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집착한 사모펀드 민낯…설정액 '허상'

트랙 레코드 필요했던 라움이 받아간 라임 OEM 펀드
OEM펀드, 투자자 판단 흐리고 통계 부풀려 문제
TRS 거래, 투자자 타격 뒷전이고…`사모펀드 발판` 추앙
  • 등록 2020-02-18 오전 1:30:00

    수정 2020-02-18 오전 1:3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사태에서 드러난 OEM(주문자상표부착) 펀드와 TRS(총수익스와프) 거래 실체는 숫자에 집착해 성장해온 사모펀드 업계 단면을 드러냈다. 이같은 거래를 통해 수탁고를 부풀려 마케팅 효과를 톡톡이 봤지만 실제로는 허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신생 운용사 마수 뻗는 OEM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플루토 FI D-1과 테티스 2호 펀드는 라움자산운용 펀드에 1000억원씩, 모두 2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발표한 라임운용 검사 결과 자료에서 라임과 라움의 펀드를 `OEM 펀드`라고 확인했다. 금감원은 “라임이 자전거래 금지 조항을 피하려고 라움을 끼고 연계 거래를 한 것”이라고 했다.

라임과 라움 각각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라움자산운용은 2017년 5월 출범 초기 투자금 유치에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생 운용사는 검증되지 않은 때문이다. 검증은 운용사 트랙 레코드(track record), 즉 운용 수익률을 일컫는다. 수익률을 내려면 투자금이 필요하고, 투자금을 유치하려면 수익률이 필요한 악순환은 신생 사모 운용사가 넘어야 할 허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전거래를 피하려는 라임자산운용이 라움자산운용에 OEM 펀드를 제안한 것이다. 라움운용 관계자는 “신생운용사로서 트랙 레코드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라임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사모 운용사가 자금을 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것은 스타 펀드 매니저의 이름”이라며 “그렇지 않은 신생 사모 운용사는 OEM 펀드 유혹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OEM 펀드, 시장과 숫자 왜곡

OEM 펀드 특성은 대놓고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OEM 펀드를 만들어 계약서(약관)를 금감원에 제출하더라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PBS 업무 담당자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로서도 고객사 펀드가 OEM 구조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형사사건에 빗대자면, OEM 펀드는 범인을 잡지 못한 `미제사건`이 아니라 사건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암수사건`이라는 의미다.

이로써 파생하는 문제는 시장 왜곡이다. 우선 투자자 판단을 흐린다.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트랙 레코드가 오염돼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A 운용사가 B 운용사로부터 OEM 펀드로 받아 쌓은 트랙 레코드를 토대로 C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한다면, C 기관은 A 운용사를 제대로 평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고객 돈은 허투루 투자되고, 일반 운용사는 시장 선택에서 밀린다.

숫자를 뒤트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A 운용사가 B 운용사에 1000억원 규모 OEM 펀드를 설정하면, 두 운용사의 운용자산(AUM) 합계는 2000억원이 된다. 실제로 1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이로써 통계가 부풀려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OEM 펀드는 투자금을 건넨 쪽과 받은 측 각각 AUM으로 잡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래픽=김다은 기자


◇그럼에도…“업계 아니라, 라임 문제”

이로써 다시 투자자 눈을 가린다. 운용규모는 투자 판단의 주요 근거이다. 아울러 산업이 실제보다 부풀면 금융 감독과 정책이 헛돌 여지도 있다. 이 와중에 TRS 기법은 착시를 거들었다. 사모펀드 AUM을 산출할때 TRS는 구분하지 않는다. 대출에 가까운 TRS는 투자금으로 분류돼 사모펀드 성장에 발판을 놓았다.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가 받을 타격은 간과된 측면이 있다. 이번 라임사태처럼, 환매 중단 모펀드 4개의 수탁고가 1조7200억원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여기에 쓰인 TRS가 5900억원이라는 것은 집중 받지 못했다. 운용사 AUM을 집계하는 금융투자협회 담당자는 “운용사가 보고하면 취합할 뿐 OEM 펀드인지를 검증하거나 TRS 대출액인지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OEM 펀드는 라임에 국한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헤지펀드 업계에 OEM 펀드 거래가 일상적으로 퍼져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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