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프로가 필요한 세상, 프로가 되자"

  • 등록 2006-11-29 오전 8:26:15

    수정 2006-11-29 오전 9:10:06

[지오텔 이종민 대표]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CEO가 말하는 것처럼 필자도 ‘인재(人材)’라고 꼽겠다. 현대사회에서 최고 경영자는 단지 인재를 데려오고, 관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 인재인지, 옥석을 가리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기업 문화와 CEO의 경영 철학(때로는 인생경험)에 따라서 달라지는 듯하다. 필자가 추구하는 프로페셔널한 인재는 자신의 지식을 수치로 정확하게 표현, 즉 정량화 해 낼 수 있는 사람이다.

영국의 학자 캘빈 경은 지식이란 측정할 수 있고,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기준에 의하면 측량할 수 없고, 수치로 표현하지 못할 때 그 지식은 빈약하고, 불만족스러운 부류에 속한다는 것이다. 캘빈경이 말한 지식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사례 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쉽게 찾을 수 있다.

필자는 고대 우리 민족의 빛나는 역사를 전해주는 '광개토대왕비문'을 보고 그 정밀함에 놀란 적이 있다. 정치가 혼란한 시대 많은 왕릉들의 비문은 화려한 미사여구와 고매한 표현으로 선왕을 기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대왕의 비문은 등극 이후 당시의 국제 정세, 정벌과 치세의 기록을 연도별로 각 지명과 부족명, 군사의 수 등을 바탕으로 총 44행 1755문자에 걸쳐 생생히 기록하고 있다.

“8년 무술, 편사를 파견하여 백신토곡을 정찰하고, 막사라성과 가태라곡을 정복하고 남녀 800명을 잡았다. ~(중략) 이때 태왕의 은덕에 감격하여 따라온 자가 있는데, 매구루압로, 숙사사압로 등 이다. 모두 64성과 1400개의 촌락을 공파하였다” 이렇듯 병력의 수, 노획장비의 수, 침공하여 멸한 성의 수와 장비들 등 대왕의 치적에 대하여 매우 상세히 정량화 하여 기술해 놓고 있다.

광개토대왕릉비문에서 보듯이 우리에게도 사실적이요 실용적이며 계량화된 시대정신이 지배했던 때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비문에 새겨져 철저하게 정량화된 기록이 광개토대왕의 위대함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아닐까? 또한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이 아닌, 정밀한 실사구시의 정신이 고대 우리 민족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또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거중기와 수원성 축조에서 실용적인 탐구와 노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중기는 역사적으로 강국이었음을 증명하는 장비이다. 8개의 도르래를 사용하여 적은 힘으로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어올리는가 하면 커다랗고 무거운 돌을 적당한 높이까지 들어올려 더욱 큰 힘을 쓰게 했던 것이다. 이는 공기(工期)의 단축이라는 과학성도 중요하지만 작업자의 안전도에서도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다.

인생의 황금기 15년을 흑산도에서 유배생활 중 남긴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 는 무엇으로 그 탁월함을 인정받는가? 이 책은 총 226개의 표제 항목으로 분류한 각종 수산 동식물들의 명칭, 분포, 형태, 습성 및 이용법 등에 대한 매우 방대하고도 엄밀한 사실적 기록을 담고 있다.

중국의 문헌을 정리하고 고증하는 종래의 저술 방식을 극복, 해양 생물들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심지어 해부까지 해서 얻은 놀라운 성과물이다. 이를테면 50개가 넘는 청어의 척추 뼈를 일일이 세어 맞춘 그의 집요한 과학에는 현대 생물학자들조차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민중을 사랑했던 선비의 마음, 학문에 대한 열정, 지식인의 양심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바다가 담겨 있다고 전해진다.

현대사회, 특히 IT산업에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변화의 폭은 훨씬 커지고 있다. 첨단 기술과 선도 제품의 라이프사이클도 2~3년을 넘지 못한다.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남들 보다 반박자라도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정량적 사고와 실사구시적 행동 양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밀하게 수치화된 목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세밀하고 꼼꼼하게 계측하고 정량화하는데 무척 게으르다.

소프트웨어 개발도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 개발도 결과 중심의 사고로는 소프트웨어 방법론이 나올 수 없다, 그래서 모든 소프트웨어 방법론이 모두 서구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소프트웨어 선진국 직원과 함께 일을 해 보면 짜증날 정도의 세밀한 스케줄링과 계량화의 능력을 지켜봤을 것이다.

끝으로, 인재의 조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점이 바로 조직에 대한 태도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인성과 능력만을 놓고 볼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능력과 개인적인 자질은 탁월하지만, 조직을 위해서는 자기 능력의 10%도 발휘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에 비해 개인적 능력은 전자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조직을 위해서 자신의 능력의 90%, 그리고 100%를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인재는 별개의 개인이 아닌 조직 속에서 존재로 평가 받고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필자가 선호하고 함께 가고자 하는 사람은 바로 조직 속에서 자기 잠재 능력의 90%이상을 끌어내는 사람이다.

물론, 이 말은 조직을 위해서 개인이 희생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제 자신 뿐만 아니라 조직에 눈을 돌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조직을 통해서 협업하여 극복해나가는 자세, 그리고 자신의 꿈을 회사라는 조직 속에서 함께 일구어가는 자세, 그렇게 개인이 회사라는 조직 속에서 행복해지고자 하는 그런 자세가 중요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여기까지 올 수 있는 비결도 바로 이러한 프로정신에 충만한 인재들이 회사의 기둥이 되어왔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프로는 운동선수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지식산업사회의 프로는 계량화된 지식으로 실용적인 탐구와 노력을 투자한다. 그들만의 고유한 기법이 반드시 존재하며 항시 정량화된 그리고 계량화하는 지식을 가꾸는 방법을 안다. 엊그제 지오텔은 필기시험을 통해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했다. 새롭게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들을 멋진 프로로 키워내는 것 또한 지오텔과 필자의 몫이다.

이종민 대표
<약력>
서울시립대학교 및 동대학원 GIS전공 졸업
쌍용정보통신㈜ 근무
인천국제공항공사 근무
㈜지오텔 대표이사 (현재)
㈜지오텔
2000년 1월 주식회사 지오텔 설립
2003년 6월 MSN모바일서비스 세계 최초 상용화 성공
2003년 10월 한국 표준무선인터넷 플랫폼(WIPI) 상용화 성공
2005년 8월 메시징허브플랫폼 `쿨샷` 상용화 성공, 벤 처기업상 수상
2006년 8월 코스닥 상장
      10월 벤처기업대상 국무총리상 수상,
      11월 모바일기술대상 정통부장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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