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안 후보의 전격적인 대선후보 사퇴 선언으로 야권단일화가 성사되기는 했지만 양측 모두에게 만만치 않은 숙제를 남겼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후퇴 사퇴로 낙담한 안 후보 지지층의 마음을 끌어안는 게 최우선의 과제로 떠올랐다. 안 후보 역시 대선 본선에서의 거취와 향후 정치인으로서의 행보 등과 관련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문재인, 자택 머무르며 공동선대위 구성 등 정구구상 몰두
야권 단일후보를 예약한 문 후보는 이날 하루 서울 구기동 자택에 머무르며 정국 구상에 몰두했다. 하루 종일 외부일정을 잡지 않아 안 후보와의 깜짝회동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문 후보는 다만 이날 야권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투신한 고 유병수씨의 영결식과 관련, 트위터에 “고인의 명복을 빈다. 참으로 어깨가 무겁다”고 글을 올렸다. 문 후보가 직면한 고민의 폭과 깊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광온 대변인은 이와 관련,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합의 정신과 새정치선언을 바탕으로 한 국민연대 방식의 새로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함께 했다“며 ”선거대책위원장단은 문재인 후보에게 전원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안철수, 지방서 휴식..정권교체 새정치 역할 고민할 듯
우선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9월 대선출마 선언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강행군을 이어온 만큼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그동안 선거를 도와준 인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는 지방에 머무르면서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본인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안 후보가 문재인 후보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 등 직함을 맡고 선거지원에 나서느냐 여부다. 안 후보는 전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며 “단일화 과정의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주고 문재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는 문 후보 지원에 나서 정권교체를 돕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다만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을 선언한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공식 직책을 맡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향후 행보와 협력 여부는 두 사람의 회동에서 최종 결정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문 후보는 안 후보가 전날 대선후보를 사퇴한 직후 “안 후보에게 빠른 시간 내에 가장 정중한 예의를 갖추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안 후보가 지방에서 귀경하는 대로 단일화 협상 과정의 앙금을 털어내고 대선협력을 다지는 양측의 회동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