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판결문 데이터 러닝..재판 지연 획기적 해소 기대"

■만났습니다-강석훈 율촌 총괄대표변호사
방대한 데이터 분석 통해 판사 업무부담 해소
재판지연 획기적 개선 가능…국민 피해 감소
리걸테크 발전 위한 공적영역 투자 확대돼야
  • 등록 2024-02-06 오전 6:00:00

    수정 2024-02-06 오전 6:00:00

[이데일리 백주아 성주원 기자] “법원이 하급심(1·2심) 판결문을 공개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챗GPT가 요약하는 등 기초 업무만 도와줄 경우 업무량 상당 부분이 줄어들 것이다. 공적 영역에서의 리걸테크 산업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강석훈(61·사법연수원 19기)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는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사법부가 추진하는 재판 지연 해소책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총괄 대표변호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헌법 제109조에 의거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가 원칙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원은 하급심 판결문을 제한적으로 공개한다. 재판이 대법원 선고까지 평균 5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 지연으로 재판받는 국민과 대리인 로펌의 피해 손실은 상당하다. 공개된 판결문 데이터와 리걸테크 산업을 접목할 경우 판사 숫자를 많이 늘리지 않더라도 재판 지연을 획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강 변호사 판단이다.

강 변호사는 “미국은 모든 판결문을 공개해 웨스트로, 렉시스넥서스 등 법률 서비스 제공 기업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며 “AI 기술을 활용해 교통사고, 폭력, 이혼 등 수십만 건의 하급심 판결문과 서면을 데이터 러닝을 할 경우 어지간한 선례를 찾아 답을 줄 수 있는 만큼 판사 업무 상당 부분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율촌은 2015년부터 선제적으로 리걸테크 관련 투자를 이어왔다. 법률 서비스에 AI 기술 활용 시 얻는 효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현재는 광범위한 법률 데이터 검색, 법률 문서 생성 등을 돕는 법률 AI 구축을 추진 중이다. 다만 불확실성 등 민간 영역의 투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리걸테크 발전을 위한 공적 영역의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원이 보유한 데이터를 잘 가공해 국민과 변호사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경우 재판도 빨라지고 전체적으로 얻는 이익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 발전으로 법률 시장 질서가 왜곡될 것이란 일부 우려는 기우라고 봤다. 강 변호사는 “지난 1990년 판사 임관 당시만 해도 판결문 초본을 손으로 쓰고 대법원 판결 요지집을 찾아 판례 검색을 했다”며 “워드 프로그램이 나오고 판례 검색이 수월해지면서 판사 업무가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과 달리 일은 오히려 더 늘었다. 단순 반복적인 일은 기계에 미루고 사람은 창의적·종합적·통섭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3년을 돌아보면 어떤 해였나.


△노동시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직장 내 괴롭힘 등 이슈가 많아서 노동팀이 성장을 견인한 부분도 있다. 전통적으로 조세 분야도 강한데 조세 관련해서도 매출이 늘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2023년은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PEF(사모펀드)·M&A(인수합병) 시장이 위축되다보니까 딜 자문보다는 송무 분야가 약진한 해였다.

-올해는 어떤 새로운 이슈를 마주치게 될까.

△기업이 비용을 줄이려고 할 것이고 맨 먼저 줄이는 게 컨설팅·법무 비용이다. 그렇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꼭 맡겨야 하는 일이 있다. 거기서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이 영역만큼은 율촌 홍길동 변호사를 찾아가야 한다’라고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재판 지연 문제가 많이 지적되고 있다.

△신임 대법원장께서 재판 지연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하셨다. 재판이 빨라지면 국가 전체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을 것이다. 법원 입장에서만 보기보다는 재판받는 국민, 국민을 대리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도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어떤 의견이 있는지 소통할 수 있으면 해법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는 이슈가 있다면.

△제가 요즘 관심이 많은 분야는 AI(인공지능)다. 미국은 법률 서비스 업체가 모든 법원의 판결문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한다. 변호사가 쓰는 소장, 서면도 다 공개하고 있다. 이 방대한 데이터를 생성형AI, 챗GPT 러닝을 시키면 엄청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미국 업체들은 우리나라에도 자회사를 두고 대법원 판결, 주석서, 법률 문헌 등 서비스를 하려고 할 것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워낙 데이터가 방대해서 일반적 영역에서는 우리가 경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법률은 미국법원과 우리 법원의 판결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우리 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공개하지 않는다. 사실 AI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데이터가 하급심 판결이다.

-왜 그런가.

△가장 전형적인 사건이 교통사고, 폭력, 이혼 사건 등이다. 수십만건의 하급심 판결이 쌓여있다. 엄청나게 많은 사실관계가 있는 것이다. 데이터 러닝을 시켜두면 웬만한 사건은 선례를 찾아서 답을 줄 것이다. 그 많은 서면을 AI가 요약하고 판결문 러닝이 되면 판사 업무 중 상당 부분이 덜어질 것이다.

-재판 지연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까.

△판사 숫자를 늘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이런 쪽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원이 하급심 판결 공개만 하면 우리나라도 민간영역에서 관련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로펌이 역할을 할 수 있나.

△법원 다음으로 데이터를 많이 가진 곳이 로펌이다.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어떻게 리걸테크와 접목할 것인가가 숙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보니 투자 결정 등에도 제약이 있다. 물론 안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법원도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AI로 인해 위기감을 느끼는 부분은 없나.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영역이 줄어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 반복적인 일은 기계한테 미루고 인간은 창의적이고 종합적이고 통섭적인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비슷한 경험이 있다. 제가 1990년 판사로 임관했을 당시만 해도 판결문 초고를 손으로 쓰고 선고 후에 사무원이 타이핑을 쳤다. 판결문을 찾아보려면 대법원 판결 요지집이라는 큰 책에서 찾아야 했다. 몇년 뒤 워드프로세서, 판례검색 프로그램이 나왔다. 이때 ‘앞으로 판사들 일이 편해지겠다. 판사 숫자를 줄여도 되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판사가 필요하다.

-율촌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2015년에 리컬테크 쪽 선두주자로 처음 만들었고 투자도 계속하고 있다. 챗GPT는 아예 상황이 다르다. 과거에는 ‘리걸테크에 투자를 해야 한다. 변화가 있을 것이다’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대비했다면 최근 몇년 사이에는 구체적으로 변화 양상이 보인다. 처음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공공 섹터가 투자에 더 적극적이면 좋겠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총괄 대표변호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총괄대표변호사는

△1963년 대구 출생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미국 조지타운대학 로스쿨 (LL.M.) △제29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9기)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행정자치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현)한국세법학회 부회장 △(현)법무법인 율촌 총괄대표변호사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승의 짜릿함
  • 돌발 상황
  • 2억 괴물
  • '미녀 골퍼' 이세희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