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서 경운기 속력의 소형 목선 찾기 가능할까[김관용의 軍界一學]

지난 24일 목선 타고 넘어온 탈북민 관련
국정감사서 軍 경계작전 실패 논란 이어져
軍 이례적으로 작전 일지 공개…"실패 아냐"
침투세력에 특화돼 있는 해상 작전 이해해야
  • 등록 2023-10-29 오전 10:12:17

    수정 2023-10-29 오전 10:22:3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 24일 북한 주민 4명이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올 당시 우리 군의 경계작전을 두고 군 당국과 정치권이 대립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27일 국방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민간의 신고 이후 군이 현장에 전력을 보냈고, 북한 목선이 NLL을 넘어오는 것을 포착하지 못했다며 ‘실패한 작전’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특히 김병주 의원은 “경계작전의 완전한 실패를 성공한 작전으로 둔갑시킨 희대의 사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김승겸 합참의장은 “작전 요원들이 책임과 역할을 다했고 우리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그 능력을 발휘해서 작전을 진행했다”면서 “군이 작전한 내용을 둔갑시켰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군의 명예에 대한 심대한 손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北 소형 목선 관련 주요 경과·조치

이같은 논란에 군은 당시 작전 일지를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시간별로 조치 상황을 나열해 공개한 건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실패한 작전이 아니었다는 것을 항변하는듯 합니다. 다음은 합참이 공개한 ‘북 소형 목선 관련 주요 경과·조치’ 내용입니다.

북한 주민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와 속초 앞바다에서 우리 어민에 의해 발견된 가운데 이날 오후 당국이 소형 목선을 양양군 기사문항으로 예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4일 03:00~07:00 동해 NLL 이북에서 북 특이 징후 포착

△NLL 우발상황 대비, 우리 어선 조업보호, 소형 표적 탐지 등을 고려해 특이징후 발생 해역으로 구축함 근접 이동 후 북 단속선과 동조 기동 △해상초계기(P-3) 긴급 출격 △해군은 육군 3군단 및 해양경찰과 지속 상황 공유 △3군단도 다양한 상황 발생을 고려해 대비태세 강화

05:33~06:30 육군레이더, 미상물체가 책임 감시구역 내 진입했을 때부터 포착·추적

△원거리 감시가 가능한 해군 감시레이더에 미상물체 확인 여부 요청 △인접 소초에 열영상감시장비(TOD)로 미상물체 확인 여부 요청(3회)

06:31 A소초 TOD 영상으로 ‘작은 점 형태의 물체’ 식별 및 추적

06:59 A소초 TOD 영상으로 미상물체를 ‘선박형태’로 식별

07:03 육군 레이더기지, 해상 미상 물체에 ‘표적번호’ 부여


△레이더 기지에시 추가적인 현장 근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표적번호 부여 △해당 위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선박 3척의 연락처 확인 위해 어촌계장 및 어선안전조업국 등과 연락 시도

07:00~07:20 미상선박이 우리측 어선 방향으로 이동·근접

△육군 해안대대는 미상선박 지속 감시 △현장 확인을 위해 우리 측 어선 선장들에게 연락 시도

07:10·07:12 유관기관으로부터 미상선박 관련 우리 어민 신고내용 접수

△속초 어선안전조업국이 해군에 미상 목선 식별 신고 접수 통보 △속초 해경은 육군 해안대대에 07:00경 ‘동해호’에서 미상선박 식별신고 접수 통보 △대대는 기존에 추적·감시하고 있던 미상표적과 위치가 일치함을 확인 △어민 신고 접수 이후 해안여단은 속초 해경에 연안구조정 출동 요청 △대대는 고속상황전파체계 통해 3군단 내 상황전파

07:29 해안대대 ‘선박주의보’ 발령

△TOD 영상 확인 결과 미식별 선박의 형태가 우리 어선의 형태와 다르고, 어민신고 내용 등을 고려해 신속한 확인이 필요해 선박주의보 발령

07:15~08:00 해상초계기 현장 이동, 함정 긴급 출항·도착

△초계 중인 P-3 해상초계기가 현장에 도착해 소형목선과 인원 확인 △해군 대잠 고속단정(RIB)·고속정, 해경 연안구조정 현장 도착 △호위함이 속초 동방 기동탐색 위해 긴급 출항 △북 인원들 해군 고속정으로 ㅇㅇ지역 이동 이후 작전종료

경계작전 실패로 몰아가는 정치권

군은 이번 작전과 관련, “동해 NLL은 횡으로 약 400여 ㎞로 동해 작전구역은 대한민국 면적 전체와 유사하다”면서 “서해와 달리 감시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섬이 없기 때문에 해군 함정 레이더와 해상초계기, 육군 해상 감시레이더 등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해상 작전 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작전 당시 속초 앞바다에서는 선박 160여 척이 활동하고 있었는데, 레이더로 120~130여 척, 영상감시장비로 40~50여 척을 감시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군은 “우리 군이 필요한 작전적 조치를 정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어민의 적극적인 신고에 의해 신속히 상황 확인이 가능하게 됐다”면서 “통합방위작전의 중요성도 함께 인식하게 된 작전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군 관계자는 “미상 선박의 속도나 규모 등 여러 정보를 분석해 침투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더 빨리 확인하기 위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우리측 어선들에게 연락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면서 “가장 가까이에 목선을 신고했던 그 배 등이 있었고, 연락을 시도하던 중 해당 어선 선장들이 먼저 이 목선을 발견하고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지난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군을 질타합니다. “목선 이동속도를 계산해 보면 시속 3~4㎞ 정도이므로 자정 이전에 NLL을 넘어왔을 것이데, 최소 7시간 동안 군은 깜깜이었다”, “만약 북한 무장 인원이 목선에 타고 있었다면 근처에 있던 어선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동해상 환경이 어쩌고저쩌고하는데, 핑계 대거나 변명하는 걸로 들린다” 등의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북한 목선이 동해 NLL을 넘어 34㎞ 남하할 때까지 우리 군이 포착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이 선박이 간첩선이었으면 어쩔뻔 했느냐’는 식의 주장은 논리 비약일 수 있습니다. 북한 간첩이나 공작원이 8m도 안되는 크기의 경운기 엔진 보다 못한 수준의 배를 타고 기습침투 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침투·도주에 적합한 성능의 배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해상에서 우리 군의 작전은 잠수함이나 고속으로 침투하는 반잠수정과 같은 침투 세력의 움직임을 포착하거나 적 동향을 주시하는데에 특화 돼 있습니다. 금속 재질도 아닌 레이더에 잘 잡히지도 않는 조그마한 목선까지 쪽집게 처럼 잡아낼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드넓은 동해 바다에 천문학적인 감시 전력을 투입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려면 우리 군의 작전 개념이 아예 달라져야 합니다. 그래서 바다에서는 민·관·군·경 통합방위 요소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민간 어선의 신고 도움을 받는 사례가 다수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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