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천국 흡연지옥]"내 건물 앞은 안돼" 사설 금연표지판 우후죽순

특정 구역에 흡연자 몰려 간접흡연 피해 집중되기도
  • 등록 2016-07-01 오전 6:30:00

    수정 2016-07-01 오전 6:30:00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회사원 지모(49)씨는 며칠 전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건물 관리 직원과 한바탕 실랑이를 했다. 점심 식사 후 회사 앞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려다 흡연을 제지하는 건물 관리 직원과 언쟁이 붙었다. 지씨는 “건물 앞이 금연거리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고 따졌지만 관리 직원은 건물 주위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가리키며 “건물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했다. 현수막에는 ‘금연통제구역, 과태료 10만원’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러나 이 곳은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지정한 공식적인 금연구역이 아니다. 종로구의 경우 종로구청이 지정한 관내 금연거리는 △인사동 금연거리(남인사 안내소 인근~안국동 사거리 약 690m ) △종로 1길 금연거리(중학천 주변 약 220m) △종로 7길 금연거리 (그랑서울~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건물 보행로 약 273m) 등 3곳이다. 나머지 건물 주변 등 외부공간은 법적인 금연구역이 아니다.

그러나 서울시내 적지 않은 건물과 상가 건물 관리사무소가 주변에 임의로 금연표지판을 설치한 뒤 흡연을 제한해 흡연자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회사원 이모(34)씨는 “건물 주변 곳곳에 금연 표지판을 설치해 놓고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건물 관리직원들이 달려와 제지한다”고 푸념했다. 이씨는 “일부 흡연자들은 관리직원들과 삿대질을 벌이거나 무시하고 계속 담배를 피워 큰소리가 오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종로구 뿐 아니라 서울 시내 대형건물 주변에서는 금역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 폐쇄회로(CC)TV 촬영중’과 같이 위압감을 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나 표지판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러나 이같은 금연 표지판 중 상당수는 건물주 등이 자체 제작한 ‘사설’ 표지판이다.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이라는 입간판이 서 있는 한 대형건물의 관리사무소장은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다보니 민원이 끊이지 않아 임의로 설치했다”고 털어놨다.

회사원 강모(51)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물 밖에선 담배를 피울 수 있었는데 건물 앞에 금연 표지판이 생긴 뒤로 인적이 드문 골목 안까지 찾아가야 한다”며 “금연 구역도 아닌데 과태료까지 물린다고 으름장을 놓는 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건물들이 사설 금연표지판과 관리 직원을 동원해 흡연자들을 밀어내자 흡연이 가능한 뒷골목 등 특정지역에 흡연자들이 모여들면서 해당지역의 피해가 커지는 사례도 나온다. 대표적인 흡연자 밀집지역인 광화문 KT빌딩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이모(27)씨는 “점심시간마다 골목 여기저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담배연기 탓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종로구청이 지정한 중학천 보행로 금연구역 바로 뒤편으로 흡연자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고준혁 기자
흡연자들은 금연구역처럼 흡연구역도 늘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흡연구역 설치가 간접흡연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지만 결국 흡연을 촉진하는 꼴이라 흡연율을 낮추려는 정부의 가이드라인과는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일반시민, 시민단체 관계자, 대학(원)생 등 130여 명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실외 금연구역 내 간접흡연 피해방지를 위한 흡연구역 기준’ 최종안을 채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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