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人]편한길 대신 험지‥뚝심의 최종구 스타일

취임 2주년‥文정부 최장수 경제관료
功은 돌리고 힘든 일 도맡고
가계부채 안정·금융혁신 성과 높은 평가
경제부총리 기용·총선 차출설 끊이지 않아
"좌고우면 않고 금융혁신 끝까지 챙기겠다"
  • 등록 2019-07-08 오전 6:01:31

    수정 2019-07-08 오전 7:43:37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제가 언제까지 이 자리(금융위원장)에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앞날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습니다.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할 뿐입니다.”

지난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첫 금융수장으로 임명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았다. 1기 경제팀부터 합류한 장관급으로서는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는 정통 경제관료다. 4개월만 지나면 전임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보유한 최장수 기록도 깬다.

관가에서 최 위원장이 이만큼 장수하리라 예상 못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만든 캠프 출신이 아니라 정치적 배경도 없다. 전임 위원장과 비교해서 경력이나 언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많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우직함과 성과로 최장수 장관 반열에 올랐다.

최 위원장은 지난 5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그동안 일을 안 해 힘든 것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지난 2년간 금융분야는 가계부채, 가상통화, 은행 채용비리, 삼성 바이오로직스 회계논란을 비롯해 한시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가 “일을 안 했다”는 말한 것은 후배 공무원을 믿고 일을 맡기는 방식으로 성과를 내면서도 자신의 공(功)은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게 그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최 위원장은 직원을 100% 신뢰하되, 힘들고 어려운 부분은 직접 나서는 현장형 리더”라고 전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최종구 스타일’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가계부채 안정화 과정이다. 특히 작년 뜨거웠던 부동산 시장을 식혔던 9·13 대책의 성공은 금융당국이 꺼낸 강력한 대출규제 역할이 컸다. 그런데도 최 위원장은 스포트라이트는 양보했다. 대신 물밑에서 “대출받아 주택 투자를 하는 일은 앞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국민과 금융권에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금융위 내부에서조차 ‘재주는 곰(금융위)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타 부처)이 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최 위원장은 시장과 국민이 성과를 인정해줄 것이라며 후배들을 다독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위원장 취임 직후 10% 훌쩍 넘게 늘었던 가계부채 증가율은 올 들어 4%에 그쳤을 정도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9·13 대책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포함한 규제 처방전이 제대로 먹힌 결과다.

금융혁신은 최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며 힘을 받은 정책이다. 핀테크(금융+IT)를 포함한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 기득권과 규제라는 벽에 막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최 위원장이 직접 움직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예산과 인력을 금융혁신에 집중하며 대대적인 지원사격을 약속했다. 지난 1월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핀테크 현장 간담회는 그의 의지를 드러낸 상징적 장면이다. 당시 최 위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보기 어려운 ‘후드티’를 입고 “올해가 핀테크 산업의 골든타임”이라며 핀테크 활성화 의지를 보였다. 그 결과 혁신금융서비스를 총 37건 지정한 것을 포함해 규제 샌드박스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핀테크 활성화 등에 힘입어 간편 결제 이용액이 2년간 3배가량 증가했을 정도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 “예전 금융위를 찾으면 웬만하면 말리는 규제 부처였다”며 “이제는 뭐라도 도와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대형 시중은행의 한 임원 역시 “지난 2년간 핀테크와 인터넷은행의 도전은 관성에 젖었던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는 계기가 됐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수장으로 2년을 성공적으로 보낸 최 위원장은 다시 갈림길에 섰다. 가계부채, 가상화폐, 자영업자 신용카드 수수료를 포함해 굵직한 현안을 잡음 없이 처리해 능력을 인정받다 보니 경제부총리 등판설이나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강원 강릉 차출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 일부에서는 취약점으로 꼽히는 경제와 금융 분야를 보강하려면 최 위원장을 비례대표로 영입해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최 위원장은 “국회의원은 평소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잘 맞지 않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면서 “(한다면) 고향(강원 강릉)에서 출마해야지 비례대표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편한 길 대신 험지를 마다하지 않는 ‘최종구 스타일’을 보여주는 면모다.

최 위원장은 앞으로도 좌고우면(左顧右眄) 하지 않고 맡은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당장 하반기 17조원의 금융 프로그램을 가동해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국민이 ‘달라진 금융’을 체감할 수 있도록 손에 잡히는 구체적 과제 위주로 금융혁신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다.

최 위원장은 “도전과 변화를 장려하는 분위기,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면서 “금융혁신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시장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변화를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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