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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자금이 점점 단기화하고 있다. 가계는 장기 저축 예금을 해지해 단기 예금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코로나19사태로 불확실설이 커져 현금을 확보하려는 성향이 강해진 데다 금리가 낮아 조금이라도 수익이 높은 곳에 투자하려는 심리도 강해져 언제든 돈을 빼서 옮기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같이 단기화한 자금이 주식, 부동산으로 이동, 자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대출마저 단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만기가 짧은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사상 최대로 급증하면서 작년 3분기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대출이 2009년 통계 개편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누적 기준으로도 3분기까지 34조4000억원이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2010년(39조원)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만기 연장 등이 어려워질 경우 연체율 상승 등 신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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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유동성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으로 쏠리고 있다.
가계만 특정해서 살펴봐도 자금 단기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자금순환표를 살펴보면 가계 및 비영리기관(이하 가계)의 현금 보유는 작년 3분기까지 누적으로 13조2000억원 가량이 증가해 2009년 통계 개편 이후 연간 기준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였다.
예금저축기관 단기저축성예금도 작년 3분기까지 86조4000억원 증가, 사상 최대 증가세를 보였다. 수시입출식 예금 증가액(기업 등 포함)도 작년 한 해 189조3000억원을 기록해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반면 가계의 예금저축기관 장기저축성예금(만기 1년 이상)은 작년 3분기까지 20조9000억원이 감소, 연간 기준으로 사상 첫 감소세를 보였다.
가계 자금 단기화 현상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 1분기부터 자금 단기화 현상이 생겼다”며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 당장의 유동성을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예금 금리가 1%도 안 돼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으로 언제든 옮길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기성 자금은 주식, 부동산 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외 주식 및 펀드로 작년 3분기까지 62조원 가량이 증가했다. 사상 최대 증가세다.개인투자자의 매수세에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첫 3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작년(1~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만9422건으로 1년 전(7만4961건)보다 5.6% 증가했고 전국주택종합지수는 5.36% 올라 2011년(6.14%)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 마이너스통장 증가폭은 역대 최대
문제는 여기에 대출마저 단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신용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3분기 가계의 단기대출금이 21조3000억원 가량 증가해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누적으론 3분기까지 34조4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3분기까지 누적금액만으로도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늘었던 2010년(39조원)에 육박한다. 3분기까지 추세대로면 지난해 단기대출은 역대 최대치를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가계대출에서 단기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3분기 기준 23.2%로 전년동기(22.7%)보다 소폭 증가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 대출은 롤오버(만기 연장)를 하면서 대출을 연장하게 되는데 중간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 롤오버가 중단돼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신용 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용대출로 주식 투자를 단기로 몇 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주가가 폭락할 경우 단기 자금 상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