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nd SRE][Editor's Note]음악이 멈추기전 접시를 던져라

  • 등록 2015-11-25 오전 6:50:30

    수정 2015-11-25 오전 6:50:30

[이데일리 이정훈 증권시장부장] “음악이 멈추고 나면 상황은 복잡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음악이 계속 연주되는 한 우리 모두는 일어나 춤을 춰야만 합니다. 우리는 지금도 춤을 추고 있는 중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 조짐을 보이던 지난 2007년 7월, 월가 대형 은행인 씨티그룹을 이끌고 있던 척 프린스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금융시장과 금융기관 상황을 ‘뮤직 체어스(Music Chairs: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가 음악이 멈추면 의자에 앉되 의자가 없는 사람은 탈락하는 게임)’에 빗대 이와 같이 경고했습니다.

불안의 징후가 위기라는 현실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늘 이같은 ‘폭탄 돌리기’ 게임이 벌어졌음을 우리는 오랜 경제사(史)에서 어렵지 않게 목도(目睹)해 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턱밑까지 조여오면서 한국경제도 장기간 저금리 상황에서 누려온 (유동성) 파티를 끝내야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 경제는 구조적인 저(低)성장의 늪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장기화한 저유가와 중국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경기 악화는 국내 핵심산업 업황 악화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정책당국자들이 연일 기업 구조조정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과 구조조정 전문회사 등을 압박해 신속하게 한계기업(속칭 ‘좀비기업’)을 솎아내라며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당국보다 먼저 시장에 경종을 울려야 하는 존재는 바로 신용평가사입니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던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신뢰도가 이번 제22회 이데일리 신용평가전문가 설문(SRE)에서 일제히 하락했다는 점은 굉장히 아쉬운 대목입니다.

특히 조사기간중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수가 크게 늘어났는데도 신용등급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건 신평사들이 그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읽힐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빅배스(Big bath)냐 분식회계냐 논란을 일으키며 대규모 손실을 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신용등급 뒷북 강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모두가 음악에 취해 몸을 흔들어대고 있을 때 누군가는 접시를 집어 던져야 합니다. 음악이 멈추고 나면 상황이 복잡해질 것이고, 그런 예견된 결과를 미리 경고해주는 신평사 본연의 역할을 기대해 봅니다.

다만 이를 두고 신평사들만의 책임이라고 탓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선제적으로 등급을 강등시키는 신평사는 시장에서 불평을 듣기 일쑤입니다. 고객인 기업들의 외면으로 시장점유율까지 잃게 되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3개사 체제로 유지되면서도 복수평가가 의무화된 부분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SRE에서 나타난 제4 신평사 설립과 독자신용등급 도입 등 시장이 요구하는 목소리에 정책당국이 귀를 기울여야할 때입니다. 신용평가 정상화는 신평사와 시장 참가자, 정책당국간 공조의 결과물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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