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냐 인도네시아냐, 어느 시장을 먼저?[박재성의 아웃사이트]

직관과 심사숙고에 대한 소고
숙달된 분야라면 직관을 믿어라
  • 등록 2022-10-23 오전 10:00:00

    수정 2022-10-23 오전 10:00:00

[박재성 ㈜STX 에너지사업팀장] “인도와 인도네시아 중에서 어디 먼저 진출할까요?”

2019년 인도네시아 주재원 시기, 화장품 회사의 오너인 한국 지인이 문득 연락하여 던진 질문입니다. 그냥 직관적으로 답해 달라고 하면서. 그래서 짧게 “그럼 인도네시아.”

그는 이윽고 법인 설립을 진행하고 그 해부터 바로 인도네시아 공습을 시작합니다. 신속한 결정과 실행력입니다. 그런데 직관(Intuition)을 따르지 않고, 깊게 심사숙고(Deliberation)했다면 가능했을까요? 오히려 여러가지 근거를 뒤지고 다양한 방법·대응을 정리하다가 우물쭈물 진행 못했을 겁니다.

직관이 언급되면 함께 따라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휴리스틱(Heuristics).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고려하는 행동경제학의 주요 용어입니다. 라틴어 Heuristicus 및 그리스어 Heutiskein가 어원으로 ‘To Discover’, 즉 ‘찾다, 발견하다’라는 의미입니다. 한정된 시간·정보 상황에서 축적된 지식·경험을 통한 ‘신속 판단 기술’입니다.

인류는 생존에 좋고 나쁜 경험을 무수히 하며 진화해왔습니다. 휴리스틱은 그 와중에 쌓여온 어림짐작, 한마디로 하던 대로 생각·행동하는 것이고, 태생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한 추측이기도 합니다. 이에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이 온전히 합리적이지만은 않다’라고 하며 휴리스틱을 경계하라고 언급합니다.

부분으로 전체를 파악하는 ‘대표성 휴리스틱’, 익숙함을 근거로 단정하는 ‘가용성 휴리스틱’, 인지도를 중시하는 ‘재인 휴리스틱’, 감정에 치우치는 ‘감정 휴리스틱’ 등이 주요 예시입니다.

비합리적 행동의 휴리스틱 편향(Bias)을 이해하며 관련 사안을 검토하다보면 분명 오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혹은 자주 결정을 더욱 보류하고 분석하며 더욱 심사숙고하기도 하죠.

그러나 비즈니스적으로 볼 때 지나친 심사숙고는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일단 사업에서는 상대적 속도가 중요함에도 검토하다가 타이밍을 놓칠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이나 미리 결정해 앞서가는 경쟁자로부터 도태되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그는 본인의 직관은 물론 두 국가 모두 경험한 타인의 직관도 체크하고, 실제로 현장 확인도 신속히 진행하며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확보한 것입니다. 직관을 활용한 비즈니스 결정에서 감탄할 만한 사례입니다.

다만 중요한 사업상의 직관을, 숙달된 분야에서 발휘해야 하는데 미숙하거나 숙련중인 분야에 적용하는 건 경계해야합니다. 아직 부족한 분야에서는 숙달의 영역까지 분석하고 심사숙고하며 차근차근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숙달되지 않았다면 홈그라운드가 아닙니다. 성급한 직관과 함께하는 도전은 이미 자리잡은 채 수익 추구에 목마른 수많은 고수, 중수의 경쟁자가 득실거리는 적진으로 뛰어드는 겁니다.

직관과 휴리스틱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 저자, 저널리스트들이 언급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웃라이어의 1만시간 법칙’으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의 또 다른 저서 ‘블링크’도 그 결을 함께 합니다. 뉘앙스의 차이가 조금씩 있으나 관통하는 본질은 본인의 숙달된 분야에서 축적된 지식, 경험치에 기반한 사유 과정 없는 신속한 종합적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결정의 순간, 자신 있는 자기 분야에서 직감이 온다면 믿어 볼만합니다. 직관이라는 인류가 생존해온 기술에 자신의 숙달 영역을 더한 것인데, 어찌 주저할 수 있습니까. 심사숙고는 선택 후 다음 단계에서 하면 됩니다. 그러나 본인 분야임에도 주저하게 된다면, 아직 숙달에 못 이른 것은 아닌지 고려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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