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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 총영사관 강제 진압…中 “엄정 교섭 제기”
미 국무부는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의 퇴거 시한인 24일(현지시간) 오후 영사관 출입문을 강제로 열고 진입했다. 휴스턴 경찰은 퇴거 시한을 앞두고 영사관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인근 거리를 폐쇄하기까지 했다.
중국 측은 “중국 총영사관은 외교 영사관사이자 중국의 국가 재산”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관사에 진입을 강행한 것에 대해 중국은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하며 이에 대해 정당하고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블룸버그통신 등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영사관에 숨었던 중국인 군사 연구원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인 탕쥐안(唐娟·37) 연구원이 미국에 비자를 신청하면서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를 거짓으로 작성했다는 이유에서다. FBI는 그를 비자 부정 발급 혐의로 기소했고 오는 27일 캘리포니아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다. 지난 5월 미 백악관은 중국 정부의 정보 수집에 동원될 위험이 있다며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된 학생이나 연구자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중국측도 맞불을 놨다. 중국 정부는27일(현지시간) 오전 10시까지 청두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통보했다. 미국이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에 폐쇄를 요구한 데 대해 정당하고 필요한 대응일 뿐 아니라 일부 영사관 직원들이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안보 이익을 해쳤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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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관 폐쇄는 충돌의 끝이 아니다. 앞으로 양국은 미중 무역합의 파기, 영사관 추가 폐쇄 또는 대사관 폐쇄 등 추가 충돌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남중국해에서 무력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금은 서명 당시(올 1월)와 비교해 1단계 무역합의의 의미가 덜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미중 간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이 최근 남중국해와 중국 해안에 대한 정찰비행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리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에 따르면 지난 1주일 동안 미군 ‘E-8C’ 정찰기가 네 차례 중국 광둥(廣東)성 남동부 해안 100해리 이내에 접근했고, 매일 3~5대 정찰기를 남중국해에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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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중국국제문제연구소(CIIS) 쿠이 레이 연구원은 지난 24일(현지시간) SCMP 기고문에서 “미중이 냉전 혹은 실제 군사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단언했다. 과거 냉전을 겪은 미국과 소련 간 관계와 달리 미국과 중국은 경제·사회적으로 밀접하다는 이유에서다. 레이 연구원은 “중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며 30만 명 이상의 중국인 학생들이 미국에서 유학하며 미국 교육산업에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양국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쟁 이외의 많은 옵션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심리전과 여론전, 외교전을 펼치는 데 능숙하다. 미국 정부가 휴스턴 중국영사관을 강제로 폐쇄한 건 ‘벼랑 끝 전술’일 뿐”이라며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선거용 전략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중국을 향한 미국의 제재가 선거를 위한 일회성 전략으로 볼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헨리 올슨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는 최근 미국이 중국 정부가 유학생들을 이용해 미국의 지적재산권과 기술을 훔쳐가는 스파이 활동을 한다고 주장하며 유학생 비자발급 금지조치를 시도한 점을 언급하며 “중국은 미국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중국 인구 규모는 미국의 4배 이상인데, 이는 중국의 급속한 성장이 계속된다면 10년 안에 미국에 심각한 경쟁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우리 자신을 속이고 우리의 적이 더 강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낫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