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기업이 기여금의 50%을 지급해주고 정부가 최저 수익율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가입 인센티브는 충분하다. 기여금율을 지금보다 높이면 더 좋다. 이렇게 해야 지속가능한 제도라는 믿음을 줄 수 있다.

다만 기존 가입자에 대한 부족분은 별도로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부족분만큼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고 이를 국민연금이 일괄 인수하는 방법이 무난하다. 일반재정의 부채는 늘어나지만 연금까지 포함하는 국가부채는 늘어나지 않는다. 투명성은 그 만큼 커진다.

저출산 문제 총괄하는 ‘인구청’ 신설해야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난이도 높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 문제를 책임지는 ‘인구청’과 같은 총괄조직이 있어야 한다. 돌봄서비스산업도 최우선으로 육성해야 한다. 첨단산업 육성보다도 정책적으로 우선해야 한다. 전국의 유휴 인력을 소정의 교육을 통해 돌봄서비스 제공자로 육성하고, 이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한다. 필요 시에는 외국인 인력 도입도 더 늘려야 한다.

교육의 목표는 대학 입시가 아닌 괜찮은 직업을 찾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수형 서울대 교수는 그의 책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에서 “자녀 교육의 목적은 대학입시가 아니고 직업”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처럼 괜찮은 직업을 갖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된다면 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경력 단절 문제도 기업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채용을 포함한 기업의 인력 관리 정책 등에 대한 ‘모범 사례’를 제시하고 이를 시행하는 기업에 법인세율을 3%포인트 등 일정 부분 인하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 하다. 예컨대 모범 사례에는 채용·승진 등 인사 관리 측면에서의 다출산 가정 출신 우대, 육아휴직 사용 및 경력 단절 여성 채용 우대, 소수주주 권한을 확대한 이사회 등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국가 정책적으론 다출산·다자녀 가구에 대한 혜택을 늘려야 한다. 비혼·비출산은 개인 자유이므로 그대로 존중받아야 하지만 국가 소멸을 막아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그들에게 상대적 불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탈리아로 가는 길’에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간다면 선진국이지만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정치가 작동하지 않아 어떤 개혁 결정도 내릴 수 없다는 점에서 두 나라가 닮았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학계·연구소·관료 등 전문가들도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저성장의 고착화를 막으려면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개혁 대안을 만드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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