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이하람의 서울산책-부암동, 가을을 속삭이다

  • 등록 2012-10-09 오전 8:04:08

    수정 2012-10-09 오전 8:04:08

빨간 고추잠자리가 빨랫줄에서 쉬었다가고, 예쁜 지붕 얹은 집들이 옹기종기 어깨를 맞닿은 곳. 그 곳에 가면 인왕산의 멋들어진 허리를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고 동네 뒷산 산책하듯 조금만 걸으면 졸졸졸 흐르는 비밀스런 계곡에 시름을 잊을 수 있다.

광화문에서 10분거리. 명실상부 서울의 중심인 종로구에 위치한 부암동이다.
부암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래줄 풍경. 볕을 즐기고 있는 빨래들이 추억을 되살리는 듯 해 더없이 정겹다. 이하람
부암동 산책은 자하문사거리에서 시작된다. 자하문은 창의문의 옛 이름으로 서울의 사소문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문이다. 자주빛 안개라는 예쁜 뜻 때문인지 여전히 자하문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사랑받고 있는 듯하다.

자하문 사거리에서 백사실 계곡까지 향하는 긴 산책로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가을이 포근하게 내려앉는다. 북악산과 인왕산 자락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오래된 주택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자하문. 사소문 중 하나답게 드나는 문이 소박하다. 이하람
걸음이 지치면 잠시 향긋한 커피 한모금 마시며 쉬어갈수 있는 아담한 커피숍들이 햇살 좋은 자리를 내놓고 유혹한다. 향이 짙은 핸드드립 커피도 좋고, 설렁탕 한 그릇보다 비싼 브런치도 상관없다.

부암동이 데이트 좀 한다는 커플이나 블로거들에게 알려진 지는 벌써 수 년이 되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커피프린스’가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어, 부암동에 있는 실제 촬영지인 커피숍에는 일본관광객들로 붐빈다.

가는 곳 마다 관광히트를 치던 ‘1박2일’팀이 서울을 테마로 여행했을 때 등장한 백사실 계곡은 서울 사람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서울 종로에 도롱뇽이 사는 계곡이 있다니, 시간만 되면 서울을 탈출하려고 했던 사람들에게는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부암동은 산도 공기도, 심지어 골목길조차 깨끗한 동네이다. 서울인데 서울이 아닌 곳으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낙원이라는 뜻의 ‘무계동’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소문난 동네 부암동은 청와대와 근접해있다는 이유로 개발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효자동처럼 지붕도 건물도 낮으니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머리를 치켜든 ‘도시 서울’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태생이다. 부암동의 옛 골목을 걸으면 인왕산과 북악산이 좌우로 솟아있고 눈앞에 보이는 서울성곽은 한양의 옛 이야기를 속삭인다.

걸을수록 행복해지는 동네, 서울에서 산책이 가장 잘 어울리는 동네 부암동엔 일찌감치 가을이 들어앉았다. 가지런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서울에서 계절을 느끼고 싶을 때. 부암동으로 산책을 떠나보자.

(정보: 부암동 찾아가기- 광화문역 2번출구에서 지선버스 1020, 212 버스 타고 부암동 주민센터 하차, 또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지선버스 7022번을 타면 자하문 사거리로 갈수 있다)

<여행작가>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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