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때 장기 이동통로 막히지 않아 발생…발생빈도 남아가 여아보다 5배 높아
탈장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소아 탈장’이라고 할 때는 서혜부 탈장을 일컫는다. 태아 초기에 생겨난 고환이나 난소는 뱃속에 위치하고 있다가 임신 7~9개월 사이에 이동하며 제 위치를 찾아 간다. 이때 이동 통로로 남아에게는 초상돌기, 여아에게는 누크관이 생겨나는데 이들은 정상적인 이동이 끝나면 저절로 닫힌다. 하지만 일부 아기들은 이 통로가 닫히지 않은 채 태어나고, 이를 통해 장기가 빠지는 서혜부 탈장이 발생하는 것이다.
소아 서혜부 탈장은 영아의 약 3~5%에서 나타나며 환자 중 약 10%는 가족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평균 발견 연령은 만 3.3세이며 3분의 1 가량은 생후 6개월 이내에 발견된다. 남아가 여아보다 5배 정도 발생 빈도가 높으며,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난 미숙아는 서혜부 탈장 발생률이 30% 정도로 만삭아보다 높다.
◇사타구니 부위 불룩 튀어나오면 의심…튀어나온 부분 단단해지고 붓기 있으면 응급수술 필요할 수도
하지만 빠져 나온 장이 덩어리처럼 튀어나온 상태로 눌러도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감돈탈장이라고 한다. 감돈탈장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잘 발생하는데, 튀어나온 부분이 단단하게 만져지고 주변이 붓기도 하며 남아의 경우 음낭이 푸른색을 띄기도 한다.
이때 아이는 구역, 구토, 복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게 되며, 이 경우 응급수술을 하지 않으면 장폐색과 괴사로 위험해 질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숙련도 중요,
서혜부 탈장의 치료방법은 수술이 유일하다. 복벽이 약해져 발생하는 성인의 서혜부 탈장과 달리 소아의 탈장은 인공막 등의 보강 없이 수술로 장기가 탈출하는 길을 묶어서 치료한다.
수술방법에는 절개와 복강경 두 가지가 있는데, 절개와 복강경을 말 그대로 바깥쪽에서 절개해 수술부위에 접근하느냐 혹은 복강경을 통해 몸 안쪽에서 접근하느냐의 차이다. 절개수술은 탈장 된 부위의 피부를 2~3㎝ 정도 절개해 진행한다. 복강경 수술은 보통 카메라를 넣기 위해 배꼽에 1㎝ 남짓을 절개하고, 양옆에 수술 도구를 넣기 위한 5mm 크기의 구멍 2개를 뚫어 진행하는데, 배꼽 부위에 1.5~2㎝ 크기의 구멍 하나만을 뚫고 진행하는 단일공 방식도 있다.
절개방식이 유일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대부분 복강경 수술로 진행하며, 수술 후 재발 확률은 0.5~1%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외과 나영현 교수는 “아이가 전신마취 수술을 해야하기 때문에 걱정하고 주저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탈장은 장 괴사, 천공, 복막염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발견되면 전문의를 찾아 진료받고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며 “수술 부위 주변에는 정관, 고환혈관 등 중요기관이 있어 수술 숙련도가 중요하므로 소아외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서혜부 탈장은 태아 발달과정에서의 발달 미흡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므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아이들이 어려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연령에서 나타나는 질환이므로 부모가 아이들을 세심히 관찰해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영현 교수는 “서혜부 탈장은 저절로 호전되는 질환이 아닌데다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평소 부모님들이 아이의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시킬 때 사타구니의 좌우 대칭 여부를 관찰해 초기에 발견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