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에 목 매는 영종…외국인투자 유치 좌초에 인구계획도 차질

에잇시티·밀라노시티 등 개발사업 좌초
작년8월 영종 62% 경제자유구역서 해제
인구계획 차질…주민들 "생활불편 호소"
  • 등록 2019-03-13 오전 6:10:00

    수정 2019-03-13 오전 6:10:00

인천 영종국제도시 지도. (자료 = 인천시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영종국제도시 내 외국인 투자사업 유치를 잇따라 실패하면서 18만 인구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애초 계획은 내년까지 개발 사업을 완료하고 18만여명을 입주시키는 것이었지만 목표 연도를 1년여 앞둔 현재까지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개발 사업 무산, 경기 침체 등으로 아파트 시행사가 땅만 사고 건물을 짓지 않기 때문이다.

영종 주민들은 인천시와 경제청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생활 불편이 야기된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 실패…인구유입 지연

경제청, 영종주민 등에 따르면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지난 2003년 기획재정부 고시를 통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영종국제도시(중구 영종도, 용유도, 무의도) 138㎢를 내년까지 관광레저, 항공정비, 물류유통 도시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 사업 일환으로 인천시는 2007~2013년 용유도·무의도 80㎢에 8개 국제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에잇 시티(Eight City) 사업을 추진했지만 투자자가 참여하지 않아 실패했다. 경제청과 인천도시공사가 추진한 영종도 미단시티 랑룬 다이아몬드 시티사업도 지난해 3월 투자유치 실패로 무산됐다.

투자사업이 잇달아 좌초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8월까지 영종국제도시의 62%인 86.7㎢를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했다. 용유도와 무의도 대부분 부지가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됐다. 영종도 운북동, 운남동, 중산동 미개발지도 해제 대상에 포함됐다. 영종지역 토지주들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지난 10여년간 개발 제한을 받으면서 토지가 수용될 날을 기다렸지만 경제자유구역 해제로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대출 빚과 지역 낙후였다. 경제청의 경제자유구역 통제·관리 때문에 중구는 미개발지를 개발할 수 없었고 토지주들은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일부 미개발지는 상하수도·가스시설이 설치되지 않았고 소방차 진입 도로도 없는 상태다.

전체 18만여명의 인구계획이 수립된 영종 경제자유구역은 개발사업 실패 등으로 사업종료 기한인 내년 말까지 목표 인구 유입이 어려울 전망이다. 영종도 최대 입주단지인 영종하늘도시는 인천시가 2007년부터 3.7㎢ 규모로 추진한 복합전시단지인 밀라노 디자인시티사업이 2011년 무산되면서 타격을 받았다. 3조여원의 사업비로 이탈리아 밀라노를 본떠 영종하늘도시에 이탈리아 유럽디자인학교, 디자인 전시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과학박물관, 베르디 음악원 등을 조성한다며 주민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지만 제대로 추진된 것은 없었다.

영종하늘도시는 애초 내년 말 기준 5만3000여가구, 13만5000여명으로 계획됐지만 현재까지 1만가구(20%), 3만명(22%)만 입주했다. 올해 한신더휴(652가구), KCC스위첸(738가구), 화성파크드림(657가구) 아파트 등의 입주가 있지만 다해야 2000여가구(6000여명)밖에 되지 않아 내년까지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영종 미단시티는 5386가구, 1만3700여명으로 계획됐지만 시행사 공사 지연 등으로 공동주택은 한 채도 들어서지 않았고 인구 유입도 안 됐다. 현재 영종에는 전체 7만6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18만 인구계획의 42% 수준이다. 영종지역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한참 개발한다고 할 때 집을 두 채씩 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수요가 없어져 지금은 분양가격보다 싸게 집을 내놓고 있다”며 “영종지역 아파트 중에 미분양도 꽤 있다. 개발 실패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주택 수요도 정체된 것 같다”고 말했다.

종합병원 부재 “응급환자 생기면 바다 건너 시내로”

인구유입 지연으로 영종지역 민원 1순위인 종합병원 유치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종에는 종합병원이 없어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영종대교 등을 이용해 바다를 건너 시내 종합병원으로 가야 한다. 영종주민 이모씨(62)씨는 “지난해 12월 밤중에 집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크게 부딪혔다”며 “어떻게 되는 줄 알고 119구급차를 타고 시내 종합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종에 종합병원이 없는 게 가장 안타깝다”며 “주민 생명, 건강을 책임질 수 있게 응급실이 있는 종합병원이 시급히 들어서기를 바란다”고 했다.

주민들은 “인구가 늘지 않아 종합병원 유치 조건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우선 18만 인구를 빨리 채우고 의료수요에 걸맞는 종합병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을 위해 종합병원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영종소방서 관계자는 “영종에서 육지 종합병원에 가려면 30분가량 걸린다”며 “육지에 갔다가 오면 1시간은 소요된다. 영종에 119구급차 4대가 있는데 신고가 몰릴 때는 구급차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종에 종합병원이 들어서면 응급환자 이송 시간을 10분 안팎으로 줄일 수 있고 119구급차 운행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종소방서에 따르면 영종에서는 연간 3000건의 응급환자가 발생하고 이 가운데 90% 이상의 환자가 인천시내 종합병원으로 이송된다. 연간 1000건은 심정지,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교통사고·추락 등) 환자로 시내 종합병원으로 이송하는 데 촌각을 다툰다.

인천 영종 밀라노 디자인 시티 조감도. (자료 = 인천시 제공)


경찰서 부재도 문제다. 영종에는 현재 인천공항경찰단, 공항지구대, 영종지구대가 운영되고 있지만 공항경찰단은 공항 사건·사고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구대 2곳 만으로는 치안 수요 감당이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최근 인천지방경찰청으로부터 영종지역 경찰서 신설 요구를 받았고 4월까지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김남길 영종하늘도시주민연합회장은 “영종 인구가 7만명을 넘어섰고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 종합병원, 경찰서 신설이 필요하다”며 “인천시, 인천경찰청 등에 종합병원, 경찰서 신설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일부 투자사업이 무산됐지만 진행 중인 사업이 있어 점차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청 관계자는 “영종에서는 2017년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가 개장했고 2022년 2단계 공사가 완공된다”며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와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 한상드림아일랜드 등이 2021~2022년 개장하면 일자리가 수만개 마련되고 인구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1년까지 영종하늘도시 항공물류센터가 건립되면 일자리 1200개가 창출되고 주택 수요도 커진다”며 “다소 늦어졌지만 리조트사업 등 개발 호재가 있기 때문에 조만간 인구 18만명 계획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종에 응급의료센터나 종합병원 설치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며 “영종에는 30병상 이상의 병원도 없다. 병원급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 유치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 영종 인구가 늘면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종하늘도시 개발사업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영종하늘도시 토지 50% 이상이 매각됐지만 시행사가 주택을 짓지 않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침체 등의 요인이 있는 것 같다. 시행사에 주택을 지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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