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nd SRE]워스트레이팅, 갈아입은 옷도 어색하다

22회 SRE 워스트레이팅…등급조정에도 떠나지 않는 우려
두산계열 최다 지적 불명예 귀환…대우조선, 이랜드 2~3위
효성, 만도 급부상…첫 등장한 LG전자 공동 12위
  • 등록 2015-11-25 오전 6:01:00

    수정 2015-11-25 오전 6:01:00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2015년 하반기 22회 SRE 워스트레이팅(Worst Rating·기업별 등급수준 적정성 설문) 결과는 명실상부 ‘춘추전국’이다. 최근 신용경색 국면 속에 업종을 막론하고 상당수 기업들의 등급하락이 이어지면서 다수 시장전문가가 신용등급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몰표’는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다. 20회 설문(2014년 하반기)에 이어 3회 연속 최다 지적을 받은 곳의 득표율이 30%를 넘지 않았다.

22회 SRE에서는 20%대 득표율을 기록한 곳도 2개(올 상반기 5개)에 불과한 반면 10%대 득표율을 기록한 곳이 16개(올 상반기 7개)에 달했다. 이번 워스트레이팅 설문 후보군이 총 42개 기업(응답자 1명당 5개이내 선택)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 가까운 43% 후보군이 중·상위권에서 유례없는 대혼전을 벌인 셈이다.

이는 직전 설문인 21회때 신용등급 적정성 지적을 많이 받았던 상위권 기업 등급이 일제히 조정된 가운데 해외플랜트·캐피탈업종을 중심으로 이른바 ‘헤드라인 효과’가 나타나면서 응답자 표심이 분산된 결과로 해석된다.

우려는 한번에 가시지 않는다

올 상반기 설문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던 1~5위는 모두 신용등급이 조정됐다. 상반기 전체응답자 174명 중 44명(25.4%)이 등급 적정성을 지적했던 한화테크윈(당시 삼성테크윈)은 설문 이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됐다.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한화그룹으로 피인수가 확정된 이후 이른바 ‘삼성채권’이 ‘한화채권’으로 바뀌는 크레딧시장의 심리적 충격이 반영되며 상반기 설문에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지만, 하반기 설문 전 M&A절차가 완료되면서 자연스레 등급조정이 이뤄진 사례다.

다만 일회성 요인이 사라진 이번 설문에서도 한화테크윈은 전체 17위에 해당하는 16표(101.%)를 얻었다. 특히 크레딧애널리스트(CA)만 따져보면 총 10표를 얻어 이랜드·효성과 함께 공동 5위에 해당하는 숫자다. M&A로 주인이 바뀌면서 일부사업의 브랜드인지도 저하와 계열지원 축소 가능성 등 관찰요인이 아직 남아있다는 평가다.

상반기 설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지적을 받았던 포스코·포스코건설도 등급이 조정됐다. 포스코는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AAA급이 아니며, 포스코건설은 AA-에서 A+로 내려앉았다. 워스트레이팅 후보군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엔지니어링, 포스코기술투자의 등급도 모두 강등됐다.

신용평가사들이 포스코 계열사의 신용도가 낮아졌다고 본 계기는 지난 5월 포스코플랜텍 워크아웃 신청으로 인해 향후 계열사에 대한 지원의지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그룹의 모회사이자 국내 최대일관제철사인 포스코가 철강시황 악화로 수익성 저하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비주력사업 정리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모든 자식들을 더이상 동등하게 돌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포스코·포스코건설은 이번 설문에서는 전체 12위에 해당하는 18표(11.3%)를 얻어 여전히 신용위험에서 온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구주·신주를 포함 총 38%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2대주주에 올랐다. 신주발행분으로 39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하더라도 자체적 영업현금창출력이 회복되지 않고있어 곧바로 신용도 상승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게 신평사들의 분석이다.

옷사이즈 줄여도 어색하다

상반기 설문 3~5위인 롯데물산·동국제강·대한항공(한진해운)도 모두 등급 조정이 이뤄졌다. 갈아입은 옷의 사이즈는 달랐다. 제2롯데월드 주역인 롯데물산은 AA에서 AA-로 낮아졌고, 이번 설문에서 전체 12위인 18표(11.3%)를 받았다. 한 자문위원은 “제2롯데월드에 대한 우려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설문에서 A- 등급으로 4위를 차지했던 동국제강은 이번에는 옷 사이즈가 3단계나 줄어든 BBB-(유효등급 기준)으로 갈아입고 설문에 나왔지만 전체 7위에 해당하는 21표(13.2%)를 얻었다. 응답자 중 크레딧애널리스트 득표현황만 따져보면 11표로 3위에 해당한다. 올 상반기 본사사옥(페럼타워)까지 매각했음에도 투기등급 직전에 몰린 동국제강에겐 가혹한 결과지만 그만큼 시장의 우려가 강하다는 방증이다. 국내 신평3사는 동국제강의 등급전망(아웃룩)도 모두 추가하락 가능성을 담고있는 ‘부정적’(Negative)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13년까지만 해도 ‘A+’급 신용도를 보유하던 동국제강이 불과 2년사이 가파른 신용도 하락에 노출된 것도 모자라 끊임없는 등급 적정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유는 주력사업 후판부문의 돌파구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빚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이 기댈 언덕은 후판부문 원가 경쟁력 회복을 위해 지난 2011년부터 투자한 브라질제철소(CSP) 완공이다. 다만 완공후에도 안착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하고, 최근 브라질경제 불안으로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제철소 자산가치 하락도 관찰포인트라고 자문위원들은 지적했다.

지난 설문에서 다섯번째로 많은 지적을 받았던 대한항공의 신용등급도 A-에서 BBB+로 떨어졌다. 대한항공은 2005년 A-를 부여받은 후 줄곧 A급 지위를 유지했다가 10년 만에 BBB급으로 내려앉은 경우다. 하지만 그간 대한항공의 A급 지위와 관련해선 SRE에서 꾸준한 시장의 이의제기가 있었다. 16회 설문(2012년 하반기) 이후 꾸준히 워스트레이팅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19회(2014년 상반기)에는 최다득표, 20회(2014년 하반기)에는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신용등급을 BBB+로 강등한 신평사들은 △외국계·저가항공사 경쟁 심화 △대규모 항공기 도입과 호텔·레저투자 등으로 재무부담 증가 △계열사(한진해운) 추가 지원가능성에 따른 자금부담 우려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10년 만에 BBB급으로 내려앉았음에도 이번 설문에서 전체 6위에 해당하는 22표(13.8%)를 받았다. SRE 자문위원들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에 대한 절대적인 크레딧시장 우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의 불명예 귀환

22회 SRE 워스트레이팅 1위는 두산그룹 계열(두산중공업·인프라코어·건설)이다. 전체 응답자 159명 중 40명(25.2%)가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적정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크레딧애널리스트(14표), 채권매니저·브로커(26표) 등 담당업무별로 나눠봐도 모두 최다 득표다. 세 곳의 계열사가 한 묶음으로 후보군에 오르면서 표가 집중된 탓도 있지만, 두산 외에도 14개 후보군이 2~3개의 계열사를 묶어 설문을 진행한 것을 감안하면 표의 집중화보다는 두산그룹 자체 신용등급 적정성 논란이 핵심이다.

특히 두산 계열사들은 이번 설문 직전 자금조달에 나서고, 두 곳의 신용평가사가 등급을 조정한 상황에서 투표가 시작됐다. 이런 경우에 통상 등급적정성을 따지는 워스트레이팅 투표성향상 표가 분산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최상위에 오른 것은 두산 계열을 바라보는 시장의 절대적 우려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자문위원들의 평가가 나왔다. NICE신용평가는 9월22일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등급을 각각 한 단계 낮췄고, 한국기업평가는 10월 8일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등급을 한 단계씩 낮추면서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한기평은 또 지주회사 (주)두산과 중간지주회사 두산중공업에 대해서도 등급은 유지하되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번 설문은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됐으며, 설문 나흘째인 15일 한국신용평가가 마지막으로 두산인프라코어 등급을 하향하고 (주)두산과 두산중공업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발표했다.

두산그룹 계열이 워스트레이팅 1위에 불명예 귀환한 것은 20회(2014년 하반기) 이후 1년 만이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올라가면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두산그룹 계열은 신용등급 적정성 논란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9회(2009년 상반기) 이후 꾸준히 워스트레이팅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가장 최근 다섯 번의 설문에서도 모두 상위권을 차지했다.

최근 두산그룹 계열 신용위험은 두산인프라코어와 건설의 재무압박, 이로인한 중간지주회사 두산중공업의 부담으로 요약된다. 인프라코어와 건설 모두 빚부담 속에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창출력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무부담이 이어지고 있고, 이들을 돌봐야 할 지원주체 두산중공업의 계열지원 부담도 그만큼 더 커진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의 부담이 늘어나면 당연히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주)두산의 부담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의문의 꼬리표 대우조선과 이랜드

대우조선해양은 총 38표(23.9%)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1위 두산 계열과 2표 차이이며, 크레딧애널리스트와 채권매니저 모두 두산 계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표를 몰아줬다. 대우조선은 ‘BBB 하향검토’로 설문에 참여했음에도 등급적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상반기 설문 당시만 해도 A급에 ‘안정적’ 전망이 붙은 회사채가 정크본드로 추락할 위기에 놓였지만 대규모 영업적자로 인한 사업역량과 원가경쟁력, 회계처리의 투명성 모든 부분에서 시장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은행은 신규 출자(유상증자)와 신규 대출, 기존 대출의 출자전환 등으로 4조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당장의 유동성위기는 모면할 수 있겠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도 계속 회사가 자체생존력을 가지게될지는 여전히 의문의 꼬리표가 달리고 있다.

한기평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을 BBB-로 내리면서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당면 유동성 위험이 현저히 완화됐으며, 특히 정책 당국의 높은 지원의지가 확인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그러나 실사 결과 대규모 손실이 추가로 확인되는 등 최근의 악화된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 및 재무적 펀더멘탈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판단돼 손익 및 현금흐름의 구조적인 회복까지는 상당 기 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랜드리테일·월드는 27표(17.0%)로 세 번째를 많은 지적을 받았다. 이랜드 계열이 워스트레이팅 상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10년 이후 5년만이다. 또한 6개월전 상반기 설문에서도 전체 19위에 해당하는 6.9%의 득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의 관심 밖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설문결과는 말 그대로 ‘급부상’이다. 6개월전과 비교해 이랜드리테일·월드의 등급변동은 없었지만, 차입에 의존한 일련의 인수합병(M&A)정책으로 재무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라는 인식이 반영됐다는게 자문단의 해석이다.

한 SRE 자문위원은 “잦은 기업 M&A으로 재무적인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상장사가 없다 보니 등급 평가에 중요한 해외사업 성과나 재무상황에 대한 정보도 제한돼 있다”며 “이로 인해 시장에선 이랜드 등급에 대한 과대평가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효성과 만도의 급부상

이번 설문에서 (주)효성·효성캐피탈이 21표(13.2%)로 7위에 오른 것도 주목된다. 올 상반기 설문에서는 17위(7.5%)였다가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18회(2013년 하반기)때 8위를 차지한 이후 가장 높은 순위다. 상반기 설문과 비교하면 (주)효성의 등급 및 전망 변동은 없었고, 효성캐피탈은 등급변동 없이 등급전망만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변경됐다. 통상 크레딧시장에서 아웃룩 하향은 0.5단계 등급변동으로도 인식한다. 실제 등급액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이번 설문결과에서 다수 나타난 셈이다.

만도·한라홀딩스도 지난 설문 13위(8.7%)에서 이번에는 9위(11.9%)로 올랐다. 산은캐피탈은 총 25표(15.7%)로 두산·대우조선해양·이랜드 다음 자리를 차지했다. 19회 설문때 2위를 차지한 이후 4회 연속 등급적정성에 꼬리표가 붙고 있다. 다음 설문때는 인수합병(M&A) 이슈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대상이다.

강렬한 첫 등장 LG전자…어닝쇼크 삼성ENG

이번 워스트레이팅 설문에서 신규진입한 곳 가운데 주목되는 기업은 LG전자다. 총 18표(11.3%)를 얻어 포스코·건설, LG실트론, 롯데물산과 함께 공동 12위에 올랐다. LG전자는 이번 설문에서 처음으로 워스트레이팅 후보군에 올라 단숨에 중상위권을 차지했다. LG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SRE 초창기인 2006~2007년 LG필립스LCD 이후 최다 득표다.

한 자문위원은 “샤오미 등 중국기업의 부상 속에 LG전자가 부활할 수 있을 지 우려의 시선이 담긴 것”이라며 “가장 큰 우려는 휴대폰 부문의 부진을 정통가전이나 신사업에서 만회할 수 있느냐인데 역부족이라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LG전자에 대한 시선은 이번 워스트레이팅 설문에서 똑같이 신규후보기업으로 올라 단 2표(1.3%)만 받은 SK하이닉스와도 대조적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설문에서 삼성중공업과 함께 17표(전체 16위)를 받았다. 하지만 설문이 종료된 이후 3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1조32000억원의 순손실과 완전자본잠식 발생 소식을 전했다. 신평사들은 실적 발표 이후 삼성엔지니어링의 등급을 한꺼번에 ‘A’에서 ‘BBB+’로 두 단계 강등하고, 추가 강등 가능성을 시사한 크레딧워치(하향검토)를 부여했다. SRE 자문위원단은 “실적발표 기간이 설문기간과 겹쳤더라면 더 많은 표를 받았을 것”이라며 “단순히 삼성엔지니어링 이슈만이 아니라 회사채시장에서 삼성계열도 마냥 믿을 것만은 아니라는 의문점을 만든 사건이 됐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2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문의: st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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