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마지막 호흡기 떼낸 셈"… 日수출 中企 "영업 막혀 앞이 캄캄"

日노선 거의 전부 운항 중단..LCC "호흡기 뗐다"
'노재팬' 분위기 반전 기대하던 여행업계 '망연자실'
삼성·LG 등 대기업은 "영향 미미"..중기는 타격 불가피
"기업 피해 없도록 정부가 외교적으로 풀어줘야"
  • 등록 2020-03-09 오전 5:02:00

    수정 2020-03-09 오전 5:02:00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에 대한 입국을 사실상 금지조치를 취함에 따라 우리 정부도 맞대응에 나선 가운데 8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일본항공사 카운터에서 출국 승객들이 탑승 수속을 밟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한 대응조치로 9일 0시부터 일본에 대한 사증(비자) 면제조치와 이미 발급된 사증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이승현 이소현 권오석 강경록 기자] 전통적인 경제 우방인 일본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된 것일까. 지난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와 이에 맞선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인 ‘노 재팬’ 운동이 일어나면서 교역 규모가 크게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양국 간 입국 금지 조치가 나오면서 또다시 경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대한항공·제주항공만 일부 日노선 운항..나머진 전면 중단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다. 양국 하늘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미 중국과 동남아시아 노선이 중단된 상태다. 근거리 노선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던 것이 일본 노선이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는 당분간 국내선만으로 버텨야 하는 ‘보릿고개’ 상황에 직면했다. LCC업계 관계자는 “생명줄을 가까스로 연장하고 있던 마지막 호흡기까지 떼버리는 수순”이라고 토로했다.

일본이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제한 조치를 발표하며 국내 항공업계는 어쩔 수 없이 잇따라 일본 노선에 대한 운항 중단을 발표했다. 그나마 일본 노선을 일부라도 운영하는 곳은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2곳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은 일본 노선 전체를 중단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 노선은 주로 단기 자유여행객 수요가 많은데 2주간 격리되면서까지 일본으로 여행갈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외교적인 언어로 입국 제한이라고 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실상 입국 금지에 준하는 조치라 당분간 운항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연도별 일본 노선 승객 수
인바운드 시장 ‘피해 우려’..“희망 사라질까 두렵다”

여행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여행시장에서 일본이 갖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 실제 2001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인이 가장 많은 찾은 해외여행지 1위에 일본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노재팬’ 분위기가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누그러지면서 올해 사업에 기대감을 가졌던 여행업계는 이번 입국 제한 조치로 망연자실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2주에 1건 들어오던 인센티브 문의가 2주 전부터 하루에 2~3건씩 들어오는 등 분위기가 조금씩 반전되고 있었다”며 “하지만 양국 간 여행 제재 조치가 강화되면서 당분간 시장 회복은 물 건너간 것 같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더 큰 문제는 인바운드(방한 일본인 관광객)시장이다. ‘노재팬’으로 인해 한국인의 일본 방문이 반토막 난 것과는 달리 일본인의 한국 관광은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327만 1706명으로 2013년 이후 6년만에 300만명대에 올랐다. 일본인 관광객은 국내 여행 시장에서 약 20%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일본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에 나서면서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여행 수요가 거의 없는 상태였지만, 그나마 희망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되면 다시 여행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조치로 양국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면 이 희망마저도 사라질 것으로 보여 두렵다”고 말했다.

소부장 산업 피해 적을 것으로 예측..“물품 수입 문제 없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기업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코로나19 초기부터 해외 출장 자제와 화상 회의 활성화 등으로 해외사업을 대응해 오고 있다”며 “일본은 현지 법인에서 현지인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고 생산 시설이 없기 때문에 (입국 제한 조치로 인한) 피해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지난달 초부터 코로나19 발생국에 대해선 자체 출장 금지 조치를 내려놓은 상태라 입국 제한의 영향은 없다”고 했다.

다만 현지법인이나 화상회의 시스템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직접 일본 기업인들을 만나 홍보·영업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런 기회 자체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일본 사업을 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일본기업을 관리하고 사업을 확장하는데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기업 활동에 지장이 없게 외교적으로 잘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차질을 빚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은 그마나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측됐다. 최성율 한국과학기술원 소재부품장비기술자문단장은 “사람간 이동 제약이다 보니 물품 수입에는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다만 신시장을 개척하거나 수출 활로를 찾아가는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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